나는 지금 행복해요 - 자유로운 영혼 타샤튜더 포토에세이
타샤 튜더 지음, 리처드 브라운 사진, 천양희 옮김 / 종이나라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타샤 할머니의 책을 열심히 읽다보니, 이젠 정말 읽을 책이 별로 없다. 타샤 할머니의 그림과 관련된 책을 빼면 <타샤의 식탁> 밖에 남지 않는다. 그 책을 서점에서 살짝 살펴보니 완전 요리책이여서 구입하기가 망설여 졌다. 요리와는 거리가 아주 멀기에 다른 책을 기웃 거리다 이 책을 구입했다. 책 제목만으로도 지금껏 읽어왔던 책들과 특별히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을 간파했다. 하지만 타샤 할머니에 관한 책이라면 무조건 읽어 보고 싶었고, 함께 시간을 나누고 싶었다.

 

  타샤 할머니 책은 깊은 밤, 고요할 때 읽는 것을 좋아한다. 내게 책이 도착한 날은 공교롭게도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가는 날이었고, 예약을 했기에 시간을 걸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갔다. 그러나 어딜가든 책이 없으면 허전하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타샤 할머니 책을 들고 갔다. 아닌 다를까 그 혹시나가 현실로 나타나 예약을 했음에도 1시간 반이나 기다려 겨우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병원에서 거듭 사과를 했지만, 내가 화를 내지 않고 웃는 얼굴로 '괜찮아요'라고 말한 건 순전히 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책을 가져 오지 않았더라면, 정말 불쾌해 졌을 것이다. 그러나 타샤 할머니 책은 사진이 절반이고, 글씨도 큼지막해서 병원에서 대기하는 동안 다 읽어 버렸다. 타샤 할머니 책을 읽고 나니 마음이 포근해졌는데, 늦는다고 병원측에 화를 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짜증을 내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도착해서부터 타샤 할머니 책을 읽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책이 있더라도 타샤 할머니 책이 아니였더라면 분명 짜증이 났을 것이다. 할머니의 정원과 삶을 보고 어찌 짜증을 낼 수 있겠는가. 효력이 오래 가지 않더라도 책을 읽는 과정에서 따뜻함은 지속 되었다. 더군다나 한 해의 말미에서 회의감이 느껴질 때, 타샤 할머니는 천연덕스럽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해 봤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무리하지 말고, 지금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즐겨보는 것이 어떠겠냐고. 그 말 한마디에 얼굴 가득 미소가 번졌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타샤 할머니의 책을 몇 권 읽고서 이 책을 만나니, 더 큰 묘미를 만날 수 있었다. 할머니가 얘기해 주는 것들, 사진 속의 풍경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샤 할머니가 상세하게 설명해 주지 않아도, 다른 책들에서 배경지식이 쌓였기 때문에 다시 한번 떠올리며 읽을 수 있었다. 사진은 아름답고 황홀했으며, 타샤 할머니의 말투는 상냥했다. 자신이 살아온 과정과, 정원과 삶에 대해 느끼는 것들을 서슴없이 드러내셨다. 그 안에서 확고한 의견들도 보였지만, 그런 것들로 할머니의 정원을 보지 못하면 큰 손해다. 할머니의 글이 아니더라도 사진만 보고 있어도 감탄사가 터진다. 거기에 타샤 할머니의 글을 읽으면, 사진 속의 세계에 상상을 덧댈 수가 있다. 나에게는 사진 속의 세계가 멀게만 느껴지지만, 타샤 할머니는 그 세계를 가꾸고 같이 생활하신 분이기에 더 진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책에도 나와 있듯이 이 책은 포토 에세이다. 타샤 할머니의 세세한 설명은 없더라도 사진과 타샤 할머니의 글을 통해서, 충분히 색다른 삶을 만끽할 수 있다. 타샤 할머니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책을 통해서 타샤 할머니를 조금 안 후에 편안한 마음으로 이 책을 본다면 재미가 배가 될 거라 생각한다. 날씨가 추워 마음까지 스산해지는 요즘, 타샤 할머니를 통해서 소중한 시간을 갖어보길 바란다. 타샤 할머니를 보고 있으면, 언제든지 마음은 푸근해지고 따듯해지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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