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정원 - 버몬트 숲속에서 만난 비밀의 화원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지방에는 폭설이 내려 휴교까지 한다는데, 내가 사는 동네는 눈이 내리는 것 조차 구경할 수 없다. 남부지방 이여서인지, 폭설이 내린 광경을 뉴스를 통해 보면 딴 세상을 보는 것 같다. 눈이 내리지 않았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 덕분에 모든게 움츠러 들었다. 몸도 마음도 움츠러 들고 행동반경도 짧아졌다. 그럴때는 방구석에서 뒹굴 거리며 책 읽는게 제격이다.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그동안 책만 쌓아둔 게으름이 즐거워지는 시점이다. 날씨도 춥고, 마음도 스산해서인지 따뜻함을 전해줄 수 있는 책이 읽고 싶었다. 책장을 기웃거리다 타샤 할머니 책이 눈에 들어왔다. 한참 열을 올리고 보다가 잠시 시들해져서 읽지 못한 책이었다. 

 

  타샤 할머니의 책을 몇 권 읽다보니 어느정도 코기 코티지에 대해 익숙하다. 처음에는 낯선 집을 둘러보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자유자재로 타샤의 집을 구경할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타샤의 집이 궁금하고, 타샤 할머니의 라이프 스타일을 알아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읽을 책이 사라져감을 아쉬워하는 것이리라. 타샤 할머니의 책을 펼친다는 것은 이런 편안함이 묻어 났기에 마냥 즐겁다. 다른 책들과 반복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타샤 할머니의 정원은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웠고, 볼거리가 그득했기에 언제 펼쳐도 현장감이 느껴진다. 사진만 봐도 황홀한 정원을 세세하게 글로 남겨 주는 타샤 할머니와 토바 마틴이 있었으니, 언제든지 현실을 뒤로 한 채 다른 공간으로 이동이 가능했다.

 

  정원 이야기는 어디에서 시작하든 늘 매혹적이다. 이 책에서는 '4월과 그전' 부터 시작한다. 한 겨울이 되어도 타샤 할머니는 결코 한가하지 않다. 타고난 부지런함을 가진 할머니지만, 겨울이 되어도 봄을 준비하는 타샤 할머니의 손길은 분주하다. 눈이 쌓여서 고립이 되어야지만 비로소 지켜보는 사람이 조금 여유로워 보일 뿐이다. 겨울이 되어 정원의 모든 생명이 잠시 활동을 멈춘 것 같지만, 타샤 할머니는 봄에 심을 씨앗을 준비한다. 땅속에서 식물들의 꿈틀거림을 미리 가늠하고, 봄이 오려면 아직 먼 것 같은 시기에도 먼저 싹을 틔우는 식물들을 맞이한다. 그렇게 타샤의 정원에 봄이 오면, 할머니는 무척 바빠진다. 꽃은 무리지어 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할머니는 구근을 몇 천개씩 심는다. 구근을 파먹는 동물들에게 먹일 양까지 생각하면서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구근을 심어댄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은 타샤 할머니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그 구근들이 피어날 때는 할머니의 노고에 보답하듯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군락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화려하게 피어나는 정원의 꽃들은 겨울이 오기 전까지 쉴새 없이 피어났다 진다. 정원의 꽃과 나무는 계획없이 심어진 것이 아니기에 꽃들의 생명력은 오래 간다. 타샤 할머니의 취향이 드러나는 정원은 피어나는 꽃들도 계획성 있게 가꾸어 진다. 꽃을 기르는 사람의 취향이 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만큼 애정을 듬뿍 쏟아주면 꽃들도 최선을 다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그런 꽃들의 특징과 아름다움을 일일이 열거하는 타샤 할머니는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는 금방 친구가 된다. 그런 타샤 할머니를 익히 알고 있는 토바 마틴이 타샤 할머니와 친구가 되기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온실에서 일하기 전부터 타샤를 좋아했고, 타샤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어 원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다고 했다. 그랬으니 책 안에 실려있는 글은 타샤가 설명하지 못한 부분들까지 섬세하게 써내려 갈 수 있었다. 타샤가 원예가로써 어떤지, 정원은 어쩐지, 그녀가 키워내는 꽃들이 어떤지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 느낌을 굳이 인식할 필요 없이 타샤의 정원에서 피어나는 꽃들을 구경하는 것은 정신을 뺏기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가 꽃집에서 보아온 혹은 인위적으로 가꾸어진 행사를 위한 꽃들과 비교할 수 없는 꽃들이 피어난다. 꽃을 피우기 까다로울수록 타샤 할머니의 관심을 듬뿍 받고 피어난 꽃들은 특히 아름다웠다. 지상의 낙원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정원의 모습은 황홀함 그 자체다. 타샤의 정원을 통해 이름을 알게 된 꽃들도 많고, 자태에 넋을 빼앗긴 것들도 많다. 생소한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내게 익숙한 꽃들도 타샤 할머니 정원에서는 훨씬 더 아름답게 피어난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깊은 애정을 가지고 꽃들을 살핀 정성을 식물들도 아는 듯 했다.

 

  타샤 할머니의 정원을 구경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황홀했고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 여운은 오래 남아 추운 겨울 밤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타샤 할머니의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함이 느껴지는 밤이었다. 아름다운 정원을 구경할 수 있게 해준 타샤 할머니가 마냥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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