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를 만나다
메릴린 챈들러 맥엔타이어 지음, 문지혁 옮김 / 가치창조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가끔 이것저것 살피지 않고, 겉모습만 보고 물건을 홀랑 집어올 때가 있다. 그렇게 집어온 물건들이 좋을 때도 많지만, 역시나 너무 섣부르게 집어 온 탓에 풀어보고 나서야 실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뜬금없이 왠 물건 얘기를 꺼내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내려고 하는 참이다. 책 제목에 홀려서 아무것도 따져보지 않은 채 펼친 책이 이 책이다. 책을 읽다 말고 고개를 갸웃 거리면서 자꾸 의심을 드러냈다. 무언가가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자꾸만 겉도는 느낌. 그제서야 저자가 눈에 들어왔다. <고흐를 말하다>를 쓴 저자였다. 그리고 밀려오는 안타까움. 그 책을 재미나게 읽었으면 좋았으련만, 안 좋게 읽은 기억 때문에 기억하고 있던 작가였는데, 또 다시 만나고 말았다.
 

  나의 덤벙댐을 탓한 것은 렘브란트를 색다르게 만나고 싶은 욕망이 채워지지 않을 거라는 데에서 오는 안타까움이었다.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내리는 속단일 수도 있겠지만, 전작 <고흐를 만나다>로 심하게 데여서인지 그 작가의 책은 피하고만 싶었다. 이 책의 내용이 확 바뀌지 않는 이상, 나의 편견이 깨지기는 커녕 더 굳혀질 것 같았다. 하지만 <고흐를 만나다>와 너무도 흡사했다. 책 제목에서부터 책의 구성까지 다를게 없었다. 저자는 시만 썼고, 그림에 붙은 글은 다른 사람이 썼으며, 번역도 제 3자가 했다. 당연히 그림은 렘브란트의 그림일테지만, 이렇게 짜집기 되어진 책을 정말 좋아하지 않기에 온전히 읽기를 진즉 포기해 버렸다. 아무리 전작에 대한 실망이 크다지만, 너무 하는거 아니냐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렘브란트에 대해 전혀 모른다거나 그의 그림을 보지 않았다면 몰라도, 어설픈 지식이 들어있는 내게 이 책은 통할 리가 없었다.

 

  <고흐를 만나다>도 내가 고흐를 좋아하기 때문에 읽은 책이었다. 당연히 어설픈 지식이 난무했고, 그 지식을 총동원해서 읽었지만 지금껏 만나왔던 책과는 너무도 달랐다. 고흐의 그림과 그의 인생을 겉도는 느낌. 그나마 내가 조금이나마 알고 있던 화가에 대해 색다르게 엮어진 책을 보며 당황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렘브란트라니! 실망감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역시나 초반부터 책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내가 가장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책의 구성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한 사람의 느낌을 읽어나가도 그 느낌이 내게 전해질까 말까인데, 다른 사람의 글이 실려있다. 똑같은 그림을 보고 느끼는 색다른 단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느 글 하나 온전히 내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다. 글 속에 렘브란트의 그림을 억지로 꿰어맞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림이 실려 있고, 그림에 대한 설명 혹은 느낌과 함께 이어지는 추상적인 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느낄 수 없는 이질감이 가득했다. 읽고 또 읽어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내가 알고 있는 렘브란트가 맞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한 명의 화가를 너무 틀 속에 가뒀는가를 생각해 보았지만, 몇 가지 수식어와 연결할 뿐, 특별한 편견은 없었다. 그러나 이 책 속의 글은 없는 편견도 만들게 하는 소통의 엇갈림이 있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대부분 성서와 관련된 그림이었다. 렘브란트 하면 자화상을 빼놓을 수 없기에 자화상은 제쳐놓고서라도, 몇몇 초상화를 빼면 대부분이 성서와 연관된 작품들이다. 그가 성서의 내용을 즐겨 그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성서에 관련된 그림을 공통적으로 실었다는 사실만을 인지할 뿐이었다. 성경에 관한 배경 지식이 없는 독자들에게는 그림 자체만으로도 이해 불능인데, 설명도 부족했고, 개인적인 느낌이 강해서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적어 안타까웠다. 렘브란트 하면 '빛'을 빼 놓을 수 없는 화가이기에 '빛'과 어둠을 극명하게 대비한 그림의 특징을 잘 살려서 설명한 부분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빛'의 가능성은 작았다. 빛의 통과여부에만 설명이 국한되었던 것이다.

 

  나의 지나친 편견일 수도 있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일지도 모른다. 전작에서도 그랬으니 이번 책도 그럴 것이라는 지나침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끼고 좋아하는 화가의 특징을 살려내지 못한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말 그대로 자신만 간직할 수 밖에 없는 추억이 되고 소중한 기억이 될 뿐이다. 내가 감정이입을 시키지 않고 시를 읽었을 수도 있고, 이미 아는 내용이라고 그림에 대한 설명을 대충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그런 면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모든 편견과 아집을 단박에 깨어줄 수 있는 새로움을 바랐던 것이다. 그 새로움을 만나지 못해, 이렇게 한쪽으로만 치우쳐서 렘브란트의 본질에 좀 더 다가가지 못함을 안타까워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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