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
클레이 셔키 지음, 송연석 옮김 / 갤리온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나에게 어떤 이슈 거리가 있거나 심경의 변화가 생겼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말하기 보다 개인 블로그에 토로하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행하던 행동이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변화에 자연히 적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일들을 토로할 공간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장에 끄적이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해서 그 행위가 무가치 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자신을 드러내려고 맘 먹으면 얼마든지 드러낼 공간이 생겼다는 말이다. 나 또한 그러한 공간을 만나서(블로그)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나눌 수 있었다. 가끔 컴퓨터를 끄고 혼자 생각에 빠질 때면 온라인 세상과 오프라인 세상을 어떻게 생각해 봐야 할지 난감해 지기도 한다. <웹 진화론 2> 라는 책을 통해 두 공간 모두 무시할 수 없는 세상을 살게 될거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지만, 웹 공간 뿐만이 아닌 새로운 사회의 들끓음을 어떻게 감지하고 인식해야 할까.

 

  2006년 6월, 뉴욕 주 코로나에 살던 16세 소녀는 경찰에 체포된다. 우연히 택시 안에서 주운 휴대폰 한 대 때문이었다. 휴대폰을 주웠다고 경찰에 체포까지 되다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휴대폰을 잃어 버린 여성은 중요한 고객의 명단이 저장되어 있는 고가의 휴대폰을 찾기 위해 돌려주면 사례를 하겠다는 메세지를 남겼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새 휴대폰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자신이 잃어버린 휴대폰을 주운 사람이 사진을 찍어 메일로 보내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메일 주소를 알게 되어 사정을 말하고 휴대폰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돌려 받을 자격이 없다는 인종차별적인 욕설이 답으로 돌아왔다. 그런 실랑이가 며칠 간 계속 되자 휴대폰 주인은 간단한 웹 페이지를 만들어 '도난당한 사이드킥(휴대폰 상품명)'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리고 그 웹 페이지를 친구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취지는 간단했다. '분실물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에티켓'을 시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은 생각보다 훨씬 크게 퍼져 나갔다.

 

  그 웹페이지는 퍼지고 퍼져서 수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었다. 휴대폰 주인은 자신의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소녀가 보낸 협박을 업데이트 했고, 많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뻗쳐 왔다. 순식간에 이슈가 된 이 사건에 결국 경찰까지 개입을 하게 되었고, 분실이 아닌 도난으로 처리되어 그 소녀는 체포된 것이다. 순식간에 군중이 몰려들었고, 공감을 했으며, 휴대폰을 찾게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저자는 5년 전만 해도 이 사건은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 그때는 그녀가 사용한 웹이라는 도구가 없었을 뿐더러, 믿고 의지 할 수 있는 사회구조 또한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휴대폰을 주운 소녀는 자신의 행위는 제쳐두고라도, 그 휴대폰 뒤에 몰려 있는 수백만명을 예측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 해야 했을까?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았다. 저자는 다양한 사회의 변화를 예를 들어가며 어떠한 시대를 맞고 있는지 드러냈다. 거기에는 소비자라는 집단, 순식간에 만들어진 대중앞에 무릎을 꿇은 기업, 정부의 사례도 있었다. 대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시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런 세력은 순식간에 사람들을 모았다가 해체시키며, 뜻을 함께 했을 때의 위력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한 두명의 사람들이 뭉쳤을 때는 무시하던 단체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을 때 내는 목소리의 힘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은 이전에 알고 있던 사람들이며, 같은 뜻을 품은 사람들이었을까? '도난당한 사이트킥'의 여성처럼 도구를 통해 낯선 사람들을 불러 보아 한 목소리를 낸 것 뿐이었다. 그런 도구는 웹, 휴대폰, 메일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도구의 씌임에 따라 사회도 변하고 있었고, 대중의 움직임 또한 달라졌다.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뿐만이 아닌, 지식을 드러내는 공간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네티즌들은 웹 2.0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정보를 모아 보여주기만 하는 웹 1.0에 비해 웹2.0은 사용자가 직접 데이터를 다룰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정보를 더 쉽게 공유하고 서비스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블로그(Blog), 위키피디아(Wikipedia), 딜리셔스(del.icio.us) 등이 이에 속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는 유저가 편집할 수 있는 웹사이트다. 어떠한 정보를 올려 놓으면 그것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이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다. 간단하지만 백과사전을 능가하는 정보를 창출해 내는 공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엉터리 글을 도배시키는데 더 어려움이 따르는 구조였다. 거기다 책으로 만들어진 백과사전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였으니, 이제 사람들은 무언가를 알고자 할 때, 무거운 백과사전을 펼치기 보다는 컴퓨터 앞에서 검색을 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기존 사회와 비교 하자면 엄청난 변화인데, 많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진화되어 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진화의 뒤에는 새로운 대중의 역할도 있었으리라. 저자는 유저 한명이 생길 때마다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사람이 한명씩 늘어나는 셈이라고 했다. 1대 1로, 또는 다수 대 다수로 협력할 수 있는 독자의 등장은 새로운 미디어의 주체, 즉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대중의 탄생을 의미하는 거라고 말이다.

 

   사회의 변화, 대중의 변화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진 것일까. 휩쓸려 가다보니 어느새 내가 이러이러한 위치에 있었다고 맹목적으로 대답하는 현대인에게, 저자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변화의 법칙을 일깨워 주기도 했다. 네트워크 법칙, 20대 80의 법칙을 통한 오픈소스의 효용을 경험할 수 있었다. 어쩌면 생소한 용어와 새로운 접근이 낯설어 어렵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지지부진한 이론들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풍부한 예시가 있고, 그런 예시를 통해 저자가 전해주고자 하는 것들보다 더한 가치를 일궈내기도 했다. 한 권의 책을 읽었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수도 있다. 책의 느낌을 정리하고자 하는 내가 일부분만 들춰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생각들은 당연한 사실이다. 통찰력 있게 이 책의 요점을 끌어낼 수 없을 뿐더러, 내가 느끼는 것 또한 무한하기에 나의 얕은 지식으로 모두 다 드러낼 수 없다. 그러나 저자가 말했던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의 저변에는 웹이라는 공간이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터넷 소사이어티 이사였던 스콧 브래드너는 "인터넷에서는 뭔가를 시도해 보기 앞서, 자신의 시도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남들을 설득할 필요가 없다" 라고 피력했다. 그런 공간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변화에 따라가게 된 것이 아닐까. 그런 공간 속에서 내가 어떠한 사회의 일원이 되고 대중이 되는 가는 각자의 인성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재능까지 발휘된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