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재발견 - 원숙한 삶을 위한 친구의 심리학
가와이 하야오 지음, 박지현 옮김 / 동아시아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기분이 꿀꿀할 때면 책 사냥을 한다. 말 그대로 나의 기분에 따라서 읽고 싶은 책을 골라서 읽는 것이다. 내 책장에 안읽은 책이 400권이니, 쌓아둔 책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주로 읽기가 오래 걸리지 않은 책들을 고르는데, 그렇다보니 얇은 책들과 흡인력 빠른 책들을 읽게 된다. 그렇게 내 손에 잡힌 책이 <우정의 재발견>이다. 제본이 잘못 된 책을 메일로 문의했더니 새 책과 함께 보내준 책이었다. 이 책이 내게 오게 된 배경을 알고 책을 읽게 되면 책사냥의 재미가 배가 된다고나 할까. 내 방에서 펼쳐지는 책으로의 여행은 그래서 놓치기 싫고, 책 속의 향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책 제목을 보니 조금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우정을 재발견 하다니. 거기다 부제목은 '원숙한 삶을 위한 친구의 심리학'이었다. 심리학자가 우정에 대해, 친구에 대해 쓴 책이었다. 심리학자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주관적인 생각을 펼칠 수 밖에 없을 터인데, 어떻게 원숙한 삶을 위해 친구를 삽입한다는 걸까. 미셸 투르니에의 <짧은 글 긴 친묵>에는 우정과 사랑에 대해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는 부분이 나온다. 우정은 주고 받는 것이고, 존중하는 마음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과 우정의 비교가 모순 같이 들리는 설명 속에서 나 또한 어리둥절 했지만, <우정의 재발견>도 결국은 같은 내용이었다.

 

  사람의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차이를 명확히 구분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말로 표현되어서 더 아름다워지는 감정이 있는가 하면, 더 악화시키는 것도 있다. 내가 볼땐 이 책은 더 악화시키고 있었다. <짧은 글 긴 침묵>에서 선생님이 설명했던 사랑과 우정의 편협한 비교가 <우정의 재발견>에서 느껴졌다.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한다는 젊은층의 고민에서 시작되는 우정에 대한 견해는 지극히 개인적이었다. 메마른 감정으로 써 내려간 듯한 글 속에서 우정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볼 틈이 없었다. 이 책은  '진정한 우정을 위해 알아야 할 것들','우정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들','경계를 초월한 우정의 아름다움' 의 소제목을 달고 3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거창한 부제목에 부응하는 주제를 던져주지 못하고 있었고, 해답 또한 모호했다. 특정 집단이나 인물의 문제를 화두로 삼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안고 있는 깊은 감정의 얽힘을 겉핥기만 했기 때문이었다. 너무나 뻔한 질문 속에 따라오는 뻔한 대답들이 식상했다.

 

  그의 질문과 의문들은 한번쯤은 생각해 봤던 것들이었다. 친구와 선물의 관계, 남녀 사이에 우정이 존재하는가의 여부, 친구의 출세를 기뻐할 수 있을까란 질문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고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질문에 반해 돌아오는 해답들은 시원찮다. 오가는게 있어야 친구 사이도 유지되고, 성적인 관계를 '졸업'해야 우정으로 지낼 수 있다면서 엉뚱한 예시들을 늘어 놓는다. 물론 현실을 직시하는 직설적인 대답이 될 수도 있다. 이성적인 생각으로 써가다 감정에 치우쳐 마무리 짓는 모습이 맘에 안들었을 수도 있다. 혹은 우정이라는 감정을 미화시키지 못한데서 오는 불만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논리 중심도 아닌, 감정 중심도 아닌 애매모호한 글 속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인간은 고독을 견뎌내므로써 위대해 질 수 있다고 한다. 동지가 있어 큰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이 역설을 얼마나 제대로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이 말을 저자는 지금껏 애둘러 말해 온 것이 아닐까. 결국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지만, 나에게 우정은 어떠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저자처럼 무미건조한 대답이 들려오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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