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집 - 손으로 만드는 따뜻한 세상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리처드 브라운 사진 / 윌북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집은 엄마다"라고 외친 CF가 생각난다. 그런 집에 살고 싶다라는 생각보다 꼬마 모델이 외친 그 한 마디가 참 푸근하게 다가왔다. 나도 어렸을 적 엄마가 집에 없으면, 풀이 죽었다가 엄마가 오면 집의 모습이 다르게 살아났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엄마가 없는 집은 왠지 낯설고, 허전하다. 타샤튜더의 세 번째 책을 마주하면서 집 얘기를 꺼냈던 건 <타샤의 집> 이라는 제목 때문이었다. 워낙 꼼꼼하고 부지런한 타샤 할머니 덕에 <타샤의 집>은 구경만 해도 벅찼다. 타샤 할머니의 집은 푸근함 보다는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현대의 삶과는 사뭇 다른 타샤 할머니의 라이프 스타일 때문일 것이다.
 

  타샤 할머니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한 권씩 책을 모으고 있지만 비슷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걱정과는 달리 다른 책들과 조금씩 중복되는 부분은 있었지만, <타샤의 집>을 통해 말로만 전해들었던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7개의 소제목으로 타샤 할머니의 생활을 구분해 놓았다. 타샤 할머니의 생활이 집에 고스란히 녹아 있기에 집은 타샤할머니 그 자체였다. 타샤 할머니는 19세기 생활을 좋아해서 집도 생활방식도 모두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꾸려 나간다. 될 수 있으면 많은 것을 자급자족하려는 방식으로 힘들고 까다로운 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해 나간다. 집 안에서 벌여 놓는 일을 보면 그 만한 전문가가 타샤 할머니 외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할머니를 도와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먼 거리도 개의치 않고 타샤 할머니와 일을 하는 모습은 단순한 노동이 아닌, 장인정신이 빛날 정도였다. 거기다 그분들이 만드는 것들을 살펴보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바구니를 비롯해 비누,양초, 염색, 실 잣기, 베틀 짜기 등등 요즘이라면 직접 하지 않을 일들을 손수 하고 있었다.

 

  거기다 대부분의 재료들을 정원에서 구하고 있었다. 타샤 할머니가 정원에서 얻어 내는 것들은 요즘 시대에서 상상하기 힘든 것들이다. 염색을 위한 식물, 실을 얻기 위한 식물, 바구니의 재료 등 일부러 타샤 할머니는 그것들을 길러내고 있었다. 기르는 것보다 최종 단계의 재료가 되는 과정이 더 복잡했지만 될 수 있는한 자급자족 하려는 태도가 우리네 시골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세계 어딘가에서는 아직도 그런 생활을 영위해가는 사람들이 있을 테지만 스스로 좋아서 그런 삶을 살아가는 분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너무나 즐거운 마음으로 모든 것을 대하기에 지켜만 보고 있어도 행복해지는 그런 사람 말이다.

 

  타샤 할머니의 부지런함과 근면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타샤 할머니와 이 책을 같이 지은 토마 마틴은 양키(미국 동부 뉴잉글랜드 지방 사람들을 뜻함) 문화를 배경으로 성장한 데서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삶의 매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양키 문화 속에서 타샤 할머니도 그런 성향을 키웠을거라고 했다. 그런 배경이 있더라도 타샤 할머니의 일상을 보면 도저히 좇을 수 없는 활력이 느껴진다. 스스로 원해서 일을 하는 타샤 할머니를 무슨 수로 따라갈 수 있겠는가. 타샤 할머니의 발치조차 따라갈 수 없는 게으름이 내 안에 존재하는 것을. 하지만 자책감으로 타샤 할머니를 대하라는 뜻은 아니다. 타샤 할머니의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을 만끽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므로 전혀 기죽을 필요 없이 <타샤의 집>을 맘껏 구경하면 된다.

 

  타샤 할머니의 일상을 느끼다 보면 집이 주는 포근함은 물론 다른 책에서와는 다른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토마 마틴이 타샤의 친구가 되어, 관찰자가 되어 기록한 글 때문이다. 타샤 할머니의 생활이 소재가 되었지만,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며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따스했다. 타샤 할머니 삶 자체가 인위적인 것이 아닌 놀라움 그 자체지만, 조금 더 공들여진 글로 인해 아름답게 탄생할 수 있어 좋았다. 타샤 할머니의 삶을 차분하게 드러냈던 시간. 독자들이 미쳐 닿지 못한 세계로의 이끌어 주어 타샤 할머니의 매력이 더 돋보였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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