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많은 사람들이 어떤 책을 즐겨 읽으면, 그 책이 궁금하면서도 살짝 질투가 나 구입하지 못한 책들이 있다. 그렇다고 빌려 볼 수도 없고, 다른 사람에게 사달라고 조를 수도 없는 조금은 애매한 책. 타샤튜더 할머니 책이 그랬다. 책도 여러 권 나와 있고, 여기 저기서 소문도 들리는데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온라인 서점에서 반값 행사를 하길래 냉큼 구입 했다. 이번 기회에 이 책을 읽은 사람들 틈에 살짝 끼어 보고 싶었다. 이 책들이 어떤 내용인지 대충은 들었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글 반, 사진 반이라서 금새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 하면서 말이다.

 

  타샤튜더 할머니가 30만 평이라는 대지에 정원을 일군다는 사실이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대단하다는 생각보다 왜 그렇게 고생을 하는지(난 정원을 일군다는 것이 고생이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타샤 할머니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는 건 알지만 과연 혼자서 그게 가능한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정원을 보기 전에는. 아니 할머니의 일상을 보기 전에는 믿기보다 의심만 해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타샤 할머니가 그렇게 즐거워 하며, 만끽하며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19세기 분위기를 좋아해서 온통 옛 것에 취해 사는 할머니, 거대한 정원을 일궈내는 할머니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타샤 할머니의 글을 보면 일관성 있게 써내려 간다거나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수 있다. 정원을 꾸미기 위해 책을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원에 대한 사랑이 넘쳐났고, 가식이 없었다. 자신의 정원에 대해서만큼은 겸손해 질 수 없다던 타샤 할머니를 보고 있으면, 어떻게 오랫동안 열정을 지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정을 지켰다기 보다는 타샤 할머니는 따로 노력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했고, 자신만의 방식 대로 살아온 것 뿐이라고 했다. 타샤 할머니의 정원을 따라서 일 년을 겪다 보면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가고, 삶이 즐거울 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원에서는 혼자 보고 있기 아까울 정도의 아름다운 광경이 많았다. 스스로 일궈 낸 정원에서 그런 광경을 보기만 해도 감사함이 절로 나올 것 같은 자연의 경이로움이었다. 타샤 할머니의 정원, 집, 할머니가 사랑하는 여러 가지를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넋을 빼고 보게 된다. 그런데 이 할머니. 은근히 감성도 풍부하고, 유머도 있고, 엽기적인 면(부엌에 돌아다니는 쥐를 장작불에 화장했다나 어쨌다나.)도 있다. 그래서 타샤 할머니에게 더 빠져 들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직업을 늘 가정주부라고 말한다는 타샤 할머니는 재주가 많은 분이다. 그림도 잘 그리고, 인형도 만들고, 집안 일은 물론 정원 가꾸기에는 달인이 되어 있다. 거기다 책도 많이 읽어서 일상 속에서 문인들의 명언을 실천하며 느끼고 살고 있었다. 가정주부라고 하면 고달픈 집안일에 삶이 찌들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당당히 외치지 않았던가. '가정주부라서 무식한 게 아닌데. 잼을 저으면서도 셰익스피어를 읽을 수 있는 것을'이라고. 그 글귀아래 포스트 잇을 붙여서 '명언이다'라고 써 놓을 정도로 타샤 할머니 만의 명쾌한 사고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중간중간 얼마나 많은 작가의 말을 인용하던지 살짝 주눅이 들 정도였지만, 그러라고 한 말들이 아닌 걸 알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타샤 할머니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집안 곳곳은 할머니의 터전이었다. 넓든, 좁든 맘껏 공간을 누리며 그 공간 안에서는 할머니가 주인이다. 무언가를 다스리려는 것이 아니라 순리에 따르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타샤 할머니를 보고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갈망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즐거워 하는 일을 하며, 자연과 동물들이 어우러진 공간에 살고, 좋아하는 삶의 방식대로(19세기 생활방식) 살아가는 모습. 티 타임을 즐기며 새 들의 노랫소리를 듣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타샤 할머니. 정원을 꾸미는 일에는 어느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너무나 닮고 싶은 삶이었다. 무언가를 이룩해야 겠다 라고 강요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을 하다보니 어느새 그럴듯 하게 만들어진 자신을 내려다 보는 것. 그것 만큼 보람되고 뿌듯한 것이 있을까. 사시사철로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는 정원처럼, 타샤 할머니의 삶도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너무 아름다워서, 너무 벅차서, 또한 너무 즐거워서 말이다. 정말 독특한 할머니지만 우리 할머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될 정도로 사랑스러운 할머니다. 당분간은 타샤 할머니의 정원에서, 삶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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