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지인이 불쑥 이 책을 건넸다. 멍하게 책을 받아드는 나에게 왜 힘드냐고 무엇 때문이냐고 묻지 않고 책 제목이 자신의 마음이라고만 했다. 울컥, 무언가가 쏟아지려 했다. 고맙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면쩍음을 감추려 '나는 공지영 작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라고 말해 버렸다. 그러자 딸에게 보내는 편지지만 단편속에 책 얘기가 들어가 있으니 좋아할 거라는 설명이 곁들여 졌다. 의심 반, 불평 반으로 책을 펼쳤는데 책을 선물한 지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했는데, 정말로 책 속으로 빠져 들어가며 위로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즐거운 나의 집>을 읽었다면 저자와 위녕의 만남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소설로써 저자의 가족을 만났다 하더라도 두 번째 만남이 덜 어색한 법. 이번에는 엄마로써 친구로써 혹은 작가로써 써내려간 편지를 만날 수 있었다. 처음엔 관찰자의 입장에서 책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고, 딸에게 하는 말을 내게 적용시키기 보다 저자가 인용하는 책들에 더 관심이 갔었다. 온전히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오지 못했던 결과였는데 어느새 편지의 주인공이 내가 되어 가고 있었다. 어제 읽어도 내게 하는 말 같고, 오늘 읽어도 나를 위해 편지를 쓴 것 같은 착각. 대상의 초점을 무너뜨리니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고민과 상처를 말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편지와 함께 곁들어진 책들이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것은 책 자체이기 이전에 저자의 해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언젠가 저자는 많은 독자들이 쉬운 글을 쓰는 작가로 알고 있다는 인식에 대해 쉽게 쓰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는 말을 했었다. 나 또한 그리 생각해 왔으면서도 저자의 말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독자의 마음을 간파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얼핏 잔소리로 들릴 수 있는 말들을 자신의 경험과 읽은 책을 버물려 단순한 말에 지나지 않도록 진심을 담아 내고 있었다.

 

  저자가 많은 책들을 인용했던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 이제 세상 밖으로 날아갈 준비를 하는 딸에게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들려 주려 했던건 아니였을까. 인간은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적인 깨달음을 얻는다고 하지만 다른 이의 삶을 통해서 간접적인 깨달음을 얻으라는 권유였는지도 모른다. 저자가 풀어놓은 주인공들의 삶은 가상과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들이였지만, 그 경계를 넘어 그들의 삶을 재조명 해 볼 수 있었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이였지만, 그들의 상황과 나의 상황을 대조시켰을 때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안내자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그들이 갔던 방향을 옳다 그르다 말하기 전에 타인의 삶을 존중해야 한다. 내가 그네들과 비슷한 삶을 살아보지 못하고 방황하는 시기에 있다면 잠시 멈춰서서 그들의 입장이 되봐야 한다. 그리고나서 타인의 삶과 분리시켜 나를 다시 건져 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에게 위로가 되었던 면을 캐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타인의 삶에서 건져냄을 자신이 해야할 과업(?)인 수영과 딸애에 대한 인사로 표현한다. 늘 책의 말미에는 수영을 가야 겠다는 다짐과 핑계가 나오며 '오늘도 좋은 하루'라는 인사로 마무리 한다. 늘 반복되는 문구 앞에 진부한 미소가 지어졌지만, 그것을 타인의 삶에 대한 건짐으로 보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현실로 돌아오지 않으면 저자도 딸애도 독자도 책 속의 삶 속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사는 것 보단 지켜보는 것이 익숙하기에 실천할 용기를 잃어버릴 위험이 있었다. 그렇지만 딸에게 이런 편지를 쓸 수 있는 엄마, 그런 편지를 받을 수 있는 딸이 있다는 사실에 부러움이 조금 일었다. 때로는 나와 끈끈하게 엮여있는 가족의 삶을 타인의 삶으로 간주하며 살아버리기에 이러한 만남이 색다르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내 자신에게도 저자가 자주 썼던 인사를 건네보고 싶다. 자, 오늘도 좋은 하루! 힘차게 오늘을 살아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