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1 - 일타 큰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시각을 갖고 있는 동시에 틀안에 가두려 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종교는 기독교이지만, 기독교 이외의 종교에 배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모든 것은 하나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하나가 쪼개지고 쪼개져서 여러가지로 흩어져 버렸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타 종교에 대해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모든 것은 하나로부터 시작된다고 말 했으면서 내 스스로가 쪼개지고 있었다.

 

  이 책을 손에 쥐면서부터 거부감이 밀려 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기독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배제할 수 없겠지만, 무엇보다 한 스님에 대한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라고 하니 단순히 불교에 대해 알게 되는게 아님을 예감했다. 내가 기대어 살던 세계와 완전히 다른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낯설고 두렵기까지 했다.

 

   그러나 막상 일타스님이 어떤 분이였나, 이 책은 무엇을 말하고 있냐라고 묻는다면 할말이 별로 없다. 내가 일타스님의 일대기를 거쳐오긴 했지만, 현실로 와 닿지 않는 이질감이 때문이다. 그것은 근본이 다르다는 낯섬일 수도 있지만, 나와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온 이에 대한 숙연이라 말하고 싶다. 평생을 참선을 하며 산다는 것이 내게는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이었을 뿐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종교에 대한 반성까지 일었다. 일타 스님을 통해서 수행과 깨달음의 과정에서 불교든 기독교든 본질이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이 다를 뿐 많은 부분이 비슷한데 나는 철저히 나를 중심으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기독교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불교와 비교하며 이 책을 다루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많은 부분 부끄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스스로의 깨달음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남달랐던 일타 스님. 그 스님을 통해서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 들끓었다. 화두 하나만 들고 참선하고 싶었던 욕망,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지는 깨달음의 세계, 깨달으면 깨달을 수록 가까이 다가오는 진리를 향해 일타스님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다. 자신의 신체를 연비한다는 데서 오는 거부감도 일타스님의 행위의 믿음에 사그라져 버렸다. 그만큼 평생을 치열하게 살다간 스님이 일타스님이였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할 때에 수행을 하는 스님들이 한가해 보이고 느긋하게 보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책을 통해 일타스님 뿐만이 아닌 많은 스님들이 치열하게 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치열함을 보지 못한것은 개인의 마음 속에 들끓던 치열함을 보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 분들이 치열함을 드러내지도 않겠지만, 그 내면을 다 보았다고도 이해했다고도 할 수 없다. 진정한 깨달음을 들려 준다고 해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은 그런 연유일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일타스님에 대해 할 말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말들은 온통 낯선 세계 속에서의 허우적거림이였지만 내면의 치열함을 꿋꿋이 지켜간 한 스님을 아주 조금 알았다는 것 밖에 없다. 일반인들이 듣기에 너무나 생소한 용어들과 자연스러움을 이끌어 내기 위한 등장인물을 통해 소설이다라는 것을 감안하면서, 타인의 삶에 대한 앎에 중점을 두기 보다 그의 삶과 나의 삶을 접목시켜서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럴때에 그분들이 깨닫고 하는 것들이 희미하게나마 비춰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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