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로즈의 아주 특별한 일 년 스콜라 모던클래식 4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이승숙 옮김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몸이 벅쩍지근 한게 5월 첫 날 부터 출발이 개운치 못하다. 왜 이리 피곤한지 생각해 보니, 어제 잘 신지 않던 구두를 신고 여기 저기 걸어다닌 탓인 것 같다. 어제의 그 지친 몸을 이끌고 출근을 했으니 5월 첫 날을 실감할 새도 없이 피곤에 쩔어 있는 것이다. 문득, 피곤한 나를 보고 있자니 로즈의 후견인인 알렉 삼촌의 건강 요법을 나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로즈와 나의 입장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알렉 삼촌이 로즈에게 처방한 건강 요법을 따른다면 몸도 마음도 상쾌해 질 것 같다. 햇살이 그득한 방에서 편안한 옷을 입고, 사촌들과 마음껏 뛰어 놀며,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 로즈 뿐만이 아닌 지금 내게도 절실히 필요한 방법인 것 같다.

 

  로즈는 이제 열세 살이지만, 엄마 아빠를 모두 잃은 가엾은 소녀이다. 로즈는 의기소침해 있고, 병약해 졌으며, 슬픔에 빠져 있었다. 그런 로즈를 돌봐줄 친척들은 많았지만 하나같이 말만 앞설 뿐, 로즈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런 로즈의 소식을 듣고 알렉 삼촌이 급히 귀국을 한다. 로즈의 아빠가 자신이 죽으면 로즈를 알렉 삼촌에게 맡긴다고 했으니 알렉 삼촌은 로즈를 위해서 기꺼이 후견인이 되기로 자처한다. 그러나 로즈의 할머니와 고모들의 걱정으로 쉽게 로즈를 알렉 삼촌에게 맡기지 못한다. 그러나 알렉 삼촌은 아랑곳하지 않고 로즈를 일 년간 보살핀 후 건강해 지면 로즈의 후견인으로 당당히 나서겠다고 한다. 그때부터 로즈의 유쾌한 생활이 펼쳐진다.

 

  로즈의 주변에는 가족들이 많았다. 할머니들, 고모들, 삼촌들, 하녀 피비, 거기다 일곱 명의 사촌들까지 들락 거렸으니 슬픔에 빠져 있는 로즈에게는 귀찮은 일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가족들의 위로가 되려 슬픔을 자극하기도 했고, 그런 로즈를 가족들도 어쩌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상황이였다. 그 때 알렉 삼촌이 오신 것이다. 알렉 삼촌은 다른 가족들과는 달리 로즈의 입장에서 많은 것을 이해해 주며 사랑을 듬뿍 주었다. 그런 삼촌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로즈는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그런 로즈를 바라보며서 다른 식구들도 로즈의 본심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부모를 잃었다는 슬픔에 어쩔줄 몰라 하던 로즈를 밝고 명랑한 소녀로 받아 들이게 된 것이다. 로즈 또한 삼촌을 비롯해 다른 식구들의 사랑으로 착한 아이가 되겠다는 다짐을 한다. 

 

  로즈가 밝아진데는 사촌들의 영향이 컸다. 처음에는 남자 사촌들이 낯설고 어색해서 놀라고 피해다니기도 했지만, 사촌들의 배려와 아이다움에 같이 어울리게 된다. 남자 사촌이라고 피했던 로즈의 편견은 사촌들과 캠프를 하고, 파티도 하고, 서로를 돌봐주면서 스스럼이 없어진 것이다. 로즈가 등장하는 1800년대에 남자 사촌들과 어울리며 스스럼 없이 지낸다는 것은 파격적인 것이였다. 현 시점에서 로즈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고리타분해 보이기도 하고, 형식에 얽매여 있다는 느낌이 많지만, 그 당시의 로즈는 틀에서 빠져 나오는 순간을 누린 것이다. 알렉 삼촌을 통해 자유분방하게 아이다움을 드러내는 것은 그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로즈는 자신에게 주어진 변화를 만끽하면서 건강한 소녀로 자라게 된다. 많은 식구들의 사랑 속에서 자신의 건강함과 쾌활함을 발견해 가면서 주변 식구들에게 자신이 받은 사랑을 돌려준다. 삼촌의 충고를 따라 방종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숙녀로써의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깨달으면서 할머니들에게 집안일을 배운다. 피비를 하녀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매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누리는 것들을 나눠 주기도 하면서 로즈는 단순히 슬픔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그렇게 많은 것들을 깨달아 가고 있는 사이에 일 년 이라는 시간이 흐른다. 고모들과 삼촌은 그동안의 로즈의 변화를 바라보면서 로즈가 직접 후견인을 선택 하도록 한다. 이미 사랑스러운 조카와 사촌으로 변한 로즈를 많은 식구들이 원했지만, 로즈는 알렉 삼촌에게 자신의 후견을 부탁한다.

 

  그렇게 로즈의 일 년의 모습은 끝이 났지만, 이 책의 후속편이 있다고 하니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일곱명의 남자 사촌들과의 애정 전선이 그려진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도 궁금하지만, 밝게 지내는 로즈를 보고 있자니 나 또한 즐거워 지는 것 같아 로즈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로즈의 일 년을 같이 보낸 기분이 들 정도로 밝고 명랑하게 지내는 로즈. 그런 로즈가 자신의 이름 처럼 활짝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이 되길 바라며 로즈의 명랑함을 닮아가는 나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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