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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다이어리 - 나를 변화시키는 1%의 비밀
샌디 그레이슨 지음, 안기순 옮김 / 꽃삽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그 동안 나는 비교적 일기를 꾸준히 써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책 리뷰에 마음이 쏠리면서 일기는 뒷전이 되어 버렸다. 책 리뷰와 일기는 엄연해 다른데 이삼일에 한번씩 써대는 리뷰에 이골이 나버린 것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쓰는 글임에도 손으로 쓰는 것이 벅차 일기를 팽개쳐 버린 것 같다. 그런 일기 쓰기를 다시 시작한 것은 최근이었다. 미셸 투르니에의 <외면일기> 때문이었다. 나도 외면 일기를 부담 없이 써보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나의 일기가 힐링 다이어리에서 제시하는 방법을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가끔 초등학교 때 일기를 읽다보면 유치함에 몸을 떨 때가 있다. 일기를 형식에 맞춰서 쓰고 있었고, 선생님이 검사를 한다는 사실을 의식하며 어색하게 쓴 티가 역력하기 때문이었다. 형식에 맞춰서 쓴다고 했지만 매끄러움은 찾을 수가 없다. 그냥 어릴 때의 나를 돌아보며 배시시 웃을 뿐이다. 그런 일기 쓰기가 자유로워 진 것은 중학교 때 부터였다. 더 이상의 검열은 없었고,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수 없이 쏟아지는 번뇌와 고민들을 채우기에 일기장이 부족할 정도였다. 그런 습관은 고등학교 때 꽃을 피웠다. 제법 커다란 일기장을 한장에서 두장까지 써 내려가며 내 안의 모든 것을 토해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때를 돌아보면 내 안의 나와 마주보며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멤돌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겪어 왔기에 이 책은 나에게 커다란 감흥을 줄 수 없을거라 생각했다. 일기를 어느 정도 써왔었고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내면을 드러낼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써왔던 일기를 돌아볼 수 있었던 것은 이 책 덕분이었다. 단순하게 일기 잘 쓰기가 목적이 아니라 마음속의 상처나 고통을 일기를 통해 치유하는 할링 다이어리였기 때문이다. 언뜻 힐링 다이어리라는 단어가 낯설게 다가왔지만 예전에 힐링 음악을 들은 적이 있어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었다. 그 음악을 들었을 때 마음이 편안해졌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힐링 다이어리는 조금은 특별한 일기를 쓰는 방법을 알려주기 이전에 내 안으로 가까이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일기를 썼어도 겉돌기만 했다면 일기를 통해 나의 내면을 좀 더 들여다 보고 무엇이 부족했었나를 점검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단순한 일상의 기록을 통해서도 스스로를 치유해 갈 수 있다 생각하자 저자의 충고가 몇가지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분노, 슬픔, 상처를 끌어내 보라는 것. 글을 통해서 드러내면 나만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이 눈에 띄지 않는 변화라고 해도 지금까지 살아왔던 나를 뒤집기에는 충분한 내면적인 변화가 될 수 있었다. 짧은시간 뱉어내는 내면의 소리에 그렇게 큰 힘이 발휘될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자신이 자신을 치유한다는 것은 일기를 통해 계기를 만들고 기댈 수 있다 해도 힘든 것은 사실이다. 지금 당장 일기를 쓴다고 해서 나의 속내가 다 드러나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살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극복했으면 하고 소망하는 저자의 핵심은 단순하다. 자신에게 솔직해 지라는 것.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일 때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을 이미 스스로 알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며 미래를 잊어 버리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을 옭죄는 과거와 현재가 미래를 갉아먹는 좀이 될 수도 있다. 힐링 다이어리는 바로 미래를 찾는 것이다. 예전의 나의 모습을 돌아보며 죄책감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팽개쳤던 미래를 찾아 보는 것이다. 미래를 꿈꿀 수 없다면 최소한 나를 짓누르는 과거에서 헤어나와야 할 것이다. 이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조금만 시간을 내어보자.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