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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i's Cartoon Grammar- 상 - 초등학생을 위한 가장 재미있는 문법책
Daniel E. Hamlin 외 지음, 옥문성 그림 / 박마곰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영어에 관해서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입에 거품을 물고 토로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공부해도 안된다는 둥, 요즘은 책이 너무 많다는 둥, 우리나라 교육은 문법에 비중이 크다는 둥 대부분이 불만스러운 말들이였을 것이다. 나 또한 오래전에 손을 놔버린 영어 때문에 골머리를 썩을 정도는 아니지만, 갈수록 영어의 필요성은 가중되고 있기에 끙끙 앓기만 할뿐 제대로 영어 공부를 해 본적이 없다. 그렇다보니 영어에 대해 회의적이면서도 부정적인 말들만 잔뜩 늘어놓고 정작 영어와 가까워 지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 내가 가식적으로 느껴질 때가 참 많다. 이런 나의 습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지인이 내 수준에 맞다며 이 책을 추천해 주었다. 초등학생을 위한 문법 책이라... 나의 수준에 딱 맞는 책이긴 한데, 영어에 대한 거부감은 어쩔 수 없이 일렁이고 있었다.
책을 받아 쥐고서도 한참동안 열어보지 않았다. 영어책은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인데 설렁설렁 읽고 넘길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영어 공부를 하기 싫어서 였을 것이다. 영어를 공부로만 치부해 버리는 편견이 깊어 어쩔 수 없다 해도 하기 싫은 마음은 그득했다. 그러다 더 미룰 수 없어 책을 펼쳤 보았는데 조금씩 빠져들고 있는 나를 보며 흠씬 놀라고 말았다. 노트를 펼쳐놓고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읽어만 보자는 심정이였는데, 읽기만으로도 공부가 되는 것 같아 거부감이 사라지고 있었다. 처음엔 soil 이라는 캐릭터의 등장도, 저자의 그림도 어색해서 '이게 머야' 하는 마음이 컸었다. 그러다 그림과 함께 나오는 문장이 조금씩 눈에 들어와서 그림을 먼저 보고, 본문을 읽고 해석을 보고, 그 다음에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들을 살펴 보았다. 처음엔 그림과 함께 나오는 문장 해석에만 정신이 팔려 정작 중요한 문법에 대한 설명을 지나치고 말았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해석이 눈에 익자 서서히 문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문법책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은, 문법과 단어와 그림으로 배우는 영어가 어우러져 있어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았다는 데 있을 것이다. 문법이 위주가 되겠지만 그림을 통해서 문장을 만들어 보고, 문장을 통해 그림 속의 것을 표현해 보려는 것이 나름 큰 도움이 되었다. 그 과정을 끝내고 나면 내가 서투른 단어와 숙어들을 훑어 보았고, 그 안에 숨겨진 문법들을 익힘으로써 편안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문법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초등학생을 염두해서인지(요즘 초등학생들의 수준이 무척 높지만) 재미있는 그림들이 있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아주 작은 공간안에 펼쳐지는 부연 설명을 위한 그림들이 문법을 딱딱하지 않게 해 주었고, 무엇 보다 연결된 설명이 마음에 들었다. soil의 모험에도 나름대로의 스토리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저자가 부연 설명을 하는 곳에도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단순한 그림이 많은 도움을 주지 않았나 싶다.
그런 재미를 느끼다보면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그림을 통해 다시 한번 익혀야 할 단어들을 만나게 된다. 앞에서 본 것들을 떠올리며 익혀야 와닿는 부담이 있었지만, 읽기만으로 이 정도의 재미를 붙인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그림에만 정신이 팔려 무조건 따라가다 보니 저자가 마련해 놓은 구성은 꼼꼼히 살피지는 못했던게 사실이었다. 다시 한번 차례를 보고 나서야 기초적인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무엇을 공부했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었다. 모든 것이 부족하기에 무엇에 도움이 되었는지 명확히 말할 순 없지만, 무언가가 내 안에 들어온 것 같아 조금씩 뿌듯해지고 있었다.
영어라면 무조건 피하고 싶어 하던 내게 편안하게 다가온 책이었다. 거부감을 없애고자 읽기만 했으니 이제는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꼼꼼히 공부해 보고 싶다. 수두룩하게 쌓아놓은 영어책들을 보면서 한권이라도 끝까지 끝내보자 라는 다짐을 했었는데, 이 책이 그 소망을 이루어 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나의 공부를 마치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조카에게 줄 생각이다. 요즘엔 초등학생인 조카에게 자꾸 영어가 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민감하던 차에 잘 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