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언젠가 - 개정판
츠지 히토나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어떤 책을 읽을 때, 책을 읽는 독자의 배경이 미치는 영향은 극과 극을 달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아쉬움이 남거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책을 호평할 때의 느낌이랄까. 그런 책들을 만나면, 이 책을 읽을 때 나의 상황이 조금 달랐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그러나 책을 만날 때 마다 내게 처해지는 상황이라든가 감정의 기복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우연처럼, 운명처럼, 혹은 필연처럼 다가오는 모든 배경을 자연스러움이라고 생각할 밖에는. 이처럼 장황하게 책을 읽는 독자의 배경을 늘어 놓는 것은 내 자신을 합리화 하려는 건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의 시선일 수도 있고 이 책을 다른 책들과 좀 더 다른 시선에서 보았다는 계면쩍음 일지도 모른다. 분명 이런 스타일의 책은, 책 안에서의 읽힘보다 책 밖에서 지켜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안녕, 언젠가>는 책 안에서 허우적 거리며 읽었기에 부끄러워 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을 읽다보면 비슷한 스토리를 참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스토리보다 저자의 필력이라든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구성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다. 그런면에서 보자면 츠지 히토나리의 <안녕, 언젠가>는 저자의 필력에 점수를 주고 픈 작품이다. 뻔한 스토리라는 편견을 조금이나마 벗겨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약혼자를 일본에 남겨두고 일 때문에 태국에 온 유타카는 우연히 토우코라는 여자를 알게 된다. 그녀는 자기 약혼자와는 또 다른 매력을 내 뿜으며 유타카의 마음 속으로 깊이 들어와 버린다. 그러나 결혼식 날짜는 다가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한 유타카는 그녀가 떠남으로써 자신의 인생이 원래 향하려했던 방향으로 되돌아 간다. 그러나 토우코라는 여자. 태국의 뜨거운 햇빛과도 같은 열정을 지녔던 여자. 그 여자를 잊을 수 없다. 그리고 25년 후 그들이 늘 사랑을 나누었던 태국의 호텔에서 재회를 한다.

 

  여기까지만 지켜 보더라도 흔히 보아 온 러브스토리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재회 이후의 결론을 더 끄집어 낸다면, 구닥다리 사랑 이야기가 아니냐는 핀잔을 들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70년대의 태국을 배경으로 유타카와 토우코의 이야기를 써 나갔고 25년이 흐른 현재의 그들은 낯설었다. 그들이 사랑했던 70년대의 태국이 아니라 25년이 흐른 뒤 마주하게 되는 그들의 공백이 낯설고 어색했던 것이다. 여전히 우유부단해 보이는 유타카. 의외의 삶을 살아 온 토우코. 그들의 현재 모습은 70년대 자신들의 모습과 반대되는 삶을 살고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우유부단하며 곁길을 가지 못하는 유타카는 어느 정도의 성공된 삶을 살고 있었고, 화려하고 방탕해 보이던 토우코는 성실한 삶을 꾸려 나가고 있었다. 과거에 비추어 그들을 판단하는 건 경솔한 생각일지는 몰라도 그런 의문이 들었다. 그들이 헤어졌기에 더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그들이 서로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기에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분명 25년전 그들은 뜨겁게 사랑했었다. 사랑한 기간은 중요하지 않지만 그때 그들의 선택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하는 생각은 집요하게 나를 따라 다닌다.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뛰어 넘어야 그 방법이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토우코의 삶은 너무나 고독했고 유타카의 삶은 겉과 내면이 다른 삶으로 보였기에 자꾸만 아쉬움이 드는 건지도 모른다.

 

  유타카의 부인이 연애하던 시절 유타카에게 그런 시를 보낸 적이 있다. <인간은 죽을 때, 사랑 받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 거야// 난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 토우코는 유타카가 이런 질문을 했을 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린다고 했다가 사랑한 기억을 떠올린다고 말을 바꿨다. 결국 그녀는 사랑한 기억 때문에 평생을 행복과 고독 속에서 살아간 셈이다. 사람이 그런 기억만으로 남은 평생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토우코는 불행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의 삶을 지켜 본 독자들은 그녀에 대해 왈가왈부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옳다 그르다를 논할 수 없는 것이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사실. 그 사랑을 안고 평생 살았다는 사실. 그 사랑이  비현실적이다거나 어리석은게 아니라는 생각은 죽을 때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은 나의 마음과 닮아서가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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