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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그림편지 - 스페인 현대 동화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7
곤살로 모우레 지음, 김정하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한 작가의 다른 책을 읽는다는 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굉장한 인연이 있다는 생각을 자주 생각하게 된다. 수 많은 작가의 책 중에서 한 작가의 책을 완독한다는 게 쉽지 않은만큼 여러번의 만남을 갖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그런 작가들 중에서도 곤살레 모우레는 조금 특별하다. 내가 주로 읽는 장르가 아닌 아동작가이기 때문이다. '안녕, 캐러멜' 한 권으로 인상깊게 다가온 작가라서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국내에 번역된 책이 '아버지의 그림 편지' 말고도 두권이 더 있었다. 그래서 두권을 구입하고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는데 사서 볼걸 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그만큼 곤살로 모우레의 작품은 여운이 오래 남는 책이다. 어른인 내가 읽어도 가슴이 뭉클하고 진한 감동이 밀려오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는 확신이 든건 '안녕 캐러멜' 때문이었다. 두껍지 않은 책이었지만 마음에 퍼지는 따스함은 오래도록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다른 책으로 관심이 기울어지게 되었는데, 우연히 어린이 도서관에 놀러 갔다가 발견 했을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안녕 캐러멜' 같은 감동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역시 한 소년이 등장한다. 12살의 마이토는 판자촌에서 살고 있다. 그런 마이토에게 위기가 닥친건 아버지가 감옥에 갇힌 뒤부터다. 마이토가 알 수 없는 복잡미묘한 어른들의 세계에서 아버지는 나쁜짓을 하지 않았음에도 가족들 곁을 떠나야만 했다. 그런 아버지의 빈자리가 마이토는 버거웠다. 아버지가 보고 싶고 소식을 묻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다 다른 아이들이 오기전, 자신에게 목욕도 시켜주고 머리에 이도 잡아주곤 하는 수산나 선생님을 통해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기로 한다. 편지로 인해 희망을 안게 된 마이토는 아버지의 답장을 기다린다. 그러나 아버지가 직접 쓴 답장은 그림으로 되어 있는 익숙치 않은 편지였다. 그러나 마이토는 아버지의 그림 속에서 메세지를 발견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아버지의 마음을 읽어 나간다. 수산나 선생님은 그 편지를 이해할 순 없지만 마이토와 마이토 아버지만의 독특한 세계를 보호해 준다.
그러나 마이토는 아버지와의 편지가 반갑고 기다려지지만 아버지가 언제 감옥에서 나올지 무척 궁금하다. 수산나 선생님께 물어 봤을 때, 수산나 선생님조차 당황스러울 정도로 아버지의 상황은 난처하다. 그런 마이토를 보며 수산나 선생님은 마이토 아버지에 대해 알아 보지만, 그 소식을 그대로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란스럽다. 그래도 수산나 선생님은 솔직하게 말하고 마이토는 아버지가 빨리 감옥에서 나올 수 없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 아파 한다. 잠시 방황을 하며 다시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는 마이토를 지켜 보며 수산나 선생님도 나도 마음이 아파 오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마이토는 아버지의 편지를 받고 충격을 받게 된다. 그림으로 아버지와 편지를 주고 받던 마이토에게 서툰 글씨로 된 편지가 도착했던 것이다. 마이토를 위해 글씨를 배워 서툴게 쓴 아버지의 편지였지만, 마이토는 상실감을 느껴 버린다. 그런 마이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슬퍼하는 마이토를 보고 있자니 의아한 기분도 들었다. 그러나 마이토가 왜 그랬는지 말해주는 구절을 읽고 나서야 마이토의 마음이 느껴져 왔다. '글자로 씌여 있는 말들은 두 사람 사이에 오가던 그림이 지녔던 놀라운 상상력을 뛰어넘을 수 없었습니다.' 때로는 글이 아닌 공간으로 펼쳐지는 교감이 더 감동적이라는 것을 깨닫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아버지와 마이토는 재회를 했지만 마이토네 가족은 뿔뿔히 흩어진 뒤다. 어머니는 떠나 버렸고 누나와 동생도 헤어져 있다. 그런 가족들을 다시 모아 마이토와 마이토 아버지는 편지에서 꿈꿔왔던 사촌네로 가기로 한다. 거기서 새롭게 시작 하려고 한다. 마이토에게 상처가 마음에 박혀 있을지라도 아버지와 남은 가족이 있기에 용기와 희망을 얻으려 한다. 그런 마이토를 수산나 선생님도 기꺼이 보내주고 있었다.
마이토와 아버지의 그림 편지를 통해 마음이 저릿거릴 정도로 감정의 포구를 열어준 저자는 이번 작품에서도 실망 시키지 않았다. 현실은 절망적이더라도 한톨의 씨앗을 희망으로 바꾸는 놀라운 마법을 저자는 가지고 있었다. 그랬기에 마이토와 마이토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겐 더 많은 희망의 씨앗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