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족의 100가지 비밀
데이비드 나이븐 지음, 남영주 외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세월이 흐를수록 친구의 편안함보다 가족의 푸근함을 더 찾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 20대 초반까지는 가족 보다는 친구들이 더 좋았고 가족 안에서 구성원의 역할을 하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시간이 더 많았음을 인정하게 된다. 각자 떨어져 지내면서도 늘 가까이에 있었는데 왜 나는 가족에게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일까. 그건 아마 표현하지 못하고, 드러내지 못한 가족의 소중함을 등한시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 가깝고 서로를 위로해주며 보듬어줘야 할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여기저기 무너진 곳이 더 많은 것 같다. 촘촘하게 엮은 울타리 내에서 살아가는 가족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가족이 많기에 나 또한 그런 상황일 수 있기에 '가족'이라는 단어만으로도 관심이 쏠린다.

 

  예전에 저자의 <건강콘서트>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그 책과 형식과 구성은 비슷하며 단지 그 대상이 건강에서 가족으로 바뀌었다는 사실만 인지하면 될 것 같다. 건강 콘서트에서 간간히 비춰졌던 가족의 역할, 조화 등이 이 책에서는 자세히 드러난 것 같았다(건강하기 위해서도 가족의 힘은 늘 필요했음으로). 역시 짧은 문단으로 된 100개의 단락이 있었고 그 단락안에서도 잘개 나누어서 저자의 생각, 사례, 통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 나누어짐이 생각을 분산시키기도 했고, 행복한 가족의 비밀이 100가지나 나열된다는 것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그런 문단의 연속이라면 내가 무언가를 건져올릴 수 있을까란 불안함도 내제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들이 초반부터 밀려와 이 책을 읽는 기간은 실로 오래 걸렸다. 읽으려고 하면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 이렇듯 느껴졌던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책을 대하면서 기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족과 잘 지내보고 싶다는 소망과 열망은 있었지만 한권의 책으로 달라질거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음을 닫고 있어서 받아 들인다는 것도 제대로 못한다 생각할지 몰라도 '행복'이라는 단어를 쉽게 믿지 않아서였다. 분명 행복은 거창한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가족에게 대입시켜 보지 않았던 것, 그것이 나의 위험이라면 위험이었을까. 또 다른 이유는 나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나의 가족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 같다. 수많은 사례 중에서도 저건 나와 상관없는 얘기야, 저건 다른 사람들 이야기야라고 지나쳐 버렸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도 건성으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 건성거림 속에서도 조금씩 무언가가 떠오르고 있었다. 저자의 말보다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통게보다도 수 많은 사람들의 사연 때문이었다. 

 

  책에 소개된 사례들이라면 문제점은 있지만 나중에는 행복하게 변해가는 명확한 결론이 드러나는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 사레들도 많았지만 이 책에서의 사례들은 좀더 솔직한, 그리고 천천히 변화해가는 시작과 과정을 담은 것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결과를 보여주기 보다는 앞으로 이 가족들이 어떻게 지낼 것인가가 눈 앞에 그려지기도 했다. 그 상상속에서는 가슴아픈 것도 대단함도 안타까움도 잇었지만 역시 가장 큰 것은 가족간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서툰 발걸음이 아니였나 싶다. 그 서툰 감정을 비춰주는 것만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똑같은 말이라고 해도 각자의 마음상태에 따라 다르듯이 100가지의 사례 중에서 몇가지는 분명 자신에게 와 닿을거라 생각한다. 그 와닿음 중에서 정말 나의 문제, 우리 가족의 문제라도 생각되는 것들을 인정하고 실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갈수록 팍팍해지는 세상에서 가족이라고  그 팍팍함을 피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알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돌아가기를 갈망하고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평안하고 싶은 마음을.

 

  책도 대하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깨닫게 된다. 읽기 팍팍하고 눈에 들어오지 않고 나와 상관없는 얘기들이라 여겨지던 책이 서서히 열리는 것을 말이다. 그 열림이 컸다고 말을 할순 없지만 한 두 가지라도 건져내어 생각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100가지의 방법을 다 수용할 수도 없을 것이고 그럴 필요도 없다. 나에겐 단점이 더 많았던 책이였지만 적어도 나의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고 본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남에게 책주기 깐깐한 내가 사무실 공동으로 쓰는 책상위에 이 책을 올려놓고 왔다. 글도 짧막짧막하니 사무실 식구들이라도 편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자신에게 맞는 이야기를 찾고 작은 변화라도 일으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오타발견

 

p 05. 그림에도 -> 그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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