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동화
루이스 세뿔베다 지음 / 바다출판사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과의 만남에도 인연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책들 중에서 내게 간택(?)된 책들마다 특별함이 있지만, 읽지 않았다면 서운했을 것 같은 만남이 있다. 대부분 그러한 영향은 작가의 발견으로 이루어 지는데 내게 그런 작가는 도스또예프스끼와 토마스 만이다. 도스또예프스끼는 우연히 서점에서 나온 전집을 보고 재회한 경우라면, 토마스 만은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된 보물같은 존재였다. '상실의 시대'가 핸드폰 광고에 나오면서 궁금해서 읽게 되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 보다는 책 속에 나왔던 '마의 산'을 통해서 토마스 만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마의 산'이 궁금해서 구입했다가 두 달동안 낑낑대며 읽고 난 후, 토마스 만의 책은 여렵다고 다시는 읽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그런데 서점에서 토마스 만의 다른 작품을 보고 홀라당 사버린 후 토마스 만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반열에 올라 버렸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가장 먼저 토마스 만과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핫라인'을 읽고 알게 된 작가지만 별 감흥을 얻지 못해 묻혀 버렸던 작가였다. 그러나 지금은 우연히 어린이 도서관에 가서 이 책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든다.

 

  곤살레 모우레의 책을 빌리러 갔다가 우연히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아동책은 아는 작가가 없어서 지나치기 일쑤였는데 '핫라인'으로 인연을 맺게 된 작가라 '어! 이 작가가 동화책도 썼네'하며 아는 작가를 만났다는 반가움이 앞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주의 대여기간을 넘기고 다시 빌렸다가 이제서야 읽게 되었는데 따뜻한 마음이 넘쳐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다. 잠시 현실을 잊고 풋풋한 마음을 품어볼 수 있는 것. 그것이 동화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무척 궁금해지고 있으니 당분간은 저자의 다른 책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설레임이 생긴다. 이 작가에게 열광을 하는 이유는 전혀 닮지 않은 두 개체가 아웅다웅 살아 가는 모습을 너무 이쁘게 썼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을 돌봐주던 주인이 긴 휴가를 간 사이에 고양이 소르바스에게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긴다. 이동 중이던 갈매기 무리에서 벗어난대다가 기름떼까지 뒤집어써서 목숨이 위태롭게 된 갈매기 켕가가 자신의 집 베란다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켕가는 다짜고짜 알을 낳게 될것 같다며 소르바스에게 세가지의 약속을 강요한다. 자신이 낳은 알을 먹지 않기, 부화 할 때까지 알을 보호해 주기, 태어난 새끼에게 나는 법을 알려주기. 소르바스에게는 지키기 힘든 약속이였지만 켕가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서 순순히 약속을 하고 만다. 그렇게 켕가는 숨을 거두고 소르바스를 비롯한 부둣가의 고양이들에게는 비상이 걸린다. 모두가 소르바스가 켕가와 한 약속을 지켜주려 했기 때문이다. 백과사전을 뒤져 알을 부화하는 법, 먹이를 주는 법, 나는 법을 가르치기도 하고 자신들과 다른 새끼 갈매기를 돌보면서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기도 한다. 새끼 갈매기는 자신이 갈매기라는 사실과 날아야 한다는 운명을 받아 들이기 힘들어 하지만 소르바스 덕분에 건강하게 자라난다. 그러나 역시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알려준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여러 고양이들이 힘을 합쳐 백과사전을 완벽하게 독파한 후 여러차례 새끼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지만 매번 실패하고 만다. 그래서 고양이들은 인간의 힘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인간의 도움을 받으려면 인간의 말을 섞는 금기를 깨아한다. 회의를 거쳐 금기를 깨는 것을 허락받은 소르바스는 그들의 선택해준 인간, 시인에게 도움을 받기로 한다. 시인이라면 고양이가 인간에게 말을 거는 것도, 그들이 갈매기를 키우게 된 것도, 그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알려주려 한다는 것도 이해해 줄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생각대로 시인은 그들의 말을 들어 주었고 이해해 주었다. 그리고 새끼 갈매기가 날 수 있도록 최종적인 도움을 주었다.

 

  분명 소르바스와 새끼 갈매기는 이별을 했다. 서로의 존재가 다르기에, 살아가는 터전과 방식이 다르기에 정해진 운명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이별은 가슴 아프지만 슬픈 이별은 아니였다. 그들이 함께 한다는 현실이 더 슬픈 것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게 그들에게는 행복일 것이다. 그 행복의 충실한 재료는 서로간의 사랑이였다. 소르바스에게 엄마라 부르던 새끼 갈매기와 그런 갈매기를 품어 주는 고양이 사이를 메꿀 수 있었던 것은 사랑밖에 없었다. 도무지 사랑이 솟아날 수 없는, 너무나 다른 고양이와 갈매기 였지만 그들에게 사랑이라는 마음을 심어준 저자의 의도는 무엇이였을까.



 

 잠시 저자의 이력을 살펴본다면 독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환경문제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갈매기 켕가가 기름떼 때문에 낙오되고 죽어갔던 것처럼, 인간의 자연 파괴를 고발하면서도 자연과 인간의 화합을 자연스레 이끌어 내기도 했다. 고양이와 갈매기는 자연에 더 가까운 생명체이지만 서로 다른 개체의 만남과 인간의 등장은 우리가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서로간의 조화를 말해주고 있었다. 소르바스가 갈매기를 키우고 돌보았던 것처럼, 인간의 도움으로 새끼 갈매기가 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던 것은 고양이들이 새끼 갈매기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무언가를 바라고 주는 것이 아닌 무조건적인 사랑, 그 사랑을 보았기 때문에 나의 마음이 이렇게 따뜻함으로 넘치는 거라 생각한다. 고양이와 갈매기의 낯설지만 따뜻한 사랑을 보았다면 이제는 인간의 사랑을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 사랑의 대상은 넘쳐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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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9-13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멋진 작품이군요. '곤살로 모우레' 의 작품은 '그리고 나는 어른이 되었다'하나 밖에 못 읽었지만... 이 책 보고 싶어요! 바구니에 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