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인간적인 삶
김우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책에게 한번쯤은 배신을 당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쌩뚱맞게 책에게 배신이라니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책을 읽기전의 이미지와 각오(?)를 단번에 무너트리는 책을 만나면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나에게 배신감을 안겨 주었다고. 오로지 나 혼자만의 착각이고 무지였다 해도 나의 수준에서 읽어 나갈 수 없는 책이였기에 이런 푸념을 늘어놓아 본다. 나는 정말로 자유와 인간적인 삶을 꿈꾸다 되려 결박 당해버린 것일까. 책을 읽는 내내,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이 책의 난해함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처음 책을 마주했을 때는 나의 책 읽는 수준이 한단계 올라갈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책을 어느정도 읽었다면 이젠 이런 책을 읽어야지.' 라며 혼자 자만에 빠져 책을 펴들었다. 저자도 너무나 유명한 분이셨고 그것 보다는 제목에 매료되어 허영심이 샘물 솟듯 솟아나, 이 책을 읽고나면 자유롭고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을거라 혼자만의 상상에 비실비실 웃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상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약 15페이지 되는 서문을 읽었다 덮었다를 3일을 반복했지만 도무지 끝까지 읽을수가 없었다. 서문부터가 이해할 수 없는 말들로 나를 옥죄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본문에 들어가면 나아지겠지 하고 어렵게 어렵게 서문을 읽었지만, 산너머 산이라고 본문은 더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초반에는 흥미롭게 읽었었다. '삶의 선택'이라는 소제목에서 수학자 페렐만의 이야기는 생각해볼만 했다. 진정한 자유와 인간의 권리는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사레였다고 생각한다. 수학자로써 영예로운 상과 상금을 포기한 그의 행동을 보고 다른 사람들은 크나큰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의 모습에서 자유와 권리를 논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는 것보다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의 의지대로 행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서였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되어지는 틀을 깨고 과감히 자신의 의지대로 했다는 것이 무조건적인 자유와 권리를 보여준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런 사례를 통해 한번쯤은 나의 생각을 뒤집어 보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페렐만의 사례로 시작했다고 해도 뒤로 갈수록 난해해지는 글에 정신을 못차린 건 여전했다. 페렐만의 이야기만 기억될 뿐, 저자가 페렐만의 사례를 통해 무슨 얘기를 했는지 수긍 할수 있는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다.

 

  페렐만을 제쳐두고라도 자유에 대해, 그에 부응하는 인간적인 삶에 대해 세 단락으로 나누어 심층적으로 파고들고 있었지만 내가 그 안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많지 않았다. 여러가지의 사례들과 내가 알지 못하는 많은 사상가의 말을 인용하여 논하고 있었기에 내게는 너무나 생경했다. 읽으려 애쓴다고 읽어지는 책이 아니라 나의 수준에서 한참 올라선, 아니면 아예 일반독자들은 읽을 수 없게 배배 꼬아버린 글들이였다. 이런 글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일까.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더라도 내가 깨닫지 않는한 내게 와닿지 않는게 허다한게 사실이다. 그러나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무엇을 말하고자 함인지 전혀 모른 상태이다 보니 내 자신이 무척 작아지는 것 같아 부끄러워졌다. 나의 수준에 맞게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독서이지만 나에게 과분한 책을 만났음에도 끝까지 읽어야 하는 것, 그리고 의무적으로 쓰듯 느낌을 남긴다는 것이 오늘은 가식적으로 느껴져서 기운이 빠지고 있다. 어쩌면 나의 이 행위가 페렐만이 보여 주었던 이면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페렐만의 선택이 넓은 곳으로 뻗어 나갈수 없다는 좁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반면, 자신의 생각대로 선택한 삶이라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바가 있다. 그러나 저자의 말대로 거꾸로 생각해 보자면 우리는 그러한 자유 선택의 가능성을 얼마나 멀리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사례였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독서는 자유 선택에서 한참 뒤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였다. 지식만 채우고자하는 허영에서부터 이 책을 읽으므로써 자유와 인간적인 삶이 내게로 올것이라는 착각을 했던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가 선택한 것은 별로 없었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내가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하고 책에 대해서 할말이 없더라도 나의 생각과 일치하지 못하는 작은 행위 하나에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는 것도 아이러니지만.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페렐만의 이야기여서 처음부터 끝까지 페렐만의 이야기 밖에 할 수 없었지만 저자 또한 그의 이야기로 책을 마무리 하고 있었다. 많은 것이 개인의 결단에 달려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페렐만의 선택은 사람의 감정과 심리를 송두리째 사로잡는 추상적이고 내용없는 커다란 허영의 시장을 거부한 것이라고. 나 또한 이 책을 읽는 것 부터가 어렵고 힘든 과정이였기에 이번 계기로 통해 소소한 선택의 자유를 얻어 보려고 한다. 그 시작은 독서의 방향을 잠시 바꾸는 것 부터가 허영의 세계를 거부해 나가는 것이라고 자문해 보게 된다.

 
오타발견

 

p. 20 즉음이냐를 -> 죽음이냐를     자실할 것인가 -> 자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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