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시스 무어 6 - 첫번째 열쇠 율리시스 무어 6
율리시스 무어.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 지음, 이현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혼란스럽다. 5권에서 도저히 다음권이 완결일거라 상상할 수 없었는데 어쨌든 6권을 완결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5권에서 예상했듯이 지금껏 펼쳐진 의문들이 속시원히 풀린 것은 아니였다.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보단 어느 정도의 열린 결말이 낫다는 생각은 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율리시스 무어의 정체는 그렇더라도 빌라아르고를 비롯해 킬모어 코브 마을 구석구석에 감추어진 문들에 대한 의문, 수수께끼 같은 몇몇 마을 인물들의 궁금증이 너무 쉽게 풀려 버렸다. 거기다가 지금껏 오랜시간 궁금했던 것들을 지나가는 말로 다 해버리니 허무하기도 했다. 마치 모든 문을 열수 있는 첫번째 열쇠 존재를 모르고, 오로지 한 문만 열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벌어져서 어디서부터 정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장 커다란 궁금증은 율리시스 무어가 살아 있느냐, 살아 있다면 누구냐는 의문일 것이다. 쌍둥이들이 어려움에 빠지고 릭은 눈치를 채고 네스터 할아버지를 추궁해서 열쇠들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오래 전 위대한 여름의 추억으로 네스터 할아버지를 비롯한 미나소, 피터 다이달로스 등 그들의 비밀 이야기를 펼쳐 가는데, 결국 열쇠의 비밀들을 지키지 못하고 위험에 빠졌기에 아이들을 통해 시간의 문과 킬모어 코브를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열쇠들을 각자 하나씩 나눠 갖었지만 열쇠들이 다른 사람 손으로 흘러가면서 위험에 빠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쇠들을 회수해서 비밀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하고 싶었지만, 이미 여러곳에 비밀이 새어 버렸고 아이들은 처음부터 추적해 나가는 과정이였으니 결말에 와서 진이 빠져 버리는 건 당연했다.

 

  또한 결말 답게 새로운 사실들이 많이 드러났는데, 그러한 사실을 담담히 받아 들이기가 힘들었다. 볼케이노의 딸이 오블리비아 뉴턴이라는 것과 릭의 아빠가 첫번째 열쇠를 찾다 죽었다는 것, 페넬로페와 살기 위해 네스터 할아버지의(율리시스 무어) 아버지가 18세기 이탈리아로 갔다는 것 등등 의문을 풀어 주기 위한 새로운 사실들은 한꺼번에 드러났다. 그러한 사실들이 쉼없이 드러나면서 제이슨과 줄리아가 다른 곳에서 고생 하는 것이 불필요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들이 의도해서 그렇게 낯선 도시로 간것도 아니고, 볼케이노를 찾아 첫번째 열쇠를 찾으려고 했던 것이지만 첫번째 열쇠는 결국 엉뚱한 사람이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열쇠는 지금껏 릭의 엄마가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다. 릭의 아빠의 목숨과 바꿀만한 그 열쇠를 엄마가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던 만큼 어쩌면 처음부터 첫번째 열쇠가 목적이 아니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시간의 문을 누가 만들었건, 시간의 문의 열쇠를 누가 가지고 있건 그 비밀을 아이들에게 알려 지키게 하려 했던 건 아니였을까. 오블리비아 뉴턴처엄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아이들이 그런 의도에 맞서 잘해 줄거라 믿었기 때문에 그랬던 건 아니였을까.

 

  책을 읽고나서 허무함에, 혼란스러움에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마지막 권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이 증폭되어 설레임으로 책을 대했는데, 뚜렷한 정리 없이 독자들에게 상당부분 맡겨 버리니 그럴 수 밖에. 결말이 뜨뜻 미지근해서 속편이나 다음권이 나오지 않을까 책을 샅샅이 뒤지기도 했던 나의 모습이 지금은 우습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찌 되었든 최선의 결말을 찾으려 애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꾸 생각하게 하고 의문을 갖게 함으로써 작가의 뜻을 파악해 보려하는 의도가 있었더라도 책을 다 읽고 난 후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작년부터 거의 일년동안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던 기대감이 컸기에 그랬던 것 같다. 거기다 결말은 완벽함을 보여주고 동심의 세계로 데려다 줄거라 생각 했었는데 결국은 어른들의 옛 약속 때문에 아이들이 끼여들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모험을 하게 된 것은 아이들의 의지였지만, 온전한 아이들의 세계를 맛본다기 보다는 모험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모험이 끝이 났다. 아직 많은 의문들과 앞으로의 행보를 예측하고 파악할 순 없지만 지금껏 만났던 모험들이 헛된 것이 아니였다고 생각하려 한다. 아이들을 보면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쓴 모습과 자신들의 판단하에 모든걸 행했던 모습이 기특했다고 생각한다. 소설이라는 설정을 떠나 기나긴 시간 모험 속으로 데려다 줬다는 사실은 내게도 추억이 될 것 같다. 이젠 줄리아와 제이슨, 릭이 빌라아르고와 킬모어 코브를 잘 지켜 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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