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7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장편소설 홍루몽을 참 더디게 읽지만, 내용 연결에는 문제가 없다고 6권 리뷰에서 말했었다. 그 말을 또 한번 실감하게 된 것은 7권을 읽고 나서다. 순식간에 읽어버릴 만큼 흡인력 있게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더디게 읽는지 의심이 간다. 아마도 한권한권 읽어 나갈 때 마다 잠시 쉰다는 것이 너무 쉬어 그런 것일 테다. 거기다 완결을 향해 조금씩 다가갈 때마다 드는 아쉬움도 무시 못할 것이다. 그런 아쉬움 속에는 빨리 완결을 읽어야지 하는 마음도 내포되어 있지만 오랜시간 함께한 홍루몽을 놓는다는 것은 후련함보다 아쉬움이 더 깊게 밀려온다. 그래서인지 읽어나가면 나갈수록 즐거움은 더해가는 것 같다. 각권마다 미묘한 특징을 발견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조금은 용이해졌다고나 할까?

 

  그런 특징을 파악해 보자면 7권에서는 가씨 집안에서 도통 기를 못펴는(?) 것 같은 남자들이 바람을 일으켰다고 말하고 싶다. 여자, 남자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긴 하지만 지금껏 가씨 집안의 남자들이 잠잠했던 건 사실이였다. 듬직한 바람막이 같은 사람도, 존경하고 신뢰할만한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아서 가씨 집안의 몰락을 예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씨 집안의 남자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기에 그들은 늘 곁다리 일수 밖에 없었다. 집안의 조화를 위해 존재해야 할 그들이지만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는 것도 사실이였다. 특히 7권에서 그들의 바람을 일으켰다고 했는데, 그 바람은 고운 바람이 아니였다.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그들은 술과 여자들의 틈바구니에서 진탕하게 놀기 바쁜 가운데, 가진과 가련 형제는 우삼저와 우이저 자매와의 스캔들을 터트린다. 그러나 가련이 희봉 몰래 우이저와 혼인을 하면서 일은 꼬이고 만다. 더군다나 자신의 집이 상중에 있음에도 우이저의 미모에 홀려 법도를 어기고 결혼을 했으니, 그것 만으로도 기가 찬대 희봉 몰래했으니 희봉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그러던 중 우삼저의 절개를 얕본 상련이 우삼저와의 혼인을 깨트리자 우삼저는 자결을 하고, 상련 또한 충격에 휩싸여 출가를 하고 만다.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우이저는 혼자가 될 수 밖에 없었는데 가련이 다른 지역에 가 있는 틈을 타 희봉은 계락을 짜 우이저를 자살에 이르게 한다.

 

  이처럼 가진 형제의 스캔들에서 비롯된 바람은 결국 우이저 자매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집안을 한바탕 뒤집어 놓는다. 가씨 집안에서 여전히 가씨의 남자들은 기를 못펴며 구실을 제대로 못하지만 이른 일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씨 집안의 몰락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안의 세세한 부분이 드러나면서 만만치 않은 살림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어느 정도의 복선을 깔아준 셈인데, 가씨 집안의 남자들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한심할 노릇이다.

 

  그런 와중에 보옥을 비롯한 그 또래의 젊은층들은 이런 집안의 미래 보다는 현재를 즐기기에 바쁘다. 자신들도 나름 집안일을 도우며 생활하고 있지만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것 같다. 비슷한 연령층과 어울리다 보니 늘 즐겁게 지내려 애쓰고 자신들의 위치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감정에 치우치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집안의 흐름과는 떨어진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데 미래에는 자신들이 집안의 주역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서서히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겠지만 지금처럼 가씨 집안이 흘러 간다면, 그들이 집안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해도 지금의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 같다. 집안의 이런 일들에도 불구하고 워낙 집이 넓고 아직은 어리다 보니 그들은 주춤했던 시회를 다시 열며 자신들의 생활을 하기 바쁘다. 대옥은 여전히 드러내지는 않지만 서로에게 깊이 기대고 있고 그렇게 여전히 대관원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또한 지금껏 한번도 언급하지 못했지만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대돈방의 그림은 참으로 인상깊다. 처음에는 우리와 너무 다른 생활방식과 문화에 낯설어서 그의 그림이 어색했다. 내가 상상한 모습을 그가 그려낸 그림과 비교해보면 완전히 달라 당황했던 적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삽화가 익숙해서 대돈방의 그림을 봐야지만이 한장면이라도 또렷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지금과는 완전 다른 중국의 모습을 상상하는 건 불가능했고, 내가 글을 통해 상상할 수 있는 건 희미한 윤곽 뿐이였다. 그랬기에 대돈방의 그림으로 세세한 생활 방식을 엿볼 수 있어 신선했다. 이제 그의 그림이 실려있는 다음권의 겉표지로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까를 상상하니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 지는건 당연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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