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6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홍루몽을 딱 절반 읽었다. 12권이 적은 양은 아니지만 재미있어 하면서도 참 더디게 읽은 편이다. 처음엔 기간을 어느정도 맞추면서 읽겠다고 다짐 했는데, 기간은 커녕 읽어 나가는 공백이 갈수록 벌어지는 느낌이다. 이야기의 공백은 커도 책을 읽어 나감에는 문제가 없는데, 책을 읽을때마다 남기는 후기에 할말이 없어지는 느낌이다. 그건 아마도 홍루몽의 분위기를 옮기지 못하는 나의 역량 부족일 것이다. 또한 장편을 읽을 때, 이야기의 횟수가 거듭될 수록 그 책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쌓여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6권의 책을 읽어 나가다 보니 나름대로의 분위기가 형성되어 가는데 그 느낌을 언어로 옮길 수가 없는 이유도 있다. 스토리의 전개는 물론이고 이번 책에서 느껴졌던 것들을 적는다는 건, 단편에 비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세세하게 갈라지는 가씨 집안의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중국의 문화와 역사가 끈끈이 배어있는 홍루몽의 배경을 정리한다는 것은 역시 녹록치 않다.
 

  처음에 홍루몽을 읽기 시작했을 때, 해설에서 보옥과 대옥의 사랑을 말하고 있었기에 가씨 집안의 흥망성쇠를 떠나 그들의 사랑을 중점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6권까지 읽었지만 그들의 마음이 확연하게 드러났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늘 말 한마디에 오해와 착각을 번복하며 그들의 마음을 확인할 길이 없는 모습에서 지쳐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6권에서 보옥이 대옥을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 한편의 에피소드에서 드러 났지만, 책의 흐름으로 보건데 보옥과 대옥의 비극은 순식간에 찾아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혼령기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고 본인들의 의사 보다는, 집안과 어른들에 의해 결혼이 성사되는 만큼 지금은 조급해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아직은 때가 아니고 보옥과 대옥이 마음을 나누기에는 집안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가씨 집안의 엄청난 살림을 거의 혼자 꾸려 나간다고 할 수 있는 희봉이 몸져 누우면서 가씨 집안은 혼란기를 보인다. 당장 희봉 대신 살림을 맡을 사람들을 대체하다 보니 기강이 해이해졌다, 강해졌다를 반복하고 자질구레한 일들이 끊임이 없고, 특히나 사람 관리가 복잡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었다.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는 대관원이니 하루하루가 사건이 없는 날이 없고 오해를 풀며 관리를 해줘야 할 것도 천지에 널려 있었다. 희봉 대신 여러 아가씨들이 분담해서 하다 보니 잡음도 많았고, 보강된 것도 있었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살림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보옥의 위치가 얼마나 높은지, 대관원에서 하루하를 보내는 날들이 어떠한지 어렴풋이 짐작 되면서 희비가 교차되고 있었다. 비단 보옥 뿐만이 아니겠지만 그들은 대부분 즐겁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집안이 바깥 세상의 축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 어쩜 집안이 더 편할지도 모를 일이다. 집안에서 축제를 즐기며 가족들간의 화합을 보고 있으면, 그들만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지만 6권에서는 대관원의 구석구석을 더 많이 보여준 것 같다. 특히나 인물들의 언어는 늘 걸쭉하고 장황한게 대부분이라 어떠한 일이 터졌을 때 상세하게 그려지는게 조금은 부산스러워 보였지만, 뒷끝이 남아 있지 않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들의 정서와 문화 속으로 온전히 들어가지 못해 순발력을 발휘해가며 동시다발적인 분위기에 흡수 되지는 못했지만, 그들을 지켜보는 관찰자로써의 역할은 어느정도 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거대한 집안의 이야기이니 어느 쪽으로 치우칠 수 없는 고충을 이해하며, 집안의 흐름을 타기로 마음 먹으니 모든 것에 중립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것 또한 이런 연유일 테다.

 

  이야기의 중점은 가씨 집안의 사람들이 될 수 밖에 없지만 부수적인 것들까지 어우러진 대관원의 모습은 방대하면서도 축약된 하나의 사회이자, 국가, 개인의 모습이 들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모든 것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며 하나하나 점철시켜 가는 과정은 여전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아직 홍루몽과의 여행이 많이 남아 있지만, 앞으로는 좀 더 편안하게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개별적인 소소함에서 전체적인 맥락으로 시선을 돌렸기에 가능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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