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멋대로 행복하라 - 꿈꾸는 사람들의 도시 뉴욕
박준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뉴욕의 매력을 다룬 1장을 읽는 동안은 동경의 대상이였던 곳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즐거웠다. 내가 있는 곳은 뉴욕에서 먼 곳이지만 뉴욕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내 주변의 것들을 잠시 멈춰주고 있었다.

그리고 상상속의 나는 뉴요커가 되었고 내가 있는 곳은 서서히 뉴욕이 되어갔다.

그러나 2장 뉴요커들의 생각을 깊숙히 들여다 보면서 갖게 된 감정은 1장에서처럼 상쾌하지도 유쾌하지도 않았다. 우울했고 겁이났고 삶의 의욕마져 떨어지고 말았다.

1장에서는 나를 잊은 채 뉴욕을 돌아봤기에 즐거웠지만 2장에서는 내가 누구인지를 확실히 드러내야 했기에 자신감을 잃어 버린 것이다.

다른 것을 동경할 수는 있어도 내 자신에게 솔직해 질 수 없는 이유 때문이였나 보다.

 

뉴욕에 대한 소문(?)은 참 많이 들었지만 가보고 싶다고 열망한 적은 없었다.

치열한 도시보다는 자연과 가까이 하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삶을 더 갈망 했는지도 모른다. 그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고 명확한 것보다는 모호한 것을 좇고자 하는 열망이 더 컸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뉴요커들을 보며 내가 갖게 된 감정은 질투심이 아니라 정체성 혼란이였다.

'나는 누구인가'를 시작으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비롯해 '나의 꿈은 존재하는가'까지 이르다 보니 이 시간이 무척이나 공허해졌다.

이것이 뉴욕이라는 도시가 뿜어내는 매력과 뉴요커들의 열정 사이에서 방황을 하는 감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나는 내 자신을 잃어 버린 상태다.

 

온갖 사람들이 모여드는 도시, 예술이 흘러넘치는 도시, 반면에 지저분하고 정이 절제된 도시 뉴욕. 거기다 뉴욕 사람들은 자신의 꿈을 좇기에 바쁘다.

그래서 그만큼 치열하고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 내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모습이 활기차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삭막해 보이기도 했다. 분명 뉴요커 한사람한사람은 열정에 넘치고 그 열정이 뉴욕이라는 도시를 독특하게 만들어 갔지만 그 이면도 존재했다.

다양한 국적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 수 많은 이야기, 힘들었던 기억들이 유쾌할 수 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어디에나 마찬가지겠지만  뉴욕이라는 화려함 속에 존재할 것 같지 않는 모습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유명한 곳만 둘러보며 탄성만 지르려하는 관광객들처럼 도시의 어두운면을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밝음과 어둠은 동시에 공존하는데 밝음만을 추구하려 했던 것은 나를 잊고 싶어서였을까?

 

어디서건 나를 감출 수 있다는 것보다 나를 드러낸다는 것이 더 힘든 법인데, 뉴욕은 겉으로는 나를 감출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나를 드러내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는 곳이였다.

모두에게는 목적과 꿈이 있었고 대충 살려는 사람은 없었기에 삶이 너무나 치열해 순간 당황해 버린 것이다.

내 꿈을 찾아 저렇게 뛰어들지 못했다가 아닌 꿈을 잃어 버린 초라한 나의 모습 때문이였다.

뉴욕에 사는 몇사람의 인터뷰로 뉴욕을 판단하고 뉴요커들의 성향을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꿈과 욕망이 내로라하는 것들만 모인 것도 아니였다.

소소한 것이라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모든 것을 던져 보고 부딪히며 살아간다는 것이 놀라웠던 것이다. 몇몇사람이 아닌 도시 전체가 술렁이는 그 독특한 분위기가.

 

꼭 어떤 일을 하고자 확신을 가지고 뉴욕을 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만약 뉴욕을 간다면 할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뉴욕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목적없이 접시나 닦으며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무언인가가 내 안에 채워져야 살아갈 수 있는 도시가 뉴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차분히 채워져 가기를 소망하는 느긋한 삶이 아니라 채우지 않으면 순식간에 밀려나는 도시, 그 곳이 뉴욕이였다.

그 사실을 체험하면서도 수 많은 사람들이 뿜어대는 열기로 들썩거리는 도시 뉴욕.

그 열기의 공간을 사람들은 쉽게 떠나지 못했다. 애증을 가지고 뉴욕을 대하면서도 자랑스러워 하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창조적인 일이 아니라 단순한 일 밖에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 갔다.

그 사실이 그들과 하나 될 수 없다는 생각보다 내 자신 안으로의 침체를 만들어 갔지만 헛된 경험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처럼 뉴욕을 꿈꾸며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는 없지만 나의 일상에서 자잘한 꿈을 만들어 볼 생각은 품게 되었다.

그 사실이 뉴욕을 바라본 나의 변화였다. 그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그 진행을 여기에 모두 담을 수가 없다. 뉴욕의 열기처럼. 뉴요커들의 열정처럼.

그 기록은 무의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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