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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캐러멜! ㅣ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3
곤살로 모우레 지음, 배상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8월
평점 :
하마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서 글을 쓰고, 생각을 하는 코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글을 쓸 때나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그 중점에는 캐러멜이 있을 것이다.
캐러멜을 더올리며 캐러멜이 했던 말을 써내려 가는 것.
코리는 단지 캐러멜의 말을 옮겼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듣지 못하는 코리가 캐러멜을 통해 터득한 언어였다.
귀가 들리지 않는 코리는 사람들의 입모양을 보며 어렴풋이 이해를 하며 살았기에 낙타가 쉴새없이 되새김질을 하느라 입을 움직이는 것을 보고 낙타도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낙타 캐러멜을 보며 코리는 큰 위안을 삼는다.
자기 또래의 아이들을 만나면 놀리고 돌을 던질 뿐, 친구가 되어 주지 않았는데 삼춘네 낙타 캐러멜은 적어도 코리를 밀쳐내지 않았다.
그리고 쉴새없이 움직이는 입을 보며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캐러멜과 하는 대화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듣지도, 말할 수도, 읽을 수도 없는 코리는 캐러멜의 말을 적기로 했다. 그래서 선생님을 졸라 글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 글의 시작은 서툴고 힘겨웠다.
그러나 일식을 보며 코리가 쓴 첫 글은 '해와 다리 사랑해서 하느레서 만나지요' 였다.
맞춤법은 서툴렀지만 일식을 이런 식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코리는 그것은 캐러멜이 한 말이라고 했다.
그런 코리가 자신안에 갇히지 않고 캐러멜을 통해 세상에 한발짝씩 내딛는 모습이 감동적이였다. 그러나 그런 캐러멜과의 시간은 오래가지 못한다.
삭막한 알제리 사막에서 살고 있는 사하라위 난민촌에 기근이 닥치면서 숫놈인 캐러멜을 계속 키운다는 것이 사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코리의 삼촌은 코리가 캐러멜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기에 마음만 아파할 뿐 코리를 위해서 도와줄 수가 없다.
그래서 케러멜을 데리고 도망을 친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삭막하고 험란하고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캐러멜을 데리고 갈 곳이 없는 것이다. 사막에서 길을 잃고 희망을 잃어버린 코리와 캐러멜의 모습은 단순히 그들에게 닥친 위기만이 아니라, 사라하위 난민들 모두에게 닥쳐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나라를 뺏긴 설움을 안고 삭막한 사막에서 살아가는 그들에게 코리와 캐러멜의 위기는 당연한 것이고 또한 그들을 통해 자신들의 고통을 비춰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삼촌에 의해 구조된 코리와 캐러멜은 다시 난민촌으로 돌아오고 캐러멜은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곤 캐러멜은 코리에게 슬퍼하지 말라고 위로를 한다. 그 말들을 코리는 낱낱이 적으며 캐러멜을 잃은 슬픔으로 절망을 얻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흐른 후 존경받는 시인이 된다.
자신보다 오랜시간 존경 받아온 원로 시인이 코리의 시를 칭찬하고 감명 깊게 코리의 사연을 대하지만 여전히 코리는 캐러멜의 말을 옮겼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매일 캐러멜이 사라져간 땅을 바라보며 캐러멜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코리를 보며 시인이 되었다는 것보다, 절망적인 사람이 되지 않았다는 것보다, 캐러멜을 잊지 않는다는 사실이 감명 깊게 다가왔다.
코리에게 사랑을 가르쳐주고 기꺼이 친구가 되어 주었던 캐러멜을 기억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나 코리안에 온전히 녹아 있는 캐러멜은 그만큼 컸다.
인간이 해줄 수 없는 것을 동물인 캐러멜이 해 주었다는게 미안하고 마음 아프지만 세상을 살아가는데 절망만을 안겨주지 않아서 캐러멜에게 고마울 뿐이다.
이런 코리를 보며 사라하위 부족들이나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힘겨워 하는 사람들이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음속에 캐러멜을 품고 살아가는 코리처럼 우리도 힘차게 살아 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별과 만남의 인사 안녕!이 아닌 '고마워 캐러멜!' 이라고 외쳤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