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5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가상의 세계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나의 일상을 보내다 책을 펼치면 다른 세계가 펼쳐지고 나는 그 세계를 내려다 보는 느낌.
너무 과장된 것일까?
이러한 느낌은 장편을 읽을 때 더 드러나는 것 같다. 그도 그러할 것이 책 속에서 그들을 자주 만나다 보니 생겨나는 정 때문이리라.
계속 그 인물들을 만나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쌓인 감정들이 특별한 세계로 이끄는가 보다. 그 특별한 느낌이 짙어짐에 따라 서서히 동화되어 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홍루몽은 고전이라서 그런지 좀 더딘 편이였다.

5권째 읽고 보니 가씨 집안의 분위기에 익숙한 것은 익숙한 것이고, 그들의 유머나 생활에 조금은 뒤따라 갈 수 있음이 즐거웠다. 전 권 리뷰에서 말했지만 문화적 차이와 정서적 차이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거기서 오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5권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조금은 즐길 수 있었다.
특히 향릉이가 대옥에게 시를 배운답시고 고민하는 모습에서 이런 느낌이 도드라 졌는데 나도 그들 사이에 끼어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베시시 웃고 말았다.
그 시대의 유머와 지금의 유머를 같이 비교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그들을 이해해 보려는 느낌이 들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가씨 집안의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사는 것도 어쩌면 열린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위치가 다르고 성격이 다르지만 특별히 악하거나 내숭쟁이들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눈치는 살피지만 어느 정도는 진솔하기에 특별한 거리낌이 가는 인물은 없다.
설보채와 대옥만 보더라도 대옥의 소심한 성격이 설보채를 오해하고 있었고 보옥과의 미묘한 감정으로 인해 힘들어 했는데 설보채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사이가 좋아져 버렸다.
그런 모습을 보옥은 의아해 하면서도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고전을 이용해 묻고 대옥은 또 그 말을 냉큼 알아 먹고 대답하는 모습이 멋지게 보이기도 했다.
나 또한 나름대로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워낙 다양한 책들을 일고 있기에 나와 비슷한 취향의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저런 인용구로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상상을 해보지만 계면쩍을 뿐이다.

그러나 여기 홍루몽의 주인공들은 가능하다.
읽어야 할 책들이 대부분 같고 그 책들 가운데서 얻어지는 지혜가 충분하기에 그런 현상이 나올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런 면은 멋졌다.
특히나 4권에서부터 반했던 모습은 시회를 통한 문학적인 나눔이였는데 5권에서도 역시 그런 시회의 모습이 나와서 강하게 인식이 되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시회의 배경이 되는 모습은 자칫 사치스러워 보이더라도 잠시 건너뛰고 시회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자면 역시 독특한 모습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의 마지막에 시회를 열기 전에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으로 보옥,가옥,보채 등 그들 또래의 친척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시회를 열고 즐기는 모습에서 일상에서 시를 즐기는 모습에 또 한번 놀라게 된 것이다. 요즘 같으면 인터넷 없이 어떻게 여가를 보낼까 싶겠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어울리며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씨 집안의 이야기 중에서 펼쳐지는 것들이 비단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열려지는 시회나 에피소드만이 아님에도 이들을 중심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 가는지도 모르겠다.

워낙 집이 크고 사람도 많다보니 벌어지는 일들이 다양한데 그러한 얘기를 나열하는 것보다 앞으로의 흐름에 주역이 될 인물들의 이야기만 꺼내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에게 젊음을 보았을지도 모르겠고 그들의 여유가 부러워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지금까지는 그들을 따라 활기차게 움직이며 깔깔거리는 게 좋다.
그래서 시각의 차이와 중점의 차이로 읽는 책이 이렇게 다라구나를 또 한번 느끼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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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클링스 2009-12-13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지금 5권 책을 읽고 있는데 님의 글이 다른 분보다 더 자세히 기록해 놓았더군요. 아직 12권 전체를 다 읽지 못했지만 가씨 집안 여성들이 대부분 한 미모하는 것에 작가의 상상이 덧붙여졌다고 보지만 뭔가 연관성이 있다고 보지 않으시나요. 몇 해전 강희-옹정-건륭황제 시리즈(이월하 지음)를 읽었는데 건륭황제 시대에 이 책의 작가가 등장하더군요. 이 조설근이라는 사람은 준재였는데 그의 사랑하는 사람이 그야말로 뛰어난 미모를 가진 여인이었다 합니다. 그녀와의 깊은 사랑 가운데 이 책이 지어지기 시작했다는데 결국 마무리 짓지는 못하고 죽었습니다. 그것이 조금은 영향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아무튼 글 잘 읽고 추천 한방 떼리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