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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재테크 행복한 가계부 - 행복한 돈 이야기
제윤경 지음 / Tb(티비)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얼마전 증권회사에서 계좌이체를 하고 온 일이 있었다.
그런데 몇시간 후 증권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결제란에 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싸인을 받았다면서 재방문해 줄 수 있냐는 전화였다.
집에서 이미 나와 다른 곳을 가고 있던 나는 다시 집으로 가서 도장을 가져온 후 증권사의 마감 시간이 촉박해 택시까지 타고 갔다. 도장을 찍는 시간은 불과 몇초.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고맙다라는 말도 들었지만 일을 마치고 보니 허탈했다.
처음엔 직원의 난처한 부분에 대해 덮어줄 심산이였지만 막상 증권사를 대하는 나의 태도는지극히 순종하는 모습이였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왜 나는 당당하지 못했을까. 증권사에 죄를 짓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이유를 생각하기도 전에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은 이 책을 읽고 나서였다.
요즘 한창 유행처럼 번지는 재테크에 관한 책이라서 이 책도 시류에 부응하는 책이려니 생각했다. 나 또한 시류에 휩쓸려 비슷한 류의 책을 몇권 읽었지만 내가 본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나니 며칠전의 일이 조금은 불쾌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없이 친절한 증권사 직원의 미소에, 나는 그 이면을 보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미소에 가리워져 금융기관에 얼마나 주눅이 들었나를 생각하니 얼마 안되는 나의 자산을 부끄러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유행처럼 번지는 재테크 방법이라든가 필요성만을 역설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내 자신의 권리와 가치를 찾으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금융기관을 이용하든, 금융상품에 가입하든, 주눅 들 필요없이 당당하라는 것이다. 그런 당당함이 무식함과 뻔뻔함을 드러내는 지름길이 아니라 그 반대로 돈맹과 금융맹을 탈출하여 제대로 된 제테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그 시대에 발맞추지는 못하더라도 뒤쳐지지는 말아야 하는데 우리는 시류를 좇는 모습이 아니였나를 생각해 보게 된다.
남들을 따라서 무리하게 집을 사려하지 않았는지, 높은 수익률을 낸다는 말만 듣고 무작정 펀드에 투자하지는 않았는지, 보장성만 믿고 보험에만 중점을 두지 않았는지를 생각해 보면 어렵지 않게 해당사항을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재테크에 무관심 할 수만은 없다.
불안정한 노후, 자녀교육, 내집 마련 등 돈은 늘 필요한데 남들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을 것이다.
단지 유행처럼 번지는 재테크의 열풍 속에 섞이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은 시대에 발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게 머물러 주지 않는 돈을 쫓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류에 부응은 하되 나의 경제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재테크를 하고자 할 때, 금융시장에 대한 동향을 알아야 할 것이고 거품과 사탕발림에 놀아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금융맹이라는 말 속에는 단순히 금융용어와 동향을 모른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투자하고 있는 자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도 포함이 되기 때문이다.
무작정 남들의 재테크를 따라가고 금융회사의 직원들이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릴 때 나의 자산이 보이고 나의 권리에 대한 서비스와 이익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즉, 미래를 준비하되 좀 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순간의 이익에 현혹되지 말라는 것이다.
대박을 터트리는 재테크를 꿈꾸지 말고 나의 자산 수준에서 최선을 찾는 방법.
그 방법을 이 책은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방법이 나와 있다고 해서 그 방법대로 따라가면 안정된 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책이라는 매개물의 한계이기도 하겠지만 사례와 최선책을 통한 상황을 제시해 줄 뿐 나에게 꼭 맞는 재테크는 없다. 좀 더 한눈에 보이는 가능성을 열어주지 못하고 설명의 나열이 답답한 것은 이 책을 읽는다고 재테크가 잡히는 것은 아니라는 역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리라.
지나친 거품경제 속에서 안정을 취하고 불안해하지 말 것.
그것은 내 스스로가 알아가고자 할 때 찾아질 것이며 관심을 기울일 때 차근차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비단 재테크 뿐이랴.
최소한 끌려가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