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10주년 개정증보판)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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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었다. 한 권의 책을 마주할 때 대략 걸리는 시간을 예상하며 책을 읽었고 두려움이 없었다. 그랬던 독서가 요즘에는 흔들리고 있다. 기억력도 기억력이지만 엄청난 흡인력이 아니면 온전히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훌쩍 줄어들었다. 그만큼 독서집중력을 끌어올리기가 갈수록 힘이 들었는데, 이유를 나이탓으로 돌렸다. 그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집중력이 나이탓도 있겠지만 ‘뇌는 그때그때 상황을 봐가며 과거 방식을 스스로 바꿔 스스로를 새롭게 정비하는 능력’ 즉 가소성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식이 주로 대화를 통해 교환되던 구어 문화에서 문자 문화로 이동했으며, 쓰기가 생각을 표현하는 주된 매개체가 되었다. 이 변화로 인해 궁극적으로 지구상 모든 이들의 생활과 뇌가 바뀌었으므로 이는 혁명이라 할 수 있었다.

97~98쪽

문자가 혁명적이었던 만큼 나의 뇌 구조를 바꿀 만큼 혁명적인 등장은 무엇일까?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모두 겪어본 나로서는 아무래도 스마트폰의 등장이 아닌가 싶다. 10년째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나와 처음 접해본 통신기기가 스마트 폰인 현재의 아이들과의 차이는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스마트폰이 가져온 변화는 엄청나다. 저자는 뇌의 가소성과 다양한 실험을 근거로 인터넷과 기술 발전으로 왜 장시간 집중할 수 없는지를 다양한 시선에서 접근한다.

우리는 개인적으로 지식을 함양하는 존재에서 전자 데이터라는 숲의 사냥꾼이나 수집가로 진화하고 있다. 229쪽

이 책을 읽은 느낌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를 방해하는 것은 스마트폰이다. 광고 메시지와 SNS 업데이트, 자질구레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이 쉼 없이 알람으로 울리고 있다. 그것에 정신이 팔리다 보니 한 권의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정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되고, 그만큼 집중력은 떨어지고 있다. 단순히 무언가를 하기 위해 준비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생각했는데, 불필요한 일들이 끼어들면서 버려지는 시간들이 많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느꼈다.

‘독서는 깊은 사고의 형태로 자리 잡’은 만큼 ‘숙련된 독서가는 고요한 사고를 지닌 사람이지 소란스러운 사고를 지닌 이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독서의 매력을 알고 있기에 지금껏 종이책만을 고집했었다. 매리언 울프는 “온라인에서 무엇을 읽을 때 우리는 깊은 독서를 가능케 하는 기능을 희생시킨다고 한다. 우리는 정보의 단순한 해독기로 되돌아간다. 깊이,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읽을 때 형성되는, 풍요로운 정신적 연계 능력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203쪽)” 라고 했다. 책보다 더 오래 붙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읽는 뉴스 기사는 가독성과 판단력을 흩트렸고, 알고리즘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영상의 향연에 빠져있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있기 마련이다. 이런 습관에 익숙해져 있다 책을 펼쳤을 때 집중력이 떨어지고, 깊은 독서가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더 나은 뇌”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저 ‘다른 뇌’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243쪽

저자는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의 사용으로 우리의 시각적 예리함, 스크린이라는 추상적 공간에서 나타나는 사물과 또 다른 자극들을 재빠르게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시켜왔다고 말한다. 그럼으로 우리는 더 나은 뇌가 아닌 다른 뇌를 지니게 된 것이라고 말이다. 우리의 부모세대, 현재의 나, 그리고 자녀세대의 뇌 구조가 동일하지 않으며 내가 집중력을 자꾸 잃어가는 이유, 그리고 이미 영상세대인 자녀세대에게 나의 경험으론 해결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게 된다. 그럼에도 나의 기억이 온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조셉 드루는 “기억을 하는 뇌는 기억을 처음 형성하는 그 뇌가 아니다. 오래된 기억을 현재의 뇌가 이해하기 위해 기억은 업데이트되어야 한다(309쪽)”고 말한다.

어쩌면 뇌는 자기 세계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화하고 있는데, 그 사실을 크게 인지하고 못하는 게 나 자신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변화가 나를 산만하게 하고 자꾸 어긋나게 한다면 다시 돌아갈 필요성도 있다. 저자가 이 긴 책에서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날로그라는 느낌이 들었다. 깊이 사고 할 수 있고, 집중력을 기를 수 있는 것은 독서처럼 무언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 혹은 공간이라고 말이다. 뇌는 이렇게 변해왔고, 변하고 있지만 훈련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듯이 정보의 홍수에 헤매며 생각을 차단시키는 게 아닌 생각하고 집중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저자도 이미 경험했듯이 이 책을 쓰기 위해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았지만 결국 이전의 나쁜 습관(알림 서비스, RSS 리더기)으로 돌아갔다고 고백했다. 미국인의 여가형 독서시간이 2018년에는 16분으로 하락했다고 하는데, ‘뇌의 소모’를 낳는 것으로부터 도피가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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