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 뇌과학과 정신의학이 들려주는 당신 마음에 대한 이야기
전홍진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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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사람은 ‘현재’에 집중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잊어버리는 과거의 기억을 연상해서 현재와 연결 짓는 것은 스스로를 더 예민하고 우울하게 만듭니다. 과거 일이 자꾸 생각나면 내가 예민하지 않은지 먼저 체크해야 합니다.

84쪽


갈수록 내가 예민해 지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소음에 민감해지고,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을 꺼려하는 걸 보면서 예민해지는 것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러다 내린 결론은 책 읽는 걸 좋아해서 예민해졌나보다 싶었다. 카페처럼 어느 정도 소음이 있는 상태에서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대부분 집중이 잘 되는, 조용한 환경에서 책을 읽다보니 소음에 민감하고 점점 생각이 좁아지는 사람이 되어간다고 말이다.

그래서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정확히 드러내는 문장을 보며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았던 게 사실이다. 과거 일을 자꾸 떠올리다보니 현재를 부정하는 게 당연시 되어버렸고, 그 과정에서 더 정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듯했다. 관계사고란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 또는 환경 현상이 객관적으로는 자신과 무관한데도 스스로 연결 고리를 찾고 이를 사실이라고 여기게 되는 것을 말한다고 하는데, 타인의 말 한마디에 온갖 상상을 덧대어 끙끙 앓았던 옛 기억들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나의 예민함이 심각수준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타인에게 드러내지 않으면 언젠가는 좋아질 거란 막연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저 무던해지려고 노력했을 뿐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거나 고민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났을 때 안심이 되었다. 단순히 예민함과 무던함을 구분하는 책이 아니었다.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한 호흡 쉬게 만들고 무던한 사람들에겐 그저 나와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주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예민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이유와 함께 트라우마의 기원과 함께 뇌의 작용까지 연관시켜 설명해준다. 그 과정을 함께 거치다보면 예민함을 편하게 인정하게 되고, 극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먼저 ‘예민성을 잘 극복한 유명인들’을 통해 예민함이 또 다른 능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예민함을 갖게 될 때의 사례를 훨씬 더 풍부하게 실어 상황에 따른 조언을 해준다. 나와 비슷한 상황을 만나게 되면 조언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위로도 받게 된다. 그런 예민함을 인정하고, 조언을 따라 잘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걱정을 정리하고, 에너지를 잘 유지해서 예민함을 줄여나가는 것처럼 구체적인 방법과 함께 예민함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조언을 따를 때에 예민함을 이해하고 공감해 갈 수 있다고 말이다.

저자는 자신이 예민하지 않더라도 주변에 예민한 사람들을 보는 시각을 넓히면 좋겠다는 것이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라고 밝혔다. 나 또한 예민한 구석이 없지 않다는 전제하에 이 책의 도움을 받았지만 예민함을 가진 타인을 대할 때도 도움이 될 거라 여긴다. 경험에서 나오는 공감이 자칫 독이 될 수 있지만 공감능력을 조금이나마 높여주지 않을까? 나의 예민함을 좀 더 무던하게 다스리되, 타인의 예민함을 너그러이 품어줄 수 있다면 이 책의 의미가 돋보일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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