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가 걸어오다
박신일 지음 / 두란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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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하나님 앞에 있지 않고는, 복음을 붙잡지 않고는 점점 더 분별하기 힘든 유혹들이 우리를 넘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의 오감이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합니다. 26쪽

 

나의 오감이 엉뚱한 곳을 향해 있었다. 내 눈에 그럴싸해 보이게,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들 위주로 신경 쓰다 보니 모든 게 엉망이 되었다.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다른 사람들과 했던 약속들도 지키지 못하게 되었고, 점점 거짓의 나를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는 게 몸이 편했기 때문이다. 거리낌이 없고,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소소한 일상은 무엇엔가 뺏기고 있었다.

 

성령님이 우리에게 손을 대시고는 “겉은 그리스도인인데 속은 아니구나” 하신다면 어쩌겠습니까? 56쪽

 

성령님이 이런 물음을 해 올 정도라면 스스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을 미루고 미루느냐, 아니면 인정하고 빠져나오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사실도 말이다. 그래서인지 익히 알고 있었던 야곱의 이야기에 이렇게 많은 메시지가 내포되어 있는 줄 몰랐다. 아무래도 나의 오감이 하나님께 향하고 있지 않음을 들켜버린 것이며, 하나님께 묻지 않고 스스로 결정한 것들에 의지해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신앙인의 삶은 하나님의 영광으로 끝나야 합니다. 그것이면 족합니다. 103쪽

 

야곱이 에서의 장자권을 탐내고 거짓말을 한 순간부터 그의 삶이 풍파처럼 흘러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아버지의 축복이 탐이 나서 거짓말 한 것 치고는 녹록치 않은 고난과 마주했다고 인식했을 뿐, 그가 겪은 많은 일들 가운데 하나님께서 속속들이 간섭하지 않으셨던 일이 없음을 깨닫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거짓말로 인해 20년 간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갖은 고생을 하게 만들고 야곱 스스로 자초한 아들들의 거짓말로 그렇게 사랑했던 요셉과 20년 간 떨어져 지낸다. 하나님은 야곱이 아버지 아브라함에게 에서라고 거짓말을 할 때부터 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그토록 원하던 라헬이 아닌 레아가 자신의 아내가 되었을 때도, 라헬이 ‘드라빔’을 훔쳐 라반이 뒤 쫓아와 샅샅이 찾을 때도, 라헬이 벤야민을 낳다 죽었을 때도 하나님은 계속해서 야곱에게 기회를 주셨다. 정말 그렇게 살 거냐고, 내게 돌아오는 방법을 모르겠냐고 묻는 듯 했다.

 

성경의 변함없는 주제가 무엇입니까? 소망이 없는 자, 받을 자격이 없는 자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가 끝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복음입니다. 184쪽

 

하나님의 뜻이 아닌 자신의 뜻을 내세워 결국 라헬을 얻었을 때도 공평하신 하나님은 레아에게 먼저 자녀를 허락한다. 그리고 유다를 낳게 하심으로 훗날 예수 그리스도가 오게 하셨고, 야곱 스스로도 말했듯이 거짓을 말하면 죽음뿐이라는 말처럼 라헬을 통해 죄는 사망이라는 사실을 처절하게 보여주신다. 야곱이나 라헬의 모습을 보면서 나를 보았다. 쉽게 죄를 짓고, 회개하지 않고, 똑같은 죄를 지으며, 겉으로만 하나님을 찬양하는 내 모습. 이런 나는 절대 구원을 받을 수 없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은혜 위에 은혜를 덧입혀 주셔 예수 그리스도라는 대속물을 보내주셨다. 그렇게 나의 죄가 사라졌으며 나는 구원을 받았다. 한 번의 구원이 영원한 구원이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 내 모습은 하나님께 온전히 향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나의 길을 멈출 때 주님이 오십니다. 169쪽

 

형 에서를 속일 때부터 야곱의 삶은 꼬이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하나님께 훈련을 받으면서도 성정대로 살았고, 하나님 앞에 온전히 자신을 내놓지 못했던 그가 20년 만에 형 에세 앞에 나설 때 온전히 혼자가 되었다. 얍복강에서 혼자가 되어 하나님을 붙들며 이렇게 살기 싫다고, 이제는 정말 안식하고 싶다며 하나님 앞에 모든 걸 내려놓고 길을 멈춘다. 그리고 야곱은 속사람까지 바뀌고 이스라엘이라는 새로운 이름까지 얻는다. 그리고 형에서 앞에서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극적인 화해를 하지만 이후에 또 에서를 속이고,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 고난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야곱이 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야곱의 삶을 하나님의 시선에서 곱씹어 보자 나와 너무 닮아 있어서 깜짝 놀랐다. 야곱의 삶을 통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시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현재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마음의 방탕함을 그만 두라는 뜻이 아닐까? 이렇게 긴 시간을 제 멋대로 살다 돌고 돌아왔지만 야곱은 결국 하나님께 나아 왔고, ‘자녀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영적인 아비로, 또한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열두 지파의 조상으로’ 그를 세워놓으셨다. 야곱이 과연 상상이나 했을까?

 

나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이 뭔지 모른다. 하지만 내 마음이 아니라고 하는 외침에 멈춰야 하고,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는데 누구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란 부끄러운 마음에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 오늘 은혜를 입은 작은 변화가 바로 땅끝까지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선교의 시작이라고 했다. ‘나의 변화가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것과 동일한 사건일 수 있다’는 말이 엄청난 경종을 울리며 동시에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한다. 나의 변화가 하나님 나라에 헌신할 수 있다는 사실이 현재 거짓된 삶을 끊어낼 수 있는 분명한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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