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 바나나 패밀리 살림 3.4학년 창작 동화 11
이순미 지음, 모예진 그림 / 살림어린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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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말았다. 스스로도 계면쩍어 웃어버렸는데도 눈물이 계속 흘렀다. 너무 내 얘기 같았다. 마치 오랫동안 감춰왔던 비밀을 들킨 것 같아 공감이 가면서도 격한 감정에 휘둘려 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다 울고 말았다. 형제가 많아 식구가 10명인 약용이도, 늦둥이라 부모님 나이가 많아 창피한 보석이의 마음을 다 경험했던 터라 감정의 둑이 터져버렸는지도 모른다.


나는 9남매의 막내다. 가족에 관한 에피소드라면 나 역시 넘치고 넘친다. 초등학교 때 새 학기가 되면 담임선생님께서 대놓고 가족 수를 묻곤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손을 가장 늦게 드는 아이였다. 선생님께서 숫자를 말하면 아이들이 손을 들었는데, 식구가 너무 많아 손을 들 수 없는 나는 왜 너는 손을 안 드냐는 질문을 항상 받았다. 아직 우리 집 식구 숫자가 안 나왔다고 말하면 식구가 몇 명이냐는 질문이 되돌아왔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아이들과 선생님의 반응을 가늠하면서 11명이라고 말한다. 철없는 나는 식구가 많은 게 너무 싫고 창피했다. 고등학교 때는 잔머리를 굴려 결혼한 언니들은 빼고 얘기했는데도 7명이어서 별 효과가 없긴 했지만 말이다.

중학생 누나부터 곧 태어날 동생까지 대가족의 가운데에 끼어 있는 약용이를 보면서 혼자 있고 싶은 기분, 학원에도 가고 싶고 자기만의 방을 갖고 싶은 마음도 십분 공감이 갔다. 언니들이 중학생만 되어도 읍내에서 자취를 해서 매일 대가족과 부딪히지는 않았지만 경쟁은 항상 치열했다. 먹을 거, 입을 거, 학교에 내야 할 돈이라도 있으면 부모님 눈치를 봐가며 조심스레 말하는 버릇까지 나름 치열하게 경쟁을 하며 살았다. 그래서 약용이가 자기만의 방을 갖고 식구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학교에 가족사진을 가져오기를 꺼려하는 모습까지 마치 내가 약용이가 된 것처럼 난감했다.

늦둥이로 태어난 보석이의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엄마,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로 보여 놀림을 견디지 못하고 전학 온 터라 철부지에다 늘 시무룩했다. 담임선생님은 일부러 그런 보석이를 약용이와 짝꿍을 만들어 주었는데, 서로 티격태격하다 결국은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 “가족 창피하면 꼬리표 돼요. 꼬리표는 숨기고 싶어요. 가족 사랑하면 이름표 돼요. 자랑하고 싶어요. 약용. ‘가족은 선물’이에요.” 라고 말했던 제이미 선생님처럼 약용과 보석은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가족은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시민 잔치 한마당에서 약용이가 동생을 위해 선물을 고르고, 참관 수업에 참여한 엄마를 보며 아프지 말라며 울음을 터트리는 보석이를 보며 가족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약용이나 보석이처럼 어릴 때 가족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다. 가족이 많은 것이 꼬리표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그 꼬리표를 꽤 오랫동안 숨기고 살았다. 가족이 많기 때문에 서먹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일도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일보다 힘을 합하고 위로가 필요할 때 가족이 많다는 게 정말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나 역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전혀 창피하지 않고 오히려 걱정이 된다. 우리가 얼마나 함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어느덧 막내였던 내가 마흔이 되었고, 엄마는 여든을 앞두고 계신다. 보석이가 엄마에게 아프지 말고 오래 곁에 있어달라는 말에 눈물이 터졌던 이유가 우리 엄마를 보는 내 마음과 같아서였을 것이다. 쑥스럽지만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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