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낙심하는가? - 어떤 상황에도 은혜는 가까이 있다
조정민 지음 / 두란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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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이란 하나님 앞에 홀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단독자로 서 있을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마음과 영이 참으로 건강한 법입니다. 22쪽


솔직히 자신이 없다. 언간생심 하나님 앞에 홀로 나아갈 수 없다. 온갖 생각들이 나를 짓누른다. 나는 하나님 앞에 나아갈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부터, 그간 지었던 온갖 죄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이미 두려움이 나를 지배하고, 자신감은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가 된 듯하다. 차라리 이렇게 나를 인정하고 나니 내 상태가 왜 이런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것도 나만의 성찰이고, 성찰은 묵상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생각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마음이 들었다.

예수님의 이름과 힘을 빌려서, 신앙의 이름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것이 목적이고, 자기가 더 주목받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45쪽

그리스도인이라고 자처하면서 쉽게 좌절하고 낙심하는 이유를 저자는 명확히 짚어낸다. 내가 낙심하고 실망하는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면 그저 내가 먼저였다. 온갖 감정을 있는 그대로 쏟아내고, 육신의 신호에 충실하며, 특히 최근에는 오로지 내 안위만을 살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불안하고 두려웠다. 당장 1초 뒤의 상황도 알 수 없는 게 삶이라지만 그 이후의 삶을 상상하기엔 너무 버거웠다. 그냥 되는대로, 닥치는 대로 순간을 살았던 시간들이 떠올라 또 낙심하려 하고 있었다.

“나는 나를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다.” 이러한 삶의 분명한 원칙을 배울 수만 있다면, 우리는 훨씬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해하지 않으면, 어떤 말을 들어도 낙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53쪽

많이 내려놨다고 여겼는데 어느새 타인의 시선이 나를 잠식하도록 무방비한 상태로 돌아와 있음을 깨달았다. 내 스스로 나를 판단하지 않고, 타인도 내가 판단하지 않으면서 무관심이 아닌 배려와 너그러움을 내면에서 길러낸다면 나를 둘러싼 부정적인 생각들이 얼마든지 씻겨 내려 갈 수 있다고 믿는다. 고난 가운데 하나님은 나와 더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야고보의 인생이 통째로 바뀌었던 것처럼, 어떤 상황이든지 하나님은 나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믿기만 하면 자유로울 수 있다.

기억하십시오. 나만 겪는 일이란 없습니다. 이미 겪은 사람과 지금 겪고 있는 사람과 앞으로 겪을 사람으로 나뉠 뿐입니다. 86쪽

어쩌면 나만 겪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자만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든다. 주위를 돌아봤다면, 삶의 중심에서 나를 좀 더 내려놨다면 이 모든 게 나만 겪는 일이라고 불평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현재를 보지 못하고, 과거에 얽매여 있는 삶. 내가 변화하기 보다는 타인이 변화되고 대접을 받길 원하는 모습들이 모두 자만이었음을 알게 되자 조금씩 내가 다시 깨어나는 기분이 든다.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건져 내주는 일이 바로 구원입니다. (…) 따라서 ‘구원’은 언제나 ‘회개’로부터 시작됩니다. 성경은 존재의 두려움, 근원적인 두려움, 상황이 주는 두려움 등 갖가지 두려움에서 우리를 건져 내신 구원의 사건들로 가득합니다. 187쪽

번거롭다고 ‘회개’도 멀리했던 내 삶을 반성한다.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무기력감이라고 하나님을 멀리하고 ‘나’를 중심에 두었던 똑같은 날들을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다. 아직도 나는 어린아이보다 못한 신앙을 가지고 있다. 타인이 나를 신앙인으로 보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나는 그럴 수 없는 존재지만 그럼에도 내 스스로 하나님 앞에 홀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또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왔지만 그럼에도 하나님 앞이라는 사실이 고맙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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