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냥
스노우캣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지금은 책을 훨씬 더 좋아하지만 음악이 내 삶을 지배하던 때가 있었다. 어린 시절 남아도는 시간을 때워주었던 건 음악이었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고, 따라 부르고, 걸어야 할 때면 무조건 음악을 들었다. 그러다 음악을 듣기 위해 걷던 때도 있었다. 타인이 날 봤을 땐 그냥 음악을 듣고 가는 사람처럼 보였겠지만 음악이 주는 다양한 감정에 내면은 요동치고 있었다. 환희에 젖었다가, 깊은 우울로 빠졌다가, 신났다가 말았다가 정말 내 안의 다양한 감정을 드러내주는 게 음악이었다. 그렇게 음악의 세계에 오랫동안 빠져 있다가 어느 순간 열정이 책으로 옮겨갔다. 책을 읽을 때도 음악을 한 동안 손에서 놓지 못했지만 음악의 자리를 책이 완벽하게 채워주자 자연스레 음악은 서서히 멀어졌다.


그때의 충격(?)은 지금도 기억납니다. 곡 자체도 너무 좋았지만 노래 안에 행복이 이렇게 담길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행복이 이렇게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 약간은 충격이었습니다. 38쪽

하지만 이런 문장을 만나면 ‘도대체 어떤 음악인데?’ 라며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일일이 찾아 듣게 된다. 하지만 저자가 이렇게 감탄한 노래가 스티비 원더의 ‘Isn't she lovely'라면 할 말이 없어진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이 곡을 만든 이야기를 듣고 나서 오래전에 감탄했기 때문이다. 부끄럽게도 가사를 일일이 음미하거나(국내곡은 제외) 배경지식을 알고 듣는 게 아니라 철저히 멜로디 위주로 듣다 보니 종종 다른 감정으로 음악을 듣곤 한다. 그래서 저자처럼 단박에 행복한 노래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진 못했지만 나중에 곡의 의미를 알고 그제야 감동을 받기도 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정말 멜로디가 좋아서 오랫동안 반복해서 듣다가 나중에 가사해석을 보니 너무 폭력적이라던가, 야하다던가, 별 의미 없었던 곡들도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 다음부터는 그 곡을 들을 때 시들해져 버리곤 하는데, 가사를 제대로 알고 듣는 것과 멜로디 위주로 듣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저자가 풀어놓는 음악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같은 음악을 듣고 느꼈던 공감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음악이 주는 즐거움과 삶의 궤적(?)은 ‘맞아, 그랬어!’라며 배시시 웃을 때가 많았다. 저자가 음향시스템을 갖춘 이야기를 들으며 나중에 꼭 돈을 벌고 내 집이 생기면 나 역시 그런 꿈을 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아마 중간에 음악이 나에게서 빠져 나오지 않았더라면 지금 우리 집 거실은 오디오 시스템과 음반들이 즐비할지 모른다. 지금은 주로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고, 음반은 수백 장이 있지만 누군가 준 오디오는 고장이 난 상태라 노트북이나 차량에 연결해서 듣는 수밖에 없다. 창고에는 휴대용 CD, MP3 플레이어가 각각 있지만 유물처럼 남아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그런 흔적의 과정은 내가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했던 지난날을 일깨운다. 예전처럼 열정적이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귀에 꽂히는 음악이 있으면 찾아보고 그래도 좋으면 스마트폰에 다운을 받는다. 그리고 무한 반복하며 듣는다. 스마트폰 리스트에는 저자가 오래전에 알려준 키스 자렛의 음악도 있다. 팻 메스니 음반도 오래전에 구입했으며 무엇보다 오랜만에 책에 언급된 음악을 찾아보며 함께 읽어나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음악을 찾아서 듣고 있으면 물리감은 다를지라도 같은 음악이 주는 공감각은 사라나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음악을 좋아하다 자연스레 책을 좋아하게 된 건 아닐까? 음악이든 책이든 같은 시간, 같은 시대가 아니더라도 언제든 연결고리는 가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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