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자전거를 타다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5월

처음을 시작할때 무던히도 힘들었던 책이다...
김훈의 문체에 매료되어 김훈 문학 선집(6권)을 통째로 사서 열심히 읽었는데 자전거 여행을 읽을 차례가 되었을때 김훈의 문체에 싫증을 내고 있었다.. 그래서 책은 펼쳐 들었지만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내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공백의 상태가 되어갔다..
책꽃이에서 넣었다 빼었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해를 넘겨버렸다..
해를 넘기기 전에 읽어 버리고 싶은 책이였는데 인력으로 안되는 것도 독서다.. 오히려 그 마음을 포기해 버리니 순식간에 내게로 스며든다..
그 순식간의 스며듬이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예전에 내가 한창 매료되었던 김훈의 문체에서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적나라하고 거침없음이 식상함을 던져 주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바닥은 아니였다...


사진작가 이강빈과 동행하며 전국을 여행하며 쓴 수필...
그 속에는 김훈의 세계만 존재할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단정지었던 것들 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들어 있었다..
삶의 부분... 그리고 시대를 뛰어넘는 역사.. 사연들.. 발견...
작가의 눈에는 단순히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였다...
기행수필답게 떠남과 머뭄이 끊임없었지만 그리 냉정하지만은 않은 순리였다.. 우리의 전부를 순리라고 보아도 무관할 정도라 할만큼 자연스러움이였다.. 일상생활의 지침을 대신해주듯 자전거로 순회하는 여행은 그 바퀴의 굴림 하나만으로도 숨통을 틔워주는 기분이였다...
내 자신도 늘 꿈꾸지만 용기가 없는 여행을 내 대신 해주는 작가가 고마울 정도였다.. 쉼없는 앞으로의 나아감...
나는 현재의 내 모습을 돌아본다... 얼핏 전진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의 움직임은 머무름이란 것을..... 나는 알게 된다..

자전거의 바퀴처럼 내 다리를 굴려 나의 인생도 전진시키고 싶다..
바퀴의 닿음이 어떤 것이든 우선은 전진시키고 싶다..
자전거 바퀴를 통해 나는 전진의 필요성을 쉴새없이 느껴간다..
허벅지 뻐근함의 회전운동을 통해 나도 전진할 수 있다면...

상쾌한 바람이 머리칼을 흩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