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10 (양장)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염상진의 죽음과 염상진 묘를 찾은 하대치와 그의 부하들...
그들의 의리,존경,사랑,희생,인간미 앞에서 태백산맥을 읽는 내내 눈물을 맺혀도 눈물은 흘리지 않았는데 끝내 눈물이 펑펑 쏟아지고 말았다.. 10권을 읽으면서 역사앞에서의 냉정함과 씁쓸함을 보기 이전에 감성이 앞섰던건 사실이다...
그 방대한 소설이 끝나감과 동시에 흐름은 멈추지 않았지만 소설속의 주인공들.. 그리고 1940년대 말부터 1950년대를 살아온 나로써는 헤어짐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더디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전쟁이 끝나감과 동시에 휴전이 되면서 수세에 몰리게 된 빨치산들.. 그들의 산속에서의 고행을 알아가면서 배가 고플때나 옷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으로 으스스 몸을 떨때 소설속 그들이 떠올랐다... 얼마나 춥고 배고팠을까.. 그러나 그들의 그 고충을 이겨내도록 의지가 된 그들의 열정은 무엇이였을까 라고 새삼스레 되뇌이게 되었다...

제 4부 '분단과 전쟁'은 빨치산들의 이야기가 주류다...
전쟁의 전체적인 분위기로 이어갈거라 생각했는데 우리가 오해하고 있던 빨치산의 모습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런 시각이 독자들에게 사회주의를 심어주거나 옹호하는게 아니라 보이지 않고 소문이 무성한 벽 너머를 보여주듯이 진실을 보여주려 애쓰는 시각이였다... 그들의 처절한 고통, 사상, 한......
그 흔적들이 구구절절 내게로 전해져 와 그들의 죽음 앞에 나의 설움도 무너졌는지도 모른다...
태백산맥이 밤의 소설이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계절로 봤을때는 겨울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이 소설을 다 읽게 된 시기가 겨울이였으니 그들의 고충이 더 절절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따스한 봄이나 더운여름 선선한 가을에 4부를 읽었다면 감흥이 덜 했을지도 모른다.. 소설을 읽고 밖을 내다보면 소설속의 바람, 추위, 배고픔, 몸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그들이 고통속에서 보냈던 겨울을 나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편하게 마주하고 앉은 겨울이 그들에게 미안했다... 아무리 사상이 전제가 되어있는 싸움이라지만 그 기본적인 바램은 인간다움인데 한속에 배어있는 그 욕구 충족은 너무나 힘들고 고단한 길이였다...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그들의 싸움보다 인간임을 인정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처절함이 더 애처로웠다.. 휴전이 공식화 됨으로써 서서히 소멸해 가는 빨치산들... 한점 바람에 촛불이 꺼지듯 그렇게 고단했던 투쟁의 희망들이 하나 하나 꺼져가며 사그라 들었다.. 그 희망들이 꺼져가면서 밀려오는 허탈감...
특히나 염상진의 죽음 앞에서는 나도 무너져 내렸다...

염상진을 무조건 적으로 좋아하고 그의 사상에 동조하는건 아니였지만 늘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을 좋아하고 듬직해한 건 사실이였다.. 그런 그의 자폭이 서러웠고 그의 목만 뎅그러니 걸려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된 것이 씁쓸했고 그의 무덤이 한없이 서글펐따.. 그래서 하대치 일행이 염상진의 묘를 찾았을때 서러움의 봇물이 터진 것이다..
그외의 중요한 인물들.. 그리고 소중한 목숨을 간직하고 있던 하나 하나의 사람들이 죽어갔을때의 안타까움은 결코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였다.. 그건 그렇게 흘러감이였다.. 나는 그런 흘러감의 한토막을 읽은 것일뿐 내가 할 수 있는건 뒷전에서 그들의 삶을 내려다 보는 것 뿐이였다.. 그러나 그들의 운명은 소설속의 마지막 인용처럼 내게도 그게 마지막이다...

염상진은 죽었고 .. 하대치 일행은 여전히 투쟁을 하고 있을 것이고.. 순덕이는 심재모를 그리워 하며 행방불명 중이고 안창민과 이지숙은 무기징역을 받은 상태고 정하섭은 북으로 넘어갔고 김범우는 목욕을 하며 부인에게 무언갈르 중얼거리고 있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 만난 그들... 소설속에서 살아 숨쉬고 죽었듯이..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 나의 뇌리속에 그대로 각인되어 있다...

8월말부터 읽었던 태백산맥이 이제 내 손에서 떠났다...
내 마음속에 내 머릿속에 남겨져 있지만 이렇게 깊게 남겨진 작품은 흔치 않다.. 많은 독자들이 공감했듯이 훌륭한 작품이다라고 단순하게 말하기엔 부족하나 나의 짧은 어휘로 칭찬하기에도 버겁다.. 그러나 마음속에 무언가 끈끈한 것이 배어 나오는 것만은 확실하다.. 태백산맥을 읽으며 울고 웃고 분노하고 씁쓸해하고 안타까워 하며 허망해하던 시간들이 내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 시간들이 소중해 오랫동안 만나고 싶어서 참 더디게 읽었다.. 소설이긴 하지만 분명 진실을 보았고 그 진실 안에서 분명 시대의 고충과 흐름을 보았기 때문이다...
처음 책을 읽을때 여순사건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그래서 6.25전쟁의 참상까지의 역사의 흐름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태백산맥은 여순사건이 끝나는 시점부터 6.25의 끝...(끝이 존재할까.. 남겨진 것들이 너무 많다....) 거기까지다.. 큰 사건들 중심으로가 아닌 앞에서 내가 흘러감의 한토막을 내려다 봤다고 했듯이 그런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였다.. 책을 읽으면서 책을 사실로 인식하기도 했고 우리는 미국의 식민지다.. 그리고 그때의 사회주의는 필요악이였다는 변화를 거듭했다.. 그러나 10권을 다 읽고 보니 그런 생각들은 그냥 스며들어 버렸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순간.. 이 시간이 흐르듯... 그렇게 흐름의 고충과 희비를 본 것이다.. 기쁨보다는 고충과 아픔이 더 많은 인생....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