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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책들의 도시 - 전2권 세트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한바탕 꿈을 꾼 듯 하다...
영화관을 나왔을때 밝은 빛과 변함없는 현실에 잠시 적응을 하지 못한 것처럼 몽롱하다..
오로지 책에 미쳐 책에 관련된 책이 나왔길래 그 호기심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의 느낌이 너무나 확연하고 너무나 다르다... 끝의 느낌을 말하자면 내가 미텐메츠가 되어 그 끔찍한 지하세계를 경험하고 지상으로 불쑥 솟아 내 방에서 이렇게 끄적이고 있는 느낌이다...
그 느낌을 잃어버릴까봐 전전긍긍하며 끄적이고 있는 나의 모습이 낯설기까지 하다.. 판타지 소설의 후유증일까?
판타지 소설은 퇴마록이 전부인데.. 읽고 난 느낌은 비슷한 것 같다..
어딘가 분명 이런 세계가 존재했으리라는 망상..
그러나 너무나 친근하면서도 가슴속에 남모를 우정까지 품고 있는 듯한 초보적인 망상 말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면서 웃음이 비져 나오지만..
처음과 중간.. 내가 책을 읽는 동안은 이런 느낌이 들거라 상상할 수 조차 없었다..
이 책을 구입하게 된 동기는 제목과 겉표지가 맘에 들어서였다..
책이라면 환장을 하는 내가 책들의 도시에다 꿈까지 꾼다는 제목과 저런 서재를 가지고 싶어할 정도로 소유욕을 끌어 당기는 겉표지..
단순히 그 두가지가 맘에 들어서 샀던 것이다.. 주문할 책이 도착했을때 너무나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 근처 공원에 가서 가을하늘을 보며 할랑 거리는 바람과 음악을 들으며 이 책을 펼쳤다...
모든걸 조심스럽게 넘기며 드디어 첫면을 읽고 다음장을 넘겼을때..
맙소사! 새똥이 책에 떨어졌다.. 한참동안 그 떨어진 물체를 보며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그게 새 똥이였고 내 신발에 까지 떨어졌다는 사실을 안 후 얼마나 황당하고 속상하던지.. 닦을 것이 없어 책을 그대로 펼쳐들고 집으로 부린나케 달려가서 조카의 물티슈로 닦았는데도 얼룩이 남고 말았다..
그때부터 김이 팍 새버렸다..(책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새책에 새 똥이 떨어졌을때의 그 허탈감....)
책이 집중이 되자 않고 진부했다.. 그렇게 며칠동안 책과 씨름을 하다 60페이정도 읽고 그러곤 또 진부함에 허덕이다 책을 폈다 접기를 반복하다.. 흥미를 느꼈다 지루했다의 고비를 넘기고 1권을 힘겹게 읽었다.. 그러나 2권 초입부터 절반까지 왜 그리 지루하던지(주인공 미텐메츠가 지하세계를 헤메는 부분들이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집중력도 현저히 떨어지고 하루에 읽는 양이 너무 적었다..
그러나 일른 읽어야 한다는 사명감에(읽어야 할 책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끈기를 가지고 읽다가 후반부에 가서 제어할 수 없는 흥미로움에 순식간에 읽고 말았다....
처음과 중간 끝.. 그 느낌에 생생하기에 나의 놀라움이 더했다..
뭐 초반은 그렇다 치고 중간에 미텐메츠의 헤메임이 너무 음침하고 깊어 지루했었다.. 그래서 결과보다는 얼른 읽어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짙었던게 사실이였다.. 성질의 급함인가..( 내 성격이 아닌 책의 전개에 대한) 결과가 후련하게 나오지 않아서 질질 끈다는 느낌을 더 부추겼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상상의 영역은 내것이듯이.. 책의 서술대로 상상하며 읽었던 부분들은 썩 괜찮았다..(삽화의 영향도 있겠지...)
머릿속에 그림들이 잘 그려졌다는 말이다.. 그래서 한편의 영화를 보고 난 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예를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서술의 영상은 그득한데 이제 그 영상이 끝났으니 말이다..
그 상상의 영역을 되짚어 볼때 참 독특했다고 말하고 싶다...
책이 중심이 되어서 돌아가는 도시.. 도처에 작가와 출판사.. 그리고 서점들과 엄청난 책이 넘쳐나는 곳... 어딜가나 책이 널려있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종족들... 그러나 그런 역현상으로 악덕 출판사들.. 그리고 오래된 책의 엄청난 부가가치 때문에 그 책을 찾아 다니는 책 사냥꾼들..
성공하지 못하면 따라오는 빈곤을 넘어선 죽음까지... 그리고 그 도시보다 더 넓고 무한한 지하세계....
대부시인의 유언을 통해 전대미문의 원고를 들고 그 넓으면서도 위험한 책세상 부흐하임으로 그 작가를 찾아 떠나는 린트부름 요새의 공룡 미텐메츠의 경험담이다...
책이 중심이긴 하지만 인간세계랑 별로 다를게 없다는 씁쓸함이 남기도 했다.. 부와 명성을 쫓는 것들.. 그리고 그런 것을 위해서 무엇이든 하는 행동방식이나 양심들이 인간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씁쓸함이 짓누르기 전에 독특한 책 세상을 만끽하기로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책의 범위를 넘어서 다양한 책들의 모습은 흥미로웠다... 생명을 앗아가는 책... 살아있는 책.. 오래된 역사를 간직하는 책... 그리고 책이 상하면 그 책을 수리하는 부흐링 족 등등... 새로운 만남들은 천지이고 그에 반면해 구린 부분도 드러나지만 그런 전개속에서 미텐메츠가 찾아나선 작가의 베일이 벗겨지고 그 작가의 운명에 대해 가슴저림도 느낄 것이다..
그런과정 속에서 미텐메츠의 인간미(공룡인데 공룡미인가... ㅡ.ㅡ;;)가 느껴져서 감동과 동질감.. 그리고 가슴저림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여튼 그렇게 꿈꾸는 도시의 여행은 마쳤다.. 조금씩 현실감이 밀려와 정신이 차려 지지만 가끔 부흐하임이 생각날 것 같다..
마치 내가 여행하고 온 곳처럼... ^^
오늘 밤에는 왠지 부흐하임의 꿈을 꿀 것 같다..
거대한 공룡이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