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손바닥 문학과지성 시인선 291
나희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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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책을 말하다 에서 작년 가을즈음에 안도현 시집과 함게 소개된 시집이다.. 아는 언니에게 선물을 주면서 나도 슬쩍 읽어 보았다..
읽고 나니 선물로 주기에 아낌없는 시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시'라 하면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들고 잘 읽지 않는게 보통인데 나희덕님의 시집은 그나마 잘 읽혔다...
이 책을 선물하러 가는 길에 버스에서 코를 박고 읽었는대도 감흥이 남달랐으니 우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시집이라서 좋았다..
서정적이면서도 아프고.. 그 아픔이 슬픈.. 그 슬픔이 무언가를 가슴에 남겨주면서 넘어가는 시였다..
곁에 두고 자주 읽고 싶은 시가 많을 정도여서 이렇게 한번 읽고 돌아서는 것이 아쉬웠다.. 어느샌가 이런 마음을 잊어버리고 세상의 차가움에 건조해질지 모를 나이기에..
그런 건조함이 싫어 시를 꾸준히 읽으려 노력하는데.. 그런 면에서 나희덕님의 다른 시집도 읽어보고 싶다..
항상 시를 가까이 하고 그 안에서 따스함과 푸근함...
그리고 풍성함을 길러가고 싶다...

 

그림자는 어디로 갔을까


아침마다 서둘러 출근을 하지만
그림자는 집에 있다
그를 두고 나오는 날이 계속되고
거리에서 나는 활짝 웃는다

그림자 없이도
웃는 법을 익힌 뒤로는
내 등 뒤에 그림자가 없다는 걸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
집에서 혼자 밥 말아 먹고 있을 그림자

그림자 없이도
밥 먹는 법을 익힌 뒤로는
내가 홑젓가락을 들고 있다는 걸
마주 앉은 사람도 알지 못한다

어느 저녁 집에 돌아와보니
그림자가 없다
안방에도 서재에도 베란다에도 화장실에도 없다

겨울날 외투도 입지 않고
어디로 갔을까
신발도 없이 어디로 갔을까

어둠 속에 우두커니 앉아
그림자를 기다린다
그가 나를 오래 기다렸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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