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박완서님의 작품을 접해본다....
항상 정갈한 표현으로.. 편하게 다가오는 박완서님인데....
칠순이 넘으신 할머니인데도 대단하시다는 감탄사 밖에 안나온다...

310페이지 되는 책을 두번에 나눠서 읽었다..
60페이정도 읽다가 오늘 집에 와서 끝까지 읽어버렸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어버렸다... 약간의 배고픔도 밀려왔지만 창 밖으로 들리는 빗소리가 좋아서 내친김에 독후감까지 쓰고 있다...
제목이 '그 남자네 집'이여서 이야기의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초반에 우연히 보게 된 예전의 첫사랑 집을 보게 되면서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시집간 애기.. 애 낳고 사는 얘기.. 시댁 친정 얘기... 주변 이웃들이 얘기... 등을 들려주는데 정작 그 남자의 이야기는 별로 안나와서 제목에 어긋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제목이 두리뭉실한 것이였다면 이렇게 집착하지 않았을 텐데 제목에 나오는 그 남자도 나왔고.. 책에도 그 남자가 나왔는데 나는 단순하게 제목처럼 그 남자 이야기로만 채워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정말 그랬다면 지쳐서 나가 떨어졌을 지도 모를 것을....
그러나 조심스레 그 남자라고 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그 남자와의 추억은 그리 많지 않았고.. 장황하게 들추기엔 마음이 아픈 사람이였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이 아파서 시력을 잃어버린 것 하나만 보더라도 말이다..
그 남자도 평안한 삶을 살다 갔지만 완서할머니에겐 그가 시력을 잃은 후 그녀에 대해 잃기 전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그 남자가 자기의 늙어가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완서 할머니도 그 남자의 시력을 읽기전의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늙어가는 모습을 봤어도 말이다...
가슴속에 묻은건 가장 아름다웠을때를 기억하는 것처럼...
그 기억이 맞을거라 생각한다...
꼭 그 남자에 대한 기억뿐만이 아니라도 말이다....

이번 작품 역시 편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시댁은 시댁인지라...
시어머니와 시댁에 대한 표현은 짜증날정도로 투덜거림이 많았지만 솔직함이라 생각한다.... 일흔이 넘은 나이시라서 그런지 어쩐지...
감춤없이 솔직함이 잔뜩 배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그 나이쯤 되면 어떠한 기억에도 부끄러워 하지 않고... 으스대지 않고... 너무 환상에 젖지도 않고...... 솔직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답은 '글쎄'다...
아직 25이기에.....
그리고 현재는 솔직하지 못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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