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그리울 때 산하작은아이들 43
천위진 글, 오규원 옮김, 마이클 류 그림 / 산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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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십 분만 나가도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에 살고 있으면서 바다를 좋다고 여겨본 적이 없다. 산골에서 살았던 탓인지도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바다를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건 좋지만 바다를 내내 바라보면서 살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바다라는 공간을 떠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이 묻어 있는 곳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휴가 때마다 바다를 찾아가는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를 보며 마음이 찡해지고 말았다.

 

여전히 바다를 볼 수 없는 두메산골에 살고 있었다면 바다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책 속의 아이도 바다를 볼 수 없는 곳에 살고 있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산길을 지나 만나는 바다는 항상 경이로울 수밖에 없다. 자주 가는 숙소에 짐을 풀고 바다를 향해 가는 발걸음에 설렘이 가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추억이 묻어 있는 장소라는 것 외에도 바다가 너무 아름다웠다.

 

 

그림책을 읽더라도 늘 글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편인데 이 책은 그림에 마음을 뺏겼다. 섬세하게 표현된 빛을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색감의 바다를 만나고, 모든 것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내가 바라보며 사는 바다를 이렇게 자세하게 살펴본 적이 없어서인지 이렇게 풍부한 색감을 가지고 있다고 여기지 않고 그냥 지나쳤던 것 같다. 그렇게 바다의 색감에, 그곳에 담긴 추억에 마음을 뺏기고 있었는데 이 바다에 엄마와 함께 왔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아빠와 아이만 온 터라 엄마가 곁에 없음을 알아버렸다.

 

아이는 바다에서 실컷 놀고 떠나기 직전 엄마에게 편지를 쓴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바다에 와 있으며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고, 하늘나라에서 아프지 말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편지 앞에서 눈물이 날 뻔 했다. 눈물을 참은 이유는 아이의 편지가 슬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감히 짐작할 수도 없지만 엄마와의 추억이 묻어 있는 바다에서 즐겁게 뛰어놀고 엄마의 행복을 생각해주는 아이 앞에서 슬프다고 울 수는 없었다. 그리움에 눈물을 흘릴 때도 있겠지만 적어도 세 가족이 함께 했던 바다에서는 슬퍼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행복해 보였다.

 

버스에서 머물렀던 바닷가 마을을 돌아보는 아이의 모습에서 꼭 엄마를 두고 오는 기분이 들었다. 언제라도 돌아오면 엄마를 만날 수 있는 곳. 그래서 아이는 하염없이 멀어지는 바다를 보고 있고, 다시 돌아올 힘을 얻고 가는 것처럼 보였다.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 항상 곁에 있기에 쉽게 지나쳐버린 바다, 언제까지 내 곁에 있어줄 거라 여기고 때때로 소중히 대하지 않는 가족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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