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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시집 - 체 게바라 서거 40주년 추모시집
체 게바라 지음, 이산하 엮음 / 노마드북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체 게바라가 서거한지 40주년을 기념하여 개정판 시집이 나왔다.
체 게바라의 평전, 자서전을 읽었기에 시집에서 오는 기대감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되려 시집이라기 보다는 소책자 같은 분위기에 체 게바라의 명성에 힘입어 나온 분위기 같아서 경계하는 눈빛을 내 스스로가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시집의 서문에는 엮은이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열정에 힘입어 체 게바라를 느꼈던 기억을 조금 되살려 보기로 했다.
체 게바라를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체 게바라 시집을 읽는다면 조금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시詩 라는 장르에서 오는 부담감을 마주하고 이 시집을 대했을 때 이게 시 일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라며 사색에 빠질지도 모르겠지만 일기 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 하고, 편지의 발췌문일지라도 그의 열정과 고뇌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겐 오로지 혁명이 전부였고 혁명을 위해서 명예, 권력을 버리고 쿠바를 떠나 볼리비아에서 전사 하기까지의 기록은 그래서 더 진솔하다.
시 라는 틀에 박힌 형식으로 자신을 가두지 말고 무엇이 체를 그토록 혁명의 한가운데 있게 하는지 그 시선을 보길 바란다.
그에겐 오로지 민중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득하다.
자신의 안위보다 평등과 혁명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자유를 누리기를 열망한다.
한 취사병이 대원들보다 자신에게 음식을 더 주자 많은 사람들의 평등을 모욕했다며 쫓아낸 일화만 보더라도 그에게 혁명의 성공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혁명을 일궈내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랬기에 쿠바를 떠나는 그에게 씨를 뿌리고도 열매를 따 먹을지 모르는 어리석은 혁명가라는 말에도 굴하지 않고 그 열매는 내 열매가 아닐 뿐더러 씨를 뿌려야 할 곳이 많아서 행복하다며 유유히 사라진다.
그런 그의 모습은 초라하지도 어리석지도 않아 보인다.
게릴라 전투를 이끌어가야 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대원들의 사기, 식량, 전략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 행복을 잃지 않은 모습이 부러울 정도다.
자신의 가족에게 아무것도 남겨 주지 못해도 행복하고 혁명으로 죽어도 행복하지만 행복을 위해서 겨누었던 총구가 반대로 향하지 않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 절절하다.
샤르트르 말마따나 '20세기의 완전한 인간이다'라는 칭송을 떠나서 그는 젊은이들 마음에 무엇을 던져 주었기에 이토록 그를 열망하며 닮길 바라는 것일까.
그의 위대함, 통찰력, 뛰어남이 아닐 것이다.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알고 똑바로 걸어가는 그 걸음일 것이다. 도저히 일기를 쓸 수 없는 상황, 책을 읽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것들을 행하는 의연한 그의 소소한 모습이 혁명가의 날카로움에 감춰지지 않았기에 나 또한 그의 열정을 높이 사는 것이다.
기나긴 평전과 자서전에 맛 보았던 것들을 그의 짧은 글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다양함에서 오는 멋을 더 부가시켜 줄 뿐이였지만 이 글 속에 체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혁명을 결심하기 전에 고뇌 가득한 젊은이였지만 혁명을 시작한 후에는 뚜렷한 확신과 목적을 가지고 나아가는 그를 볼 수 있었다.
그 길은 분명 고독하고 외롭고 힘들었을텐데 그런 것보다는 안타까움, 이상을 품는 열정이 더 드러난다. 그래서 그를 보고 있어도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씁쓸한 것이 아니라 뿌듯한 희망이 차오른다.
그가 꿈꾸고 일궈내고 바라던 자유를 그로 인해 맛보고 있으니까.
그의 열정은 곳곳에 퍼져서 많은 이들 마음에 따뜻한 불을 당겨 주었으니까.
앞을 향해 똑바로 걸어가는 그를 잠시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