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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 있다..
특히 명작이라고 하는 문학작품들이 많은데 '호밀밭의 파수꾼'도 그랬다... 최소 100년전에 씌어진 작품일거라 생각했고 제목 그대로 호밀밭의 파수꾼의 삶과 생각들이 난무(?)한 가운데 인간미가 넘치는 그 무엇이 있을거라는 얼토 당토 않은 상상을 했었다..
책을 구입하고 나서야 약간의 줄거리를 보고 나의 상상이 터무니 없었다는 것을 한번 더 상기시켰고... 얼른 읽고 싶은 강한 충동이 느껴졌다... 그러나 현재 읽고 있는 책들도 많았고 더군다나 머리가 아팠기 때문에 읽고 싶다는 생각만 그득했을 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가 너무 탁해서 두통약 반쪽을 멁고 나니 머리가 좀 맑아진 듯 했으나 현재 읽고 있는 책은 읽고 싶지 않았고 잠도 오지 않았다...
그대로 자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꺼내든게 '호밀밭의 파수꾼'이였는데 조금만 읽고 잔다는게 나도 모르게 106페이지까지 읽었고 오늘은 다 읽어버렸다... 읽으면 읽을수록 우울해지고 심지어는 그 책을 읽고 잔 뒤 꿈 속에서까지 '호밀밭의 파수꾼'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지만.. 그 만큼 편하게... 나와는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라 내가 들춰지기 꺼려 하는 깊은 속내.. 아니면 얕은 속내를 얘기하는 것 같아 순식간에 빨려 들어 갔는지도 모르겠다..
홀든 콜필드의 거침없는 생각과 비유와 표현이 얼마나 솔직했는지 모른다.. 세번재 퇴학을 당하고 학교를 나오기 전의 생각, 비유, 표현은 그래도 학생 다우면서도 얼마나 솔직하던지 늦은 밤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잠시 책을 덮고 나를 속일 수 없는 진짜 웃음을 몇번이고 터트렸다...
예를 들면 애클리에 대해서 묘사할때는 그 애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 애의 험담을 늘어놓으면서도 그 애를 그렇게 미워할수 없다는 것... 그의 솔직함과 연민이 느껴져서 콜필드가 애클리나 스트라드레이터에 대한 감정처럼 나도 콜필드의 생각들이 솔직한 반면 부산스럽다는 걸 알면서도 그를 미워하거나 연민을 버릴 수 없었다...
퇴학을 당하고.. 자기 세계에 푹 빠져 헤메고 있었지만 학교 기숙사에 있을 동안의 그의 생각이나 행동은 꾸밈없고 순수하고 재치까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를 나와서 집으로 가는 며칠동안은.. 학교를 나오는 그 순간부터...
그의 모습은 색깔은 틀려진다.. 여전히 수다스럽고 우울함이 그득했지만.. 세상의 때를 흠뻑 흡수해버리고 꾸밈이 많아지고 순수함을 잃어간다.. 정신이 박약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필드는 온통 자기의 마음에 열중하면서 마음이 가는 대로.. 해가 되든 득이 되든.. 오로지 마음의 방향을 따라 간다...그런 마음의 방향을 따라가면서 하는 행동 생각 말들이 싫지 않았던건.. 우리는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였다.. 거창하게 우리까지 갈 것도 없이 나는 그럴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런 그의 마음의 방향을 비난할수도.. 그렇다고 찬사를 보낼 수도 없었다...
오직 자신의 내면에 충실한 그가 부러웠다..
잘못된 방향이든.. 옳은 방향이든...(콜필드에게 이런 기준이 있을리 만무하지만...) 자신의 소리를 충실히 느꼈고 그것들을 들어주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참고.. 포기해버리고... 무시하고.. 미워하며... 마음의 소리를 구석에 팽개치고 살아가는지.. 오히려 콜필드가 부러울 지경이였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인정해서 너무나 솔직한 게다가 허황대기까지 한 마음의 소리에 날개를 달아주지는 못했지만.. 그것으로 충분히 하늘을 날았다 생각한다...
그 소중함을 팽개치지 못했을 테니까. 우리도 그러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콜필드의 자유분방함(? 이라 말하고 싶다..) 이 절망과 우울이 나의 내부에 깔려있는.. 절제되고 음흉하고 축축한.. 기분나쁜 광기가. 절대 드러기 거부하는 그 무언가가 나도 존재하기에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존재하기에 콜필드를 좋아하고 지지하고 열광하는 것 같다...
콜필드는 정말 또 다른 나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