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환상의 책일까?

환상의 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12월

이 책을 읽고 나자 맨 처음 그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죽으면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 줄까..
내 인생은..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사람들은.. 내가 남기고 싶은 만한 것인가.. 그 기준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냥 지금처럼 평범하게 다른 사람들 틈에서 자연스럽게 있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나의 이야기를 남긴다는건 종이 낭비인 것 같고.. 미래에도 별 다를바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미래는 모르는 것이지만.. 내가 엄청난 비밀을 알 것 같지도 않다...
잠시 환상을 꿈 꾸었지만.. 역시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이 책은 충분히 환상적이다...
얼핏 삶의 의욕을 잃어 버린 한 남자가 옛 코메디언을 보고 웃게됨으로써 그 코메디언의 삶을 추적해 가는 걸로 보이겠지만.. 그 안에는 또 다른 삶과 죽음이 내제되어 있다..
삶과 죽음은 얼핏 반대인 것 같으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연결고리가 있다.. 죽으면 모든게 정지일 것 같지만.. 이 책에서는 나와 타인의 삶을 연결시켜 주고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누군가가 그런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잊혀지더라도 서럽지 않은 것이다..
굳이 내 삶이 아니어도 삶과 삶... 죽음과 죽음... 또는 삶과 죽음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끊김없는 연결고리를 나도 기대하며 살아가고 싶다..

이 책도 순식간에 읽게 되었는데.. 솔직히 내면과 아름다운 표현으로 쓰여진 생각들과 날들의 흐름이 조화를 잘 이루었다...
번역가의 말처럼 책을 다 읽고 나서 이게 사실이 아닐까.. 사실과 허구가 적적히 섞여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동떨어진 세계인 것 같으면서도 있을법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책 제목처럼 한편의 환상을 읽게 된 셈이였다..
그러나 앞에서 연결고리에 대해 내 생각을 말했듯이 이런 환상을 읽으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진실.. 아니면 이지 존재했지만 내가 몰랐던 진실을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거기에는 분명 작가의 흡입력 있는 글 솜씨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폴 오스터의 다른 작품도 읽어 보고 싶다..
충분히 다른 작품을 끌어 들일만한 솔직함과 언어의 간결함이 있었다.. 재미가 있으면서도 생각을 할 수 있는 책...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깊이가 있는 책...
비율이 잘 맞아서 나의 만족도가 높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