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심장 열린책들 세계문학 216
미하일 불가꼬프 지음, 정연호 옮김 / 열린책들 / 199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도스또예프스끼 전집을 읽으면서 19세기 러시아 문학에 빠져들었다..
전집을 통해 뿌쉬낀, 고골, 막심고리끼, 체호프 등등 많은 러시아 문인들의 작품을 접했는데 그 책들을 읽으면서 이 책도 메모를 해둔 것 같다...
어떤 책을 읽으며 이 책을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읽어볼 요량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는데 진즉 절판이 되고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한채 그냥 메모만 해두었는데 정말 구하고 싶은 러시아 문학이 있어서 열린책들 본사에 전화해서 그 책들을 구하면서 이 책도 문의해 보았더니 다행히 재고가 있었다..무리를 해서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러시아 문학 12권을 산후 가장 먼저 이 책을 꺼내들었다..
독특한 제목이 흥미를 일으켰고 내가 구입한 러시아 작품들은 작품당 여러권인 반면 이 책은 한권이라 부담이 없어서이기도 했다...

이 책에는 '개의 심장'외에 '악마의 서사시'라는 중편도 실려 있는데 두 작품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잘 이어받은 독특한 작품... 그리고 19세기 러시아 사실주의에 입각한 작품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19세기의 러시아 작품을 몇편 읽어보면 그 시대의 러시아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그 분위기를 20세기의 작가인 불가꼬프는 20세기초의 상황에 맞게 그의 작가적 창작성을 드러낸 것이다...
19세기의 러시아 문학이 워낙 거대했으므로 무조건 그 시대를 닮아가는 문학을 기대한다는게 어리석은 생각일지 모르나 20세기의 러시아 문학을 접하면서 그런 계승이 엿보이지 않아 조금은 실망스러웠던게 사실이다.. 그래서 더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찾게 되었는데....
불가꼬프를 알게 되면서 또다른 신선함을 발견하게 되어 너무 뿌듯했다.. 19세기의 사실주의에 모티브를 더한 20세기의 문학...
그 자체만으로도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발견했을 때처럼 너무나 흥분되고 즐거웠다.. 발견이라는데서 오는 흥분과 즐거움 외에도 신선함과 재미를 더해주니 자꾸 독서의 매력에 빠져드는게 아닌가 싶다..

'개의 심장'은 거리를 떠돌던 개 샤릭이 외과의사 쁘레오브라젠스끼에 의해 부랑자의 뇌와 생식기를 이식받음으로써 인간 샤리꼬프로 변형시켜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한마리의 개를 인간으로 변형시킨다는 비자연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수술을 볼셰비키의 혁명과 동일시 한다는 작가의 의도가 들어있다고 하는데 그 시대적 배경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더라도 소설의 과정을 통해 충분히 다른 의미들을 찾을 수 있었다... 수술로 인해 개의 몸에서 서서히 인간이 되어가고는 있지만 남아있던 개의 습성 그리고 새로 이식된 부랑자였던 인간의 습성을 모두 가지므로써 문제들은 발생한다.. 불완전함이라는 전제하에 행해지는 뻔뻔함, 사회성 결여들이 이해된다고 하더라도 샤리꼬프보다는 좀더 낫다고 주장하는 우리 인간의 모습이 왠지 샤리꼬프와 닮아있었다..
샤리꼬프의 모습뿐만이 아닌 쁘레오브라젠스끼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들 속에서 가해지는 샤리꼬프에 대한 무언의 폭력들....
그게 우리의 다른 모습속에 감춰진 진실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제멋대로 점점 더 뻔뻔해져가며 인간행새를 하는 샤리꼬프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놓지만 작가가 의도했던 볼셰비키 혁명도.. 내가 비교했던 인간 본연의 모습도 그렇게 쉽게 되돌렸을 것 같지는 않다... 샤릭만 해도 수술의 큰 흉터가 남았는데 인간세계는 오죽하랴..
흥미롭고 독특한 소재 안에 내제되어 있는 적나라함이 나를 몽롱하게 만들었지만 흥미거리로만 읽을 소설은 아니였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의 모순, 파괴성, 샤리꼬프를 통한 인간형 등등 생각해볼거리가 많은 소설이였다...
결국 프롤레타리아의 저질적인 인간 본성을 고치기 위해 실험실 인간 샤리꼬프를 창조하였지만 또 다른 개인간 샤리꼬프를 만들어 냈다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또다른 중편 '악마의 서사시'는 관료 사회를 풍자화한 소설이다..
정상적인 생활과 사고를 지녔던 평범한 사무원 까로뜨꼬프가 결국 정신병원 옥상에서 자살하기까지의 얽히고 섥힌 모습을 보여주는데 처음의 평범하고 정상적이던 모습에서 자살로 치닫는 과정으로 가면 갈수록 혼란스럽고 난해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매우 헤메이게 만든다..
이렇게 정상적이던 사람이 미쳐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그 당시 사회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혼란의 진실은 알 수 없더라도 혼란의 농도는 알 수 있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사고로 흘러가는 주인공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럴수도 있겠구나 라고 쉽게 생각해 버릴수도 있지만 사회나 그 외의 인간을 파괴시켜 갈 수 있는 요인들을 생각해 볼때 무서움이 느껴진다.. 나를 제어할 수 없다는 것.. 그건 존재라는 사실도 인정할 수 없음이다...


이렇게 많은 것들을 직접적으로 내포하고 있었음인지 불가꼬프의 작품들은 그 당시에 빛을 보지 못했다.. 여러가지 핍박들로 인해 사후 오랜 시간이 지난후에 그의 작가적 영향력이 드러났지만 이제라도 이런 작품을 대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해설을 통해 작품의 의도와 내면성을 파악하게 되었지만...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이어받은 20세기의 작가 발견이라는 사실 하나가 나를 기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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