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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있든 자유로우라
틱낫한 지음, 류시화 옮김 / 청아출판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책방을 갔다.. 내가 읽을만한 책보다 읽지 않는 책이 더 많지만 가끔 괜찮은 책도 있고 어떤 신간들이 들어왔나 궁금하기도 해서였다.. 책방에 들어서자 마자 책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어디에 있든 자유롭지 못한 시간이 더 많은 나이기에.. 멈칫 했는지도 모르겠다..
빌려오고 나서 조금은 얇은 두께에 금방 읽겠구나 라고 단정짓고 후딱 읽어 버릴 생각으로 펼쳐 들었는데 그냥 쉽게 넘겨버리기엔 무언가 석연찮은게 있었다... 읽어도 진도는 잘 나가지 않고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사색이 깃든 언어들이였다..
그래서 3박 4일동안이나 끌면서 읽었는데.. 책을 덮고 나니 생각나는 단어는 자비였다..
자비라.. 부처님이라는 단어와 어쩐지 일맥상통하고 나와는 거리가 먼 단어인 것만 같은 자비....
언어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조금은 고리타분하게 느껴졌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일상 속에서 충분히 행할 수 있는 것들이 자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현대의 언어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에 내게서 밀쳐내려 했었는데 자꾸 곱씹어 지는게 내게 자비가 많이 부족했나보다.. 책에서 나오는 예만 보더라도 정말 부족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자비는 커녕 내 이기심만 추구하기에 바빴던 나.. 그걸 알면서도 책을 통해 느끼고 반성하면서도 뒤돌아서면 늘 번복만 하고 있는 나.. 그것들이 이젠 지겨웠다.. 진정 마음으로 느끼고 있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가식적인 나를 느끼면서도 늘 쫓기는 것만 같은 나...
진정으로 깨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진정으로 마음을 열지 않았기 때문에 늘 똑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마음의 상태를 바꾸는 것도 최소한 2주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런 노력을 해보지도 않았고 그냥 흘려 버렸기 때문이다.. 내 자신의 마음 상태를 2주안에 변화의 장을 여는 것 보다 내 마음의 문과 깨어있음이 우선이라는 걸 알았다.. 그런 다음에 자비를 우러나오는 마음에서 베풀 수 있다는 것도...
깨어있자.. 그리고 진지하게 마음을 열어보자..
단 한번만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