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밑 악어
마리아순 란다 지음, 아르날 바예스테르 그림, 유혜경 옮김 / 책씨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바람이 몹시 부는 꽃샘추위의 연속이였다..

몸은 자꾸 움츠러 들고 돌아 다니기도 벅찬 저녁이였는데 텅빈 집을 보니 그냥 서점이 가고 싶었다..

무작정 챙겨서 버스를 타고 서점에 갔는데 아늑함과 익숙함이 나를 맞이했다.. 책을 사러 온건 아니라서 조금은 미안한 감이 들긴 해도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 서점이였기에 이 안락함을 즐기기로 했다..

 

책을 훑어 보다가 늘 그대로인 것만 같은 책들 사이에서도 신간들을 발견 했는데 읽고 가야 겠다라는 생각을 한건 아니였다..

대충의 훓터봄 사이에 독특한 제목과 얇은 두께에 이 책에 손길이 갔다..(서점에서 책을 읽는다면 이왕이면 그날 다 읽어야 하니 얇고 가벼운 내용이 좋다.. 며칠씩 들러서 읽는 재미도 좋지만 그건 너무 눈치보이고 장소와 시간의 제약을 많이 받는다..ㅋ)

대충 훓터볼 요량이였는데 어느새 다 읽어 버려서 잠시 멍해 있기도 했다... 제목 만큼이나 내용 또한 독특했다..

 

샐러리맨 JJ에게 어느날 침대 밑의 악어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그 악어가 자신에게만 보이는 것이였다...

그 악어는 구두를 먹고 사는데 여튼 구두 던져주랴 회사생활하랴 그 증상으로 인해 병원가랴 늘 바쁘고 엉망인 생활의 연속이였다..

어처구니 없게도 병원에서는 악어병이라며 태연히 처방해 주고 약병에 써진 설명서가 자기에게 딱 맞다는 걸 알게 되고 복용한다.. 그러나 약의 부작용인지 효능인지 JJ는 더 고독감 상실감에 빠지게 되고 급기야는 상사의 구두를 뜯어먹다 (악어 병인지라..) 해고에 다다른다...

엉망진창인 기분과 상황에 빠져 있을때 짝사랑하던 직장동료가 찾아오고 대화를 통해서 그 동료에게도 자기만의 악어가 보인다는 사실..(그 악어는 시계만 먹어서 돈이 아주 많이 든댄다....ㅋ) 그리고서서히 악어병이 치유되어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현대인의 고독과 고립 그리고 우울함으로 인한 상실감등의 여러가지 증상들을 침대 밑의 악어라는 독특한 소재로 재치있게 그려내는 작품이였다...

난 혼자살고 있진 않지만 JJ가 느끼는 것들... 그리고 현대인이 느끼는 증상들을 늘 느끼고 있었다.. 그게 대화의 단절이고 고립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한 것 같아 느끼는 바가 많았다..

내 침대 밑에는 어떤 것이 살고 있을가.. 곰일까...

늘 집에오면 빈둥거리며 침대 위에서만 생활하는 나.. 아마도 커다란 곰이 내방에 함께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무얼 먹고 살까.. 책일까? ㅋㅋ)

 

이 책이 청소년 문학상을 받았다고 했는데 정말 톡특하고 작가의 재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읽으면서도 무엇을 말하는 걸까.. 왜 상을.. .그것도 청소년 문학상을 받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지만 읽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이해가 되었다..(그때서야 낄낄 거리기도 하고 고민도 하고 내 생활을 갖다 붙이고 머릿속이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이해력이 빠른 사람은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할 수 있을 듯...ㅋ)

사람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있는 낯설지만 강한 충격을 던져주는 작가... 그 작가의 재치에 한번 더 놀라며 그 신선함에 단박에 기분이 유쾌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즐거웠고 또다른 곰을 기르고 있는 누군가의 집에서 곰을 꺼내주여야 겟다는 생각도 하면서 나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런 상상을 제공해준 작가에게 고마움이 넘치는 즐거운 저녁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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