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도발적인 제목이다..

어떤 식으로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라는 건지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것 같지 않은 뉘앙스의 유혹을 피할 수 없었다..

그림에 대해서 아는건 없지만 보는건 좋아하는 터라 그림과 함께한 이런 책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겉표지의 몽롱하면서도 두려움을 일게 만들기까지 하는 책을 손에 쥔 여자의 모습.. 거기서부터 책 읽는 여자들의 세계가 시작된다..

 

대충 훑어봐도 책 읽는 여자가 그득한 책.. 나의 마음에 쏙 들었다.

한결같이 그녀들은 독서와 읽기.. 그리고 몽상에 빠져 있었고 그녀들의 세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증은 더해갔다..

저자의 말로 시작된 서문에서 책 읽는 여자는 왜 위험하다라고 했는지 조금은 수긍이 갔다.. 과거 여자들의 책 읽기가 얼마나 위험했는지 시대적인 면이나 공간적인 면 그리고 정신적인 면들까지 두루 두루 살펴주며 여러 각도에서의 해석과 함께 중간 중간 그와 상응하는 그림들까지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었다...

13세기부터 그런 그림이 존재한다는게 그저 신기해서 정신을 놓고 읽었는데 그림들은 충분히 매료될만 하나 그에 대한 설명들과 화가의 소개들이 너무 간단명료했다.. 간단명료라는 설정에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한 글들이 있는데 이 책에서의 설정은 시대와 화가 그리고 그림을 동떨어지게 만드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화가에 대해서 굳이 자세히 알아야 그림을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세부사항을 요구하는 추상적인 설명들이 점점 책 읽는 여자의 위험성에서 나를 떼어놓기 시작했다.. 중간 중간 책읽기와 여자에 대한 또다른 설명이 있었지만 왠지 이질감을 떨쳐 내기가 힘이 들었다..

그림은 내가 느껴야하고 그림에 대한 설명도 그런 느낌 위주지만 같은 주제임에도 동떨어진 느낌들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의문이 생겼다...

하나 하나의 객관성이라고 해야 할지 단지 수집의 목적이라고 해야할지 섣불리 얘기할 수 없었다. 그런 두 느낌이 확고해서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그런 와중에 몇몇 그림은 작가나 그림에 대한 지식이 약간 있어 짧은 글 안에서도 쉽게 이해하며 수긍을 했지만 그렇지 못한 작품이 너무 많았다..

좀 더 감상적이면서 그림속에서의 독서열이 느껴지는 그런 해설을 원했는데 아마 그건 독자의 몫인가 보다..

다행인건 이 책에 실린 그림들에서 그녀들의 독서와 읽기는 풍경 속에 못박힌 듯 매료된다는 것이다.. 그녀와 책 사이에 당신이 들어올 틈이 없다는 말이 충분할 정도로....

 

독서라는 것 자체가 사치스럽고 권위를 나타내는 시기를 거쳐 공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 그녀들의 열기가 느껴져 오로지 삶의 목적은 독서라는 것이라는 지나친 비약이 통할정도의 그녀들... 아름다웠다.

무엇엔가 골똘히 집중하는 모습..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모습에서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나온다는 말도 이해가 갔다..

그러나 그녀들의 독서의 열기가 너무 뜨겁고 그런 읽기를 통해 남성만의 권위주의에 도전한다는 깨어있음이 두려워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도 모르겠으나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의 여성의 독서의 변화에 대해서 이 제목이 합당한가라는 의문을 가져본다. 이 그림을 그렸던 화가들의 시대는 나눌 수 있겠으나 독서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시대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목으로 따져본다면 예전에는 여성의 독서 자체만으로도 위험했겠으나 요즘엔 너무나 맣은 독서량이 위험에 빠트린다는 말인데 그런 위험성이 여성에만 국한되는건 여성의 독서를 통한 지적 상승외에 여러가지를 의미하지만 여전히 남성의 권위주의가 느껴지는건 왜일까...

그림들만으로는 그런 의미가 약하지만 이런 제목의 틀 속에서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의 독서하는 여성들의 존재는 왠지 그런 이미지가 더 강했다...

 

독서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던 그녀들이 여성으로써의 의미를 부각시키면서 갖게 되는 더 넓은 세계를 통해 단지 아름답다 위험하다라고 규정하는건 도발적이던 질문의 열기를 삭히기 충분하다.

이런 의미들을 권유하는 것이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여성의 독서는 더 큰 세계를 의미한다는 여운이 남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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