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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와 축구
캐리 쿠퍼.테오 시어벌드 지음, 강혜정 옮김 / 맥스미디어 / 2006년 3월
평점 :
월드컵이 다가오고 있고 2002년도의 우리나라 4강신화를 기억하는 터라 그 부흥에 힘입어 나온 책이라 생각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그런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 충분했다. 그러나 꼭 그런 영향이 아니더라도 이제 축구라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좋아해서 비즈니스와 엮을때는 그런 가벼운 열기만을 논하는게 아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가벼운 열기와 그 열기속에 내포하고 있는 비중적인 무엇이 동시에 느껴지는 흥미로운 분위기였다.
이런 순조로운 분위기에서 출발해도 처음의 책의 분위기는 비즈니스와 축구를 억지로 꿰어 맞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자신을 판단하는대도 축구와 연관짓고 축구 감독들의 일화와 말들을 들먹이며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제목에 충실하긴 한데 도대체 무얼 얘기하는 건지 어떤 의도인지 파악이 힘들어졌다. 그래서 자기계발서인지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논하는 건지(아니면 축구를 말하는건지)의미파악을 팽개쳐 버렸다. 편히 읽자며 나를 다독인 후 읽으니 그런 부연성에 얽매이지 않고 서서히 재미있게 읽히기 시작했다.
부제목과 소제목은 무지 많은데 그 모든걸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지만 비즈니스라는 왠지 딱딱한 느낌을 저자들도 받고 있었는지 읽어나가는대는 문제가 없었다.(그것들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늘 관건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중반쯤부터 서서히 책의 형식과 분위기에 익숙해져 갔는데 그때부터 조금씩 나의 내부에서도 무언가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엇! 정말 축구와 잘 맞아드네'라는 감탄사를 터트리며 초반에 느꼈던 축구와 꿰어 맞춘다는 느낌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비즈니스 세계보단 그래도 축구의 세계를 좀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축구의 일화들과 그쪽 세계를 상상하면서 대조해가니 내가 알고 있다던 축구는 겉핥기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비즈니스를 좀 더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두가지 계기를 만난 것이다.
비즈니스라는 부분에도 개인이라는 울타리가 가장 크겠지만 이 책도 나를 중심으로 꾸려나가야하는 자기계발서의 일종일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축구에서도 개인도 중요하지만 팀내에서의 위치도 중요하듯이 이 책에서도 개인인 나를 먼저 생각하고 중심에 늘 내가 있긴 하지만 좀 더 넓은 의미를 보여준다.
개인의 변화를 원하는 자기계발서들의 신선한 충격에서 벗어나면 수많은 다른 책들처럼 늘 애매모호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식상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자로서의 태도 그리고 남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그안에 나와 상대방의 상호의존관계를 지속시키도록 도와준다.(책을 읽던 도중 책에 나온 말을 실행한적이 있다. 대화할때 고개를 끄덕여 주고 상대방의 눈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이 작은 제스춰에서 조그마한 변화를 발견했다.)
관라자라는 위치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많이 생각하게 되겠지만 세세한 면까지 짚어주며 관리자로써의 나의 입장 그리고 관리를 받거나 혹은 그 안에 포함된 나의 입장과 행동 하나 하나를 낱낱이 보여준 것이다.
그런 비교가 축구와 잘맞아 떨어져 읽으면서 축구처럼 신나게 재미나게(축구에서도 꼭 이런 부분만 있는게 아니지만 긍정적인면을 생각할때..) 일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축구선수나 감독 그외의 축구와 연관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의 집단을 볼때 우리가 흔히 접하는 회사라는 그룹안과 무척 유사하다는 걸 느꼈듯이 서로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서 보완해 나간다면 좀더 열정적인 삶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내 자신의 이기주의속에 늘 빠져있고 그 안에서 나에게 도움되지 않거나 골치덩어리인 인간관계는 무시하며 그들을 진정 돌아보지 않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성공,전략,발전,상승등 이런것들이 먼저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늘 경멸했던 그들이 내내 떠나지 않았다. 이런 불편한 인간관계가 존재하는 한 축구든 비즈니스든 편하게 할 수 있을까? 대답은 'NO'였다.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보기로 했다. 내게 가장 큰 문제거리가 된다고 떠오르는 것부터...
그럴때에 책안의 내용을 좀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요구하는 것들을 잘 수행해 갈수 있을거란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