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새니얼 호손 단편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
나사니엘 호손 지음, 천승걸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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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자주 그럴때가 있다. 문득 어떠한 이야기의 단면이 순식간에 떠오르는데 그게 영화인지 내가 읽은 책인지 아니면 책에서 본 다른 얘기인지 도무지 그 출처가 생각이 안나는 것이다. 그런 단면적인 부분은 랜덤식으로 불쑥 불쑥 튀어나오지만 기억의 순간은 짧고 결국 출처를 모른채 내 기억속에서 사라지고 만다.

기억의 상실처럼 흩어져가는 단면들 그 가운데에서 가장 먼저 출처를 찾은게 '큰 바위 얼굴'이였다.

버찌씨 6개와 무언가를 바꾸는 아이.. 성공해 있는 친구와의 만남.. 결국 늘 바라보던 바위산의 인물을 닮아가는 모습...

내가 기억하는 것들이 과연 큰 바위 얼굴인지 자신있게 말할 순 없지만 중학교 국어책이였는지 영어책이였는지 정확한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게 큰바위 얼굴이라는 결과를 끌어내고 작가가 누구인지 검색해봤다. 나사니엘 호손이였다. 주홍글씨로 잘 알려진 작가.. 그 사실에 약간은 당황했다. 나의 상상속에선 좀 더 깊음이 있는(주홍글씨의 불륜하나만으로 깊음이 없다고 멋대로 상상하는 걸 보라..) 작가인줄 알았는데 주홍글씨로 잘 알려진 작가.. 내가 너무 공상에 빠져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작정 단편집을 구입했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큰바위 얼굴'은 없었다. 단편집이기에 당연히 있을줄 알고 목록도 보지 않은채 구입한 선급함의 결과였다. 처음엔 실망감이 커서 방치하다가 다음에 구해서 보자라며 읽었는데 옮긴이는 큰 바위 얼굴은 호손의 대표 작품으로는 손색이 가서 제외 시켰다고 했다. 그것도 질적수준으로 따져서.....

도대체 내가 기억하는 환상과 기억의 편린의 실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단념했던 생각이 꿈틀대며 더 궁금증만 낳고 말았다.

 

총 12편의 단편이 실린 19세기의 미국 문학... 처음의 몇편은 잔잔하게 흘러갔다. 그러다가 점점 어두운 분위기로 내려가면서 호손 문학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낭만주의 소설이라기에(내가 낭만주의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는지도...) 처음의 그런 분위기인줄 알았는데 인간 내면의 극점과 환타지적인 요소가 있는 작품도 있어 다양함과 함께 문학을 통한 자아 성찰및 내 안의 검은 부분 즉 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실제로 선악을 다룬 작품도 여러개 있었고 그런 작품들이 흔히 우리가 접하는 타입의 소설이 아닌 깊고 어두운 곳으로 더 내려가는 분위기였다.

마치 내가 죄를 짓는것 마냥 두려움이 드는 동시에 당연한 것처럼 죄를 즐기는 전위를 통해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본성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가장 당황스러웠던건 애매모호함이였다. 옮긴이도 모호성을 밝히고 있듯이 나는 애매를 덧붙여서 모호성도 모잘라 애매모호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작품이 지루하고 난해한 것들도 있었다. 실제로 이책을 다 읽기까지 더딘면이 있었는데 더딤의 일등공신을 애매모호라고 말하고 싶다.

결론이나 암시를 확실히 해주는 결말이 아닌 호손만의 문체로 끊어버리고 그 안에서 책을 읽다 흐름을 놓쳐버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흘려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읽고 난후에 느껴지는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난해함으로 지루함으로 읽었어도 호손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은 어느새 나의 표현력 영역 밖에서 느낌을 전달해 주었다. 이런 애매모호한 느낌을 호손의 작품에서 받았으니 호손의 영역안에 들어온게 아닌가...(ㅋㅋ)

 

한편으론 단편집을 읽는내내 19세기 초의 미국문학을 엿볼 수 있었다..(19세기 문학이라고 19세기 배경일거라 단정지어 버리는 단순함...) 종교와 그 밖의 세계.. 기계 문명... 본성에 대한 문제들을 봤을때 그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힘든 생활고에서 벗어나 문학을 통해 좀 더 나은 삶을 찾는 것.. 죄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등 육신이든 영이든... 깨어있음.. 자각.. 그 안에 그들의 근원적인 삶....

이 책에서는 그런 분위기는 내비치지 않았지만 들썩거렸던 그 당시 미국의 정황과 괜시리 연관짓게 된다.

그게 독자라는 이름의 모든 이들에게도 포함되는 것이겠지만..

 

결국 나의 느낌들도 상당히 애매모호하게 되어 버렸다.

성실한 전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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