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가슴이 저릿 저릿 아파온다.

꼭꼭 숨겨두었던 상처를 후벼낸듯 아프다.

그리고 멍하다. 내게 천국을 알려준 그 간단함 앞에....

내 자신과의 화해가 이루어 졌을때 그 곳이 천국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그 간단한 보이는 화해는 상당히 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책 속의 주인공 에디처럼 나 자신과 화해를 하기 위해서는 내가 피하고 거리끼던 모든 것들을 끄집어 내고 일일이 마주 해야 한다.

내게 과연 그런 용기가 있는가?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거대한 여운 앞에 다시 나타난 저자의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은 왠지 읽기가 꺼려졌다. 전작에 못미칠 것 같은 불안함... 그리고 모리에 대한 기억의 상실이 두려웠다. 그래서 용케도 잘 피하고 있었는데 형부의 차안에서 만나버리고 말았다. 평부회사 동료가 반납좀 시켜달라는 회사도서 네권중에 내가 읽지 않은 책이 세권이였다. 평상시에 그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없었더라도 읽지 않은 책이 내 손에 들어오면 쉽게 놔주지 않는게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인 법! 그렇게 쥔 책속에 이 책이 들어 있었다.

그래 읽어보자 까지껏! 이라며 가볍게 시작한 책을 몇시간만에 다 읽어 버리고 나는 울상이 되어 버렸다. 삶의 아픈 부분인 상처를 후벼내다 못해 그 절절함이 나에게 느껴지도록 만들어 버린 책은 어두웠지만 암울하지 않았고 슬펐지만 불행은 아니였다. 그래서 나의 마음이 울상이 되어버렸대도 깊은 심연속의 우울은 아니였지만 나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게 있었다. 내 자신과의 화해...

과연 할 수 있을까....

 

평생 루비가든에서 놀이기구를 고치며 살아온 에디는 자신의 삶이 그다지 행복하다고 믿지 않았다. 군대에서 다리를 다친 후 절음발이가 되었고 늘 가난했고 사랑하는 사람은 곁에  있었지만 너무 일찍 떠나버렸고 아내의 불임으로 자식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루비가든에서 일을하며 대체적으로 만족할만한 노후를 보냈는데 놀이기구의 추락으로 어린아이를 구하고 목숨을 잃고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을 통해 자신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고 믿는 삶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그 사람들 중에는 아는 사람, 사랑했던 사람,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돌아보게 되는 자기의 삶의 잔상은 아프고 서럽고 후회스럽고 안타깝다.

그러나 그 사람들을 통해 자신이 몰랐던 사실들과 또 나로 인한 타인과의 연결성을 통해 에디의 깊은 상처를 공유하고 위로 받게 된다.

나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 또 나로 인해 상처를 받았던 사람, 그리고 아버지와의 오해속에서 비롯된 상처들도 이해를 통해 오해를 풀게 된다. 자신이 꺼내고 싶지 않았던 것들.. 그리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삶의 고리를 통해 에디는 진정한 천국을 만나게 된다.

 

저자는 이렇듯 천국을 우리가 상상하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천국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인듯 그렇게 마음속의 응어리를 다 풀어버린다. 그럴때에 진정으로 천국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죽은 에디뿐만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커다란 깨달음을 준다. 에디가 품고 있던 상처의 세세한면을 들췄을때 떠오른 사실들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며 또한 자신이 모르고 있던 타인에게 준 상처와 불행했던 우연한 일상들도 그들의 몫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준다.

그 사실을 깨닫기 전에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그들처럼 타인의 삶에 연결고리를 끼워주고 삶을 마감한다.

 

그 연결성...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삶의 요소가 되어버리는 그 연결성 앞에 '당신과 나의 삶은 하나입니다'라는 메인 문구를 이해하게 된다.

늘 느끼게 되는 고독감 속에는 나와 연결된 다른 삶이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하고 살아왔지만 이제부터는 막연하게 연상될 수 밖에 없는 또다른 삶을 생각하게 된다. 그 삶의 생각에서부터 천국을 만나기 위한 과제(?)가 시작된 것이다.

타인과의 화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나 자신과의 화해라는 사실부터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의 자만이고 기만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했으면서 얼마나 자주 다른 사람을 용서한다 이해한다는 위선을 저질렀을까...

그 위선을 하나 하나 걷어내고 싶다.

내가 알지 못하는 타인에 준 상처를 위로해주기 전에 알면서도 위로해 주지 못한 상처부터 치료해 줘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건 선뜻 하기가 힘이 들고 많은 상처를 들춰야 하기에 벌써부터 뒷걸음질 치고 싶다.

그러나 그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진정한 천국을 만나기 전에 내 안에 천국을 만들고 싶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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