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1
홍석중 지음 / 대훈닷컴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예전에 한창 인기 있었던 '황진이'인줄 알았다.

그 황진이가 북한 작가의 것이라니... 생소하고 놀라웠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황진이를 검색해 보니 내가 알고 있던 황진이는 전경린 작품이였고 내가 놀랬던 만큼이나 북한 작가의 작품 황진이였다. 그 유명한 임꺽정의 저자 홍명희의 손자라니...

모든것이 생소했다. 그러나 거리낌없던 한가지 반가움은 북한소설을 읽는다는 것이였다. 북한과 남한의 관계를 생각할때 이런 소설 자체가 얼마나 반갑고 신기한지 또 문학적인 면에서도 얼마나 기쁜지 구구절절 다 말하지 않아도 알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기대 속에서 첫번째 장벽은 언어였다. 방송에서 우스갯 소리로나 접할 수 있는 북한 언어처럼 지금과는 현저히 다른 언어 쓰임새와 표기법처럼 황진이의 언어는 낯설었다.

16세기의 배경인데다 북한작가의 글이니 1권의 읽힘이 더딜 수 밖에 없었다. 한시간을 낑낑대고 읽어도 겨우 40페이지 정도 였고 모르는 말뜻이며 낯선 언어들을 건너뛰어도 여전히 그작 저작이였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2권에서는 1권에서의 막힘없이 술술 읽혀졌는데 1권에서나 2권에서나 저자의 역량을 볼 수 있었던건 이런 낯섬의 앞에서도 글의 흐름은 막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명 내가 모르는 언어.. 알 수 없는 비유인데도 읽기의 막힘이였지 흐름의 막힘은 아니였다.

 

또한 황진이라는 소설 자체 부터가 대단한 것이긴 하지만 북한에서 이런 소설을 발표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북한의 사회주의 속에 이런 작품이 과연 나올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무참히 깨트려준 증거였다. 특히 노골적인 성묘사나 음담패설 그리고 양반과 관리들을 비꼬는 의미부여가 놀라웠다. 내가 북한의 문학을 너무 경시하고 있었지만(읽은적이 없으니.. 그리고 나만의 잣대로 그어 버렸으니..) 이번 계기로 무지함을 깨트려 주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황진이 하면 벽계수 서경덕과의 일화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그런 일화도 내게는 희미해서 이 책에서는 에피소드로만 끝나 버렸을때야 비중은 서경덕이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을 정도였다. 우리가 보통 아는 것과는 다르게 놈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추가해 놈이와의 사랑의 중점에 황진이의 삶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초반에 놈이와의 어린시절.. 그리고 황진이가 기생으로 나서면서 놈이에게 처녀를 주었을때도 그들이 중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황진이가 깊이 사랑할 그와 문학적,예술적 깊이가 통하는 누군가가 나올거라는 기대를 했었고 황진이의 화려한 기생의 삶이 부각 될거라며 상상했다.

그러나 결말은 식상했다. 황진이가 놈이의 사랑을 진심으로 깨닫고 사랑하게 되었을때 놈이는 목숨을 잃어버린다.

이런 스토리의 뻔함에도 이 책을 가볍게 여기며 무시할 수 없는게 책 속의 또하나의 문학적 소재였다.

언어는 걸쭉했고 단아하면서도 깔끔한 시조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 시조들을 통해 또 하나의 문학적 텍스트를 경험한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 사투리의 뜻풀이가 나와 있었지만 그런 뜻은 읽으면서 일일이 찾을 수도 없었고(찾다보면 흐름도 깨지고..) 오로지 상상에 의해 읽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런 상상의 나래속에 날개를 달아준게 시조였다. 고리타분하다 느꼈던 시조가 그리 정갈할 수 없었다. 시에 대한 깨어 있음이 많은 도움을 준거라 생각하지만 여튼 황진이를 읽는 내내 일반 소설에서 느꼈던 가벼움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 시대속의 사람이 될수 있게 인도해 준 작가의 문체며 창작성에 빠져들었고 여운이 오래 남았던 것이다.

 

이렇게 북한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자체가 읽는 내내 반갑고 신기했고 기뻤다. 또한 끝없이 북한과의 문학적 교류를 시도하는 무리가 있다는 데에 놀랐고 그 열정앞에 부끄러워 졌다. 가장 가까이 붙어 있는 북한의 문학을 읽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멀리한채 공상의 문학만.. 편리한 문학만 즐겼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분단과 함게 단절된 것이 어디 문학뿐이랴..

그러나 그 단절의 연결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한 영원한 단절은 없을 듯 하다.

접하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 북한문학을 많이 접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소설에서 새롭게 만난 황진이와 북한 문학의 만남은 즐거웠다라고 말하고 싶다.

역시 문학은 즐겨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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