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보빵
이철환 지음 / 꽃삽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같은 두께임에도 금방 읽어지는 책과 더딘책이 있다.

글의 양에서 현저한 차이가 보이는데도 양이 적은 책이 훨씬 나의 마음에 오래 남는 책이 있다. 책을 양과 두께로 말한다는게 왠지 우스워 지지만 금방 읽어 버리는데서 오는 가벼움을 무거움으로 말하고 싶었다.

무거움이란 무엇일까? 마음속에 응어리를 담아 주는 것일까? 아니면 가슴으로 내려오지 못한 사색을 잔뜩 머리속에 담아두는 것일까?

아니였다. 내가 느낀 무거움은 나의 모습에서 보여지는 쓸쓸함이 였다.

그 쓸쓸함이 꼭 나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그 쓸쓸함 속에 언제나 내가 들어있는 기분이였다.

 

무언가를 처음 만날때 그 느낌은 오래간다. 그러나 익숙함이라는 만남이 그런 처음의 설레임을 두리뭉실하게 만들어 버린다.

소박함.. 감동.. 우리 이웃의 이야기... 나와 가까이 있는 나의 이야기..

이런 스타일을 말해주는 이철환님의 글을 처음 읽었을때를 어렴풋이 기억한다. 참 많이 울었고 가슴 뭉클했고 밤 깊도록 잠들지 못했던 나의 첫 마음...

이제는 왠만한 감정이입이 아니고서는 이런 글들을 읽어도 잘 울지 않는다. 마음이 저릿해도 순간적인 것일뿐 오래가지 않는다.

늘 책을 읽는 속도로 읽다보니 글을 마음속에 담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만 담고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몇번을 덮었는지 모른다.

천천히 곱씹어 보면서 음미하면서 읽고 싶었는데 너무나 빨리 쌓여가는 페이지에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내가 왜 이걸 읽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마음을 닫은채 읽는 책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내 자신이 싫어졌다.

내가 욕하고 비난하는 다른 사람과 다른게 무어냐고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졌다. 마음 가득 슬픔을 담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서 그렇게 나는 내 자신과의 다툼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나는 순간의 삶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볼뿐..

그것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일 자격이 없었다.

이런 자기비하의 번복도 내게는 과분했다.

감동과 소박함을 느낄 것 같던 책 속에서 나는 이기적인 싸움과 동시에 내 자신이 한없이 작아진다라는 생각이 들어 의외라는 괴롭힘을 받고 있었다. 번지르르하게 감동적이고 세상은 따뜻하다라는 말을 쏟아 내기가 이제는 싫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누구에게 이젠 덮을 것 조차 없는 가식의 덩어리인 나를 가리려 한단 말인가...

 

머리에서 멤도는 독서를 하고 싶지 않다.

머리에서 멤도는 삶을 들여다 보고 싶지 않다.

감정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 오기까지 평생이 걸리는 어리석은자가 되고 싶지 않다.

가슴에서 머리로 올라가지 않는 답답함이라도 내 머릿속에 묶어두는 건 이젠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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