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간 목마
한수산 / 삼진기획 / 1989년 6월
평점 :
품절


촌스러웠다.

책속의 남녀의 대화도 시대적 배경도.. 스토리도..

분명 가슴 아픈 얘기인데 왜 난 촌스럽다라고 말하고 있을까...

 

헌책방에서 누르스름하게 변한 책을 보면서도 '아프리카여 안녕'을 재미나게 본 기억에서 구입했고 또 제목도 많이 들어본거라 궁금했다.

80년대 말에 발표된 소설이니 그때 쯤이면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그때 나왔던 소설이 아무리 시대의 흐름을 타지 않는다고 해도 촌스러운건 어쩔수 없는거다.. 그들의 사랑이 촌스럽다라고 말하는 데에는 너무나 약아빠진 사랑이 흔한탓에 그리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지겹도록 주제화 되는게 불행한 사랑이기에 나도 약아 빠져서 감히 촌스럽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11살 위의 남자인 민우를 사랑하는 대학생 주희...

헤어지기도 하고 잊어 보려해도 그럴 수 없어 부모의 반대를 무릎쓰고 민우와의 만남을 강행한다. 먼저 헤어지자했던 민우도 주희를 깊이 사랑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함께 하려 애쓰지만 쉽지 않다.

결국 힘들어 하는 주희의 이별앞에 다시 재회해서 둘은 살림을 차리지만.. 그 행복도 잠시 주희는 아이를 낳다 세상을 떠난다는 줄거리는 분명 어렸을적 티비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소설속의 주인공들과 배경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스쳐갔으니까...

그런 가운데 그들의 가슴아픈 사랑 속에서 눈물이 맺히고 그들의 유치함 속에 피식 웃어 버리기도 했지만 이미 알던.. 알아왔던 내용들이라 감흥이 크지 않았던건 사실이다.

그들의 밀고 당김... 과감하지 못하고 진부한 엇갈림까지 약은 내가 보이게 무조건 순수하게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분명 그런 사랑이 있어 왔고 그런 사랑이 있는 것이다.

사랑의 방식이 변했지 아무리 흉학한 세상이라도 그 마음의 기본틀까지 싸그리 변하랴...

 

내가 눈물 흘릴뻔한 기억도 다 그들처럼 애틋함을 겪어봤기 때문이다.

그 애틋함이 생각나서.. 그런 마음들은 싸그리 잊어 먹어 버린채 내 자신속에 갇혀사는 내가 불쌍해서였다.

내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더라도 그 사랑을 처음 모습 그대로 고이 간직하던 사랑이 있기나 한가.. 없었다.

상대방이 나를 잊듯이 나도 모조리 잊어 버리고 있었다.

이런 생각의 꼬리를 물다보니 그들의 사랑이 가슴아프다라는 것도 조금씩 인식되어 갔다-어느만큼 생각해야 가슴으로 느끼려나....-

결코 끝까지 그들의 사랑을 촌스럽다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마음속에 그런 애틋함을 담아봤기에..

또다른 기억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사랑의 기억들이 존재할 터이기에...

 

이런 사색 속에서 한가지 돋보였던건 작가의 문체였다.

세월은 흘러도 작가의 문체는 남아 새로운 감흠을 주었다.

가벼움이 아닌 깊이 사색했을때에 나오는 언어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나를 웃게 만드는 신선한 생각과 어감들..

소설의 스토리보다 어쩜 내게 문체가 더 강하게 남았을지도 모르지만..

두어시간만에 읽어버린 후의 깊은 밤은 나의 사랑의 사색속에 깊이 잠기기에 충분했다.

생각해보니 나도 나의 목마를 바다로 보내 버렸다라는 것을 알아버려 조금은 쓸쓸한 밤이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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