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 1 - 그대가 하늘이오
허수정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무엇이든지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어떠한 것을 같이 겪었다해도 생각하는 것과 말이 모두 다른 것 처럼 상황은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그랬기에 해월 최시형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얼마전에 읽은 '한국 철학 스케치'라는 책에서 동학과 농민봉기의 밑바탕을 보아서인지 낯선 해월이 아닌 조금 더 그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깔려 있어 친숙함이 밀려오기도 했다.

해월을 먼저 읽고 철학 스케치를 읽었다면 뒷북을 쳤을지도 모르는데 철학 스케치를 먼저 읽게 되어서 나와는 동떨어진 세계며 결말은 허무했다 이런 식으로 치부해 버리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책의 결말의 배경이 되는 우리나라의 19세기 말의 역사적 배경을 다른 책에서 조금씩 주워들은 기억이 나 헷갈리기도 하고 여러 시각으로 볼 수 있기도 했지만 해월의 깊은 마음은 뒤로 갈수록 드러나지 않아 주객이 전도 된 느낌이였다.

해월이 그러한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시키기 위해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던 시대적 배경을 설명한거라 볼 수도 있지만 해월은 순간 늙어버렸고 현실은 복잡해져 가는 상황에서 충분히 해월의 변화를 만끽할 수 없었던 것은 아쉬웠다.

 

그의 위대한 죽음이 감동을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철학 스케치를 통해 어느 정도 간과했지만 자칫 인물주의로 빠질뻔 한 심리를 교묘히 잡아준 것이 아니였나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어찌 되었건 중요한 것은 해월이기에 사람 해월, 그를 좇기로 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아쉬움은 해월의 덜 드러남도 아니요 그의 뜻이 빛을 보지 못한 것도 아니였다. 해월의 깨달음, 백성들의 고통이 왜 내 마음을 콕콕 쑤시지 못하냐는 깊이의 얕음이였다.차라리 나의 마음은 후벼 파서 한이 쌓이게 할 것이지(이건 내가 굉장히 싫어하는 분위기다.) 스쳐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나는 왜 지울 수 없는 것일까.

어느 정도 해월의 삶의 고충을 안다는 거만함에서 나오는 푸념일 수도 있으나 왜 나의 마음은 저릿저릿 아파오지 않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해월만 좇자고 했으나 나의 다짐대로 해월만 좇다 보니 그의 노고와 깨달음을 많은 이가 알아주지 않았다는 투정일 수도 있다.

 

동학에 입분하기 전 그는 평범했다. 오히려 세상살이에 대한 맛을 잃어버려 불신으로 하루하루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그가 교주 최제우를 만나고 완전 달라졌다.

믿을 수 없는 현상을 보고 한울님을 영접하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깨달음이 깊어져가 전국을 누비며 포덕을 할때는 그 모든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어 성인으로 볼 수 밖에 없을 정도였다.

보통의 인간으로서는 행할 수 없는 것을 한울님의 뜻에 가까이 다가가려 자신을 절제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노력하고 뜻을 전하고 다녀도 그를 이용하려 하고 오해하고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지금껏 역사의 아슬아슬함 속에서 외길만을 걸어오며 수 많은 가능성 중에서도 남들이 걷지 않는 험란한 길을 걸으며 정치적으로 희생양이 되어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그러나 그들의 공통점은 이러한 것들도 개의치 않았다는 것이다. 오로지 어긋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가슴 아파할 뿐 자신은 돌보지 않는다.

그리고 의를 행하며 그들이 갖게 된 신념을 지킨다. 그 의와 신념은 특정 소수를 위한 것이 아니며 특별한 곳에서, 특별함을 위한 것도 아니며 모든 사람들이 대상이고 평범함 일상에서 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가 영접했던 한울님을 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것은 옳고 그르다를 따질 계제도 아니며 무조건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도 아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해월이 행했던 것, 품고 있는 뜻이다.

 

사람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만물이 소중하다는 생각.

그랬기에 무력으로 해결되는 것은 없으며 악순환만 되풀이 되며 사람 하나하나가 만물이라는 생각. 그 뜻은 고귀하고 명철하다.

그리고 그것을 행하고 널리 알리고자 했던 해월도 그래서 위대하다.

늘 백성들을 아껴주고 그들 편에서 많은 부분을 이해해 주었기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따랐다는 것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해월의 됨됨이와 그가 믿고 의지하는 깨달음이다.

나 같은 소소한 인간은 해월의 깨달음의 근처도 못가지만 평범한 해월도 그렇게 변화하였기에 인간된 삶을 갈구해 본다.

해월의 삶에 비추어 적어도 다른이에게 방해하는 삶 만은 살지 말아야 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 방해가 한시적인 깨달음을 준다해도 나 또한 내 자신에게 떳떳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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